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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왜 공공기관을 유치해야 하는가…‘0’과 ‘0.1’의 도시 대구

2025-12-01 17:17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0'과 '0.1'. 첫 번째 숫자 '0'은 전국 매출액 100대 기업 가운데 대구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두 번째 숫자 '0.1'은 대구 전체 사업체 중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의 비중이 0.1%에 불과함을 나타낸다. 이 두 숫자는 안타깝게도 대구 경제의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이다.


수도권의 GRDP(지역내총생산)는 2015년에 비(非)수도권 전체를 추월했고, 2019년에는 인구 규모마저 앞섰다. 기업과 일자리,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은 인구감소·청년유출·산업위축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한 때 산업화의 중심 도시였던 대구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장기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44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과제 1순위는 '공공기관 및 대기업 유치'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산업을 끌어올릴 견인차가 절실하다는 현장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대구시와 중앙정부에 근무하며 다양한 투자유치와 산업인프라 조성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특히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의료계와 정부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대구 유치를 호소했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대구가 의료와 바이오 중심 도시로 거듭나고 있어 투자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 지 잘 알고 있다.


공공기관·대기업 유치는 단순히 규모가 큰 조직을 지역에 데려오는 일이 아니다. 그 효과는 훨씬 크고 깊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연관산업 생태계 조성, 전문 인력 유입, 연구개발 확대, 청년 정착 등 지역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력을 갖는다. 대기업이 있는 지역에 좋은 대학이 모이고, 좋은 대학이 있는 지역에는 청년이 머물며, 청년이 산업 혁신을 촉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공공기관·대기업이 없는 도시는 청년 이탈 →산업 공동화→지역 쇠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 대구가 직면한 현실이 그렇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IT·빅테크 기업이 거의 없다. 졸업과 동시에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기업은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 악순환을 지금 끊지 못한다면 대구 경제는 향후 10년 20년 내 더 가파른 하락 곡선을 맞을 수 있다.


다행히 대구시가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발맞춰 산업구조 전환과 미래 신산업 육성과 연계한 전략적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IBK기업은행,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은 금융·수출 지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데이터·기술 기반 기관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제조 등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 특성과 대구의 주력 육성 분야와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들이다. 이러한 기관의 이전은 국책 연구와 정책 자원의 지역으로의 유입과 함께 지역 산업 체질 개선과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지역의 우수한 교육·의료·교통 인프라를 고려할 때 공공기관 유치는 충분히 도전 가능한 과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선호하는 도심에 대구시 산격청사와 알파시티,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 등 공공기관 입지에 적합한 공간이 산재해 있어 공공기관 유치의 적시성을 보장할 수 있다. 물론 특정 기관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는 없다. 지자체 전략과 정치권의 정책 지원, 경제단체의 네트워크, 대학·연구기관의 인재 공급 체계, 시민사회와 언론 공감대가 결합돼야 한다. 지역이 한 목소리로 대응할 때만 전국적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대구경제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산업 쇠퇴를 지켜보며 정체를 택할 것인가, 과감한 결단으로 미래 성장 주도 도시로 다시 도약할 것인가. 지금의 선택이 대구의 다음 10년을 결정한다. 공공기관 유치는 지역혁신의 전기가 될 것이다. 공공기관 유치는 대구의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전환하며, 미래 첨단 산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돌파구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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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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