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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로봇은 105세

2026-01-09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1890년 1월9일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태어났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는 "나는 (60년 전) 대학생 때 차페크의 작품을 알았다. 초현실적 유머와 날선 사회 풍자가 특이하게 혼합된 예언적 확신을 읽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차페크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R.U.R)'은 출간 즉시 30여 국가에 번역 소개됐을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21년에 초연됐는데, 세계 역사상 최초로 로봇이 등장한 문학작품이다. 아서 밀러가 어째서 그토록 짙은 감회를 토로했는지 짐작된다.


'R.U.R'의 인조인간 로보티(roboti)는 처음에는 인간을 위해 일하지만, 마침내 인간을 멸종시킨다. 이미 100년 전에 AI에 대한 우려가 예술로 형상화됐던 것이다. 한국 민중미술 1세대 화가 강광(1940∼2022)이 내린 "예술가는 한 시대를 고발하고 정화하는 예언자"라는 정의는 옳다. '도룡농과의 전쟁'도 'R.U.R'과 유사한 주제를 다루었다. 인간에 대한 풍자가 차페크 문학의 주조인 셈이다. 희곡 '곤충 극장'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쇠똥구리, 하루살이 등 다양한 곤충을 의인화해서 인간세계의 약육강식, 전쟁, 허위 등을 풍자한다.


'마크로폴로스의 비밀'은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망을 제재로 한 철학적 작품이다. 주인공 마크로폴로스는 불멸의 생명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물론 그것은 허망한 일이다. 그것은 진시황이 이미 기원전에 증명해줬다.


우리나라에는 종신집권을 도모한 독재자는 있었지만 불로장생을 꿈꾼 어리석은 왕은 없었다. 장수왕은 79년 재위 끝에 98세로 붕어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먼저 죽었고, 다음 왕위는 손자 문자왕이 물려받았다. 남진 정책의 장수왕은 아무 잘못이 없다. 고구려 태조왕은 장수왕보다 더 길어 93년이나 옥좌에 있었다. 왕위를 오랫동안 누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청천강까지 강토를 넓혀 고구려의 기초를 강건히 구축했다. 그래서 창업군주에게 주어지는 태조로 숭앙됐다. 만물의 영장은 긴 생명을 부지했다는 것만으로는 칭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백제 고이왕 52년, 기루왕 51년, 신라 진평왕 53년 등의 재위 기록도 있다. 일본 침략이 기정사실이었는데도 대비를 않아 온 국민을 초죽음으로 몰아넣은 선조도 41년이나 왕권을 휘둘렀다. 장수자가 아니라 홍익인간의 가치를 구현하려 애쓴 위인이 문학작품의 주인공으로 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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