국악 현악 트리오 ‘트리거(TRIGGER)’ 인터뷰
국악 현악 트리오 '트리거(TRIGGER)'는 전통 음악을 재해석해 독창적인 국악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송희(가야금), 최현정(거문고), 박필구(아쟁). <트리거 제공>
지난 2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기실에서 국악 현악 트리오 '트리거'와 결성 과정, 음악적 방향성, 앞으로의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정수민기자>
가야금·거문고·아쟁 구성 청년 국악 단체
2021 수성르네상스프로젝트서 첫 만남
청년 세대 특유 가치관·고민 창작에 반영
"국악이 가진 선율도 좋지만, 저희가 계승시키고 싶은 건 국악만의 '정신'이에요."
청년 국악 현악 트리오 '트리거(TRIGGER)'는 창작 국악의 핵심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들에게 국악의 재해석은 단순한 선율 변주가 아닌, 국악이 품은 즉흥성과 에너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이들은 이러한 국악의 정신을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젊은 국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약 중인 트리거는 가야금 이송희(31), 거문고 최현정(29), 아쟁 박필구(29)로 구성된 한국 전통 현악기 팀이다.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순수 현악 편성으로, 다른 양악기 없이 순수 현악기만으로도 색다른 무대를 완성하는 팀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세 사람의 첫 만남은 2021년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와 대구음악협회가 주최한 '수성르네상스프로젝트'부터 시작됐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공연 '금명:현에 새긴글'을 계기로 처음 함께 무대에 올랐고, 호흡이 좋아 본격적으로 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박필구는 "국악 현악기 세 개만으로도 충분히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때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트리거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과 고민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사진은 공연 모습. <트리거 제공>
트리거의 창작곡에는 청년 세대 특유의 가치관과 고민이 깊게 배어 있다. 지난 23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창작 공연 '小ciety(소사이어티)'도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공동체 속 감정의 결을 전통 합주 형식인 '시나위'로 풀어낸 작품이다.
"'터널'이라는 곡을 예로 들면, 20대 후반에 음악을 전공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빛을 향해 달려가는 터널의 이미지에 비유해서 표현했어요. 이렇듯 곡을 쓸 때는 당시에 했던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게 돼요."(최현정)
트리거는 지난해 국악인 인큐베이팅 사업 '점프 업(JUMP UP)'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트리거 제공>
지난해 국악인 인큐베이팅 사업 '점프 업' 대상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대표로 유럽 투어
"해외서 국악의 장단감으로 신선한 매력 전해"
타 지역서 공연 계획…앨범 제작도 장기적 목표
지난해 트리거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주최 국악인 인큐베이팅 사업 '점프 업(JUMP UP)'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1년간 전문가 멘토링, 홍보 지원, 국내외 무대 기회 제공 등 다각적인 후속 지원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 사업을 통해 공연장 컨디션 조절 노하우 등 실질적인 성장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그 성과는 해외에서도 빛났다. 지난 9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대표 단체로서 크로아티아 바라주딘, 벨기에 겐트, 폴란드 비드고슈치·카토비체 등 유럽 4개 도시에서 초청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국악기가 익숙한 한국 관객과 달리, 악기부터 생소한 외국 관객에게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갔다는 평이다.
"전통 음악이라고 하면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전통 악기로 창작곡을 연주하니까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서양 음악에는 없는 국악의 장단감을 함께 가져가니, 그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이송희)
트리거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창작곡 유통, 타 지역과의 협업, 앨범 제작 등을 언급했다. <트리거 제공>
이들은 청년 국악인으로서 지역 내에서도 다양한 창작 움직임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팀의 포맷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각자만의 색깔과 소리를 찾으려 고민하면서 주체성을 가진 창작이 활발해졌어요."(박필구)
앞으로 트리거는 대구를 넘어 타 지역에서도 창작곡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점프 업' 사업을 통해 제작한 관현악 협주곡을 타 도시 국악 단체와 협업하고 유통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또한 해외 무대 경험을 통해 앨범 제작의 필요성을 실감해 장기적으로 음반 작업도 구상 중이다. 끝으로 멤버 각자의 음악적 공부와 성취를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지만, 국악은 특히 현장에서 듣는 소리가 가장 좋아요. 공연장에 와서 우리 음악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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