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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창작의 고통

2025-12-04 06: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창작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고통은 삶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은밀한 기쁨과도 닮아 있다.


뮤지컬 제작사의 대표이자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살아오며 수많은 장면을 지나왔다. 어두운 작업실의 새벽과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극장의 순간, 그리고 작품을 통해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표정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예술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단단한 믿음이었다.


작품을 처음 떠올리는 순간은 늘 미세한 떨림으로 시작된다. 한 문장, 한 장면, 한 음이 불현듯 떠올라 내 안에서 세계를 만들어낼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시간은 고되다. 곡이 흘러나오지 않아 피아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던 날도 있고, 진심에 닿지 않는 가사를 마음속에서 여러 번 지웠다 다시 쓰던 날도 있다. 견딜 만해질 법도 한 고통이지만, 창작은 늘 새로운 얼굴로 다가와 나를 다시 시험한다.


그럼에도 이 길을 계속 걷게 만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무대의 불이 켜지는 순간, 관객들이 숨을 고르고 귀를 열며 작품을 맞이하는 그 표정. 그것은 창작자가 다시 살아갈 힘의 원천이 된다. 관객은 우리가 건넨 음악과 메시지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때로는 잊고 지냈던 감정의 조각을 마주한다. 그 반응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경이롭다.


아마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우리가 꾸는 꿈은 결코 개인의 꿈으로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에서 떠다니던 장면, 타인의 마음속에서 이미 자라나고 있었던 감정들이 우리라는 통로를 거쳐 작품이 된다. 예술은 그렇게 여러 사람의 시간을 엮어 한 작품 안에 새겨 넣는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은 끝내 '만남'의 예술이라는 것을. 작곡가는 음으로 말을 걸고, 연출가는 장면으로 길을 만들고, 배우는 몸과 목소리로 관객의 마음까지 닿는다. 관객은 그 길을 따라가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고, 잊고 있던 감정을 발견한다. 이렇게 서로의 세계가 겹쳐지는 순간, 예술은 비로소 완성된다.


창작자가 매번 고통을 끌어안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이유. 그 중심에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바로 '당신'이 있다. 당신의 마음, 당신의 감정, 당신의 삶이 예술에 닿는 순간,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찾는다.


영감을 주고받는 창작자와 관객의 교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예술은 마음속 깊은 곳의 침묵을 깨우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며, 카타르시스는 예술과 만날 때 가장 건강한 형태로 피어난다. 창작자들은 그 피어오름을 믿으며 오늘도 새로운 장면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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