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시법 12조 남용··· 집회자유 존중을"
인권위에 '집회 제한 통고 관행 중단' 권고 요청
경찰청 "인권위 요청 때 관련 사항 검토 예정"
지난해 9월20일 대구 도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각종 깃발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도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경찰이 '원활한 차량 소통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는 이날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남용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책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직위는 '차량 흐름이 시민의 목소리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옥외집회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공공장소에서 개최되기에 대중의 불편함이나 법익 침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내재해 있는 것은 집회의 불가피한 속성"이라며 "'집회의 자유'와 '교통 소통'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 할 때, '집회의 자유'에 대한 특별한 존중과 보호가 요구된다는 것이 헌법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경찰은 집시법 제12조에서 '원활한 차량 소통'을 이유로 도저히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을 도로 구석으로 좁고 위험하게 밀어냈다"라며 "집회를 제한하는것은 단순히 공간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축제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참여한 이들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와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열린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 관련 경찰은 '왕복 2차로 중 1개 차로만 사용하라'며 집회 제한 통고를 내린 바 있다.
진정서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교통 소통을 이유로 집회에 대해 금지·제한 통고를 내리는 관행을 중단하고, 참가자 안전을 보장하는 집회 관리 지침을 마련하도록 권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회의장을 대상으로는 집시법 12조 가운데 교통 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 금지 통고 조항을 삭제하도록 법 개정을 권고해달라는 요청도 포함됐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경찰의 무분별한 집시법 제12조 적용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광장을 빼앗는 행위"라며 "올해 축제에서는 경찰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향후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절차에 따라 경찰청에 입장을 요청할 경우 해당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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