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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윤사월과 클레멘타인

2025-12-01 06:00
류시경 시인·대구문인협회 자문위원

류시경 시인·대구문인협회 자문위원

은행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의 가로수 길이 나를 경주로 안내했다. 동리·목월문학관 입구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오랜만에 찾아온 방문자를 환영했다. 현관에 들어선 왼쪽 동리문학관의 '등신불' 애니메이션 영상이 발길을 오래 붙잡았고 오른쪽 목월문학관에서는 잊고 있었던 '윤사월'을 읊어 보았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오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산지기 외딴 집의 눈먼 처녀가 문설주에 귀 대고 산에 간 홀아버지를 기다리는 모습은 한 편의 수묵화에 가깝다. 송홧가루의 후각과 동양적 고즈넉한 비극미를 시각화한 작품으로 언제 읽어도 가슴이 찡하다.


오후에 목월 생가를 방문할 때도 머릿속에는 '윤사월'이 가득 차 있었다. 건천의 넓은 들판이 시의 배경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훤칠한 키의 목월 선생이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면서 들판을 가로질러 가시는 뒷모습이 상상되었다. 생가의 마당 건너 산 밑 도랑 옆에는 깊은 우물을 복원해 두었는데 한참을 머물러 우물 속 흰 구름 사이로 목월 선생의 준수한 모습을 떠올려봤다.


미국의 전통 민요 '클레멘타인'이 생각났다. 한국어의 번안곡으로도 애창되었던 곡이다. 박목월의 '윤사월'과 '클레멘타인'은 '외딴 집'과 '오막살이집'을 배경으로 둘 다 홀아비의 눈먼 처녀와 철모르는 딸의 비극적 구조는 동서양이 대비되는 정서를 내포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두 노래의 슬픈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윤사월의 배경이 산인데 비해 클레멘타인의 배경이 바다인 것도 흥미롭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딸을 향한 그리움과 절규를 토로한 노래 '오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이 주는 여운은 우리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시는 노래이고 노래가 시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그렇게 부른다. 늦가을 경주에서 윤사월과 클레멘타인의 아름다운 비극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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