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헛짓 대표 김현규 연출가 인터뷰
극단 헛짓 대표 김현규 연출가는 수상작 '혜영에게'에 대해 "연출 스타일을 알게 해준 작품"이라며 "공연예술만이 할 수 있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정수민기자>
지난달 월드 2인극 페스티벌 3관왕 영예
참가 위해 쓴 작품…다섯 번 도전 끝에 선정
공연예술 특유의 관객과 상호작용 즐거워
"'혜영에게'는 처음부터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어 쓰기 시작했던 작품이에요. 어렵지 않게 될 줄 알았는데, 경쟁률이 꽤 높더라고요. 그걸 2~3번쯤 떨어졌을 때 알게 됐어요. 오기가 생겨서 계속 도전했더니, 다섯 번만에 선정됐습니다."
지난 4일 대명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극단 헛짓 대표 김현규(42) 연출가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3일 제25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극단 헛짓이 연극 '혜영에게'로 우수상·연출상·연기상 등 3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 소감을 묻자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다. 내가 할 도리를 다한 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수상작 가운데 유일한 지역 극단의 작품이기도 했다.
연극 '혜영에게' 공연 모습. 작품은 지난달 23일 제25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연출상·연기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극단 헛짓 제공>
연극 '혜영에게' 공연 모습. <극단 헛짓 제공>
"제 연출 스타일을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공연예술만이 할 수 있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정말 즐겁거든요."
그는 자신의 연출작 중에서 '혜영에게'를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았다. "영화나 매체와 달리 공연예술이 갖는 특징인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오는 즉각적인 반응이 재미있다"면서 "이 작품으로 그 재미를 알게 돼 의미가 깊다"고 부연했다.
극단 헛짓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제39회 대구연극제 대상작인 '반향', 올해 제42회 대구연극제에서 4관왕을 달성한 '하늘 땅 별 땅' 등 최근 몇 년간 선보였던 작품들은 권력 구조를 주된 주제로 삼았다.
연극 '춘분' 공연 모습. 김 연출가는 개인적 경험에 가장 맞닿은 작품으로 언급했다. <극단 헛짓 제공>
작품, 주로 경험서 출발…사람 간 관계 다뤄
청년 연극인 열정 잃지 않을 환경 조성 필요
무언극·신체극 등 다양한 도전 이어가고파
앞으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에 대한 질문에는 단정하지 않았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는 그의 말처럼, 창작 방향은 특정 주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젠더갈등의 심화다. 지난 6일 어울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창음악극 '바람꽃'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출발점은 '경험'이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주로 사람 간의 관계성에서 시작하게 된다고. 2017년 초연한 '춘분'이 김 연출가 개인적 경험에 가장 맞닿은 작품으로, 어머니와 실제 나눴던 대화도 고스란히 담았다.
대구 연극계의 현황에 대해서는 "젊은 창작자들이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헛짓과 같은 시기에 시작했던 극단들이 함께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 둘 떠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최근 청년 극단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끼면서 떠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와의 인터뷰는 '연극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골랐다. 그는 생각의 여운을 곱씹은 후 말을 이어갔다. "요즘 저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고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에요. 올해는 연극의 본질이 뭔지도 모르고 일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이 질문을 좀 안고 가고 싶습니다."
올해 여러 작품의 연출을 맡아온 그는 앞으로도 무언극, 신체극, 인형극 등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양한 '헛짓'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것들을 해보려 합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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