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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창작생태계를 만들자]<상> ‘메이드 인 대구’의 현주소는

2026-01-12 17:56
달서아트센터 자체 제작 뮤지컬 월곡은 2021년 초연 이후 지속적인 디벨롭을 거쳐 선보이는 지역 역사 기반 작품이다. 사진은 2025 뮤지컬 월곡 공연 장면. <달서아트센터 제공>

달서아트센터 자체 제작 뮤지컬 '월곡'은 2021년 초연 이후 지속적인 디벨롭을 거쳐 선보이는 지역 역사 기반 작품이다. 사진은 2025 뮤지컬 '월곡' 공연 장면. <달서아트센터 제공>

"일회성 공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쉽다."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 작품 디벨롭이 어렵다." 지난 한 해 대구 지역 문화예술계 포럼에서 꾸준히 나온 목소리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 이후 문화예술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구 지역 예술계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정책을 추진 중인 부산에 '문화도시' 주도권을 내어준 지도 오래.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창작생태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자생 가능한 창작 역량'이다. 이에 따른 대구 지역 창작 생태계의 현주소와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비수도권 공연시장 견인…남은 과제는 자생력


최근 3년간 공연시장 티켓판매 데이터(매년 3분기 기준) .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상망 2025년 12월호)

최근 3년간 공연시장 티켓판매 데이터(매년 3분기 기준) .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상망 2025년 12월호)

'대구 공연시장의 최근 흐름과 전망'을 다룬 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KOPIS) 2025년 12월호에 따르면, 대구의 공연시장은 표면적으로 코로나 시국 이전으로 거의 회복된 상태다.


최근 3년간 같은 기간 공연예술 티켓 통계(2023~2025년 7월1일~9월30일 공연일자 기준)를 비교해 보면, 대구 지역의 공연건수와 회차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티켓판매액은 2023년 약 179억원에서 점차 줄어 2025년에는 35% 감소한 약 1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예산 삭감에 따른 지역 문화예술계의 위축이 불러온 결과로 분석된다.


2022~2024 지역별 공연 시장(수도권, 그 외 지역) 표.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 11월호>

2022~2024 지역별 공연 시장(수도권, 그 외 지역) 표.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 11월호>

그럼에도 대구는 여전히 부산과 함께 지역 공연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 11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4년 대구는 부산과 함께 공연건수·공연회차·티켓판매수에서 비수도권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티켓판매액은 대구 단독으로 약 22%를 기록하고 있다.


2022~2024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연 실적 표와 그래프.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 11월호>

2022~2024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연 실적 표와 그래프. <자료=예술경영지원센터 월간공연전산망 11월호>

2022년 시작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이러한 흐름을 성장 구조로 연결했다. 서울에 집중된 공연예술 시장의 불균형 개선을 목표로 마련된 사업으로, 지역 예술단체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 강화를 위해 실시됐다.


해당 사업의 전국 지원 사업 및 단체는 빠르게 늘었다. 2022~2024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연 실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를 통해 공연회차와 티켓판매수 모두 증가했으며 티켓판매액은 2022년 약 5억6천만원에서 지난해 약 33억원으로 2년간 약 5.8배 늘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티켓판매액이 2022년 약 908만원→2024년 약 2.2억원으로 2년간 무려 2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이 사업으로 지역 공연의 관객층이 늘고 수익 또한 증가했지만, 실상은 대부분 서울 및 수도권 제작 공연이 지역으로 전파되는 수직적 하향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지역에서 시작되는 자발적인 유통 형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


이에 공연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순회 공연이 아닌 지역 창작 생태계 활성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순회 레퍼토리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의 창작 작품이 늘고 각 지역이 '자체 브랜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2025 뮤지컬 월곡 공연 장면. <달서아트센터 제공>

2025 뮤지컬 '월곡' 공연 장면. <달서아트센터 제공>

뮤지컬 뚜들뚜들 선사시대 는 2024년 초연 후 매 시즌 서사를 보완하며 독자적인 콘텐츠의 힘을 키우고 있다. <달서아트센터 제공>

뮤지컬 '뚜들뚜들 선사시대' 는 2024년 초연 후 매 시즌 서사를 보완하며 독자적인 콘텐츠의 힘을 키우고 있다. <달서아트센터 제공>

◆지역 서사·협업…'대구發 창작' 다양한 시도


대구는 민간을 제외하고도 공공 공연장만 1천석 이상의 대형공연장 6개, 중극장 6개를 보유하는 등 견고한 하드웨어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서는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화를 위한 다양한 대구발(發) 창작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 역량을 강화해 온 달서아트센터는 지역 서사를 다룬 작품들을 레퍼토리화해 매년 선보이고 있다. 흔히 지역 작품은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이러한 창작물들은 대부분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지만, 두 작품은 지속적인 디벨롭을 거쳐온 보기 드문 경우다. 임진왜란 당시 달서구 일대에서 의병을 일으킨 월곡(月谷) 우배선 장군이라는 지역적 서사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월곡'이 그 중 하나다. 지역 창작진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2021년 초연 후 매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내년에는 무대 세트를 추가로 제작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달서구의 선사유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 '뚜들뚜들 선사시대' 역시 2024년 초연 후 매 시즌 서사를 보완하며 독자적인 콘텐츠의 힘을 키우고 있다.


대구시립극단과 DIMF가 2024년 첫 공동 제작한 창작뮤지컬 미싱링크.  현재 본격적인 상업적 유통을 위한 수정 및 보완 과정에 있다.<대구시립예술단 제공>

대구시립극단과 DIMF가 2024년 첫 공동 제작한 창작뮤지컬 '미싱링크'. 현재 본격적인 상업적 유통을 위한 수정 및 보완 과정에 있다.<대구시립예술단 제공>

반면 지역에서 벗어난 서사를 다룬 창작 사례도 있다. 대구시립극단과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가 2024년 첫 공동 제작한 창작뮤지컬 '미싱링크'가 대표작이다. 1912년 영국 가짜 화석을 발견하면서 일어난 실제 사건인 '필트다운 인(人) 사건'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로, 당시 국내외 유통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국내 우수 창작진들과 협업한 작품은 제18회 DIMF에서 3관왕을 달성하고, 큰 호평을 받으며 대구산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현재는 본격적인 상업적 유통을 위한 수정 및 보완 과정에 있다. 이러한 협업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도 합류해 제작한 '설공찬'으로 이어져, 올해 7월 시립극단의 정기공연으로 대극장 창작뮤지컬 '피아노의 숲'과 12월 신작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세계 4대 오페라 투란도트를 재해석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2011년 초연 후 유럽 6개국에 수출된 수작이다. <DIMF 제공>

세계 4대 오페라 '투란도트'를 재해석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2011년 초연 후 유럽 6개국에 수출된 수작이다. <DIMF 제공>

제12회 DIMF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장면. <DIMF 제공>

제12회 DIMF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장면. <DIMF 제공>

동유럽 라이선스 버전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장면. <DIMF 제공>

동유럽 라이선스 버전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장면. <DIMF 제공>

창작 지원 및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도 자체 제작으로 남다른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 4대 오페라 '투란도트'를 재해석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2011년 초연 후 유럽 6개국에 수출된 수작이다. 2020년에는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되는 등 국내 첫 동유럽권 라이선스 수출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딤프가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LED 기반의 업그레이드된 무대 세트와 함께 대형 뮤지컬로 발전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종 목적은 레퍼토리화…서사화 작업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음악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 창작 시스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역 인프라와 연결해 유통과 확대 과정에서 저변이 확대와 재창출 및 산업화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 예시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매년 3월 개최되는 예술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턴(SXSW)'가 있다. 노래하는 공연장에 불과했던 이곳이 음악·영화·전시 등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융·복합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단순한 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유통·발표·학습의 장을 확대하고 창작 생태계를 정책 의제로 담아 안정화를 이뤄낸 결과다.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글로벌윁툰센터 예정지. <영남일보 DB>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글로벌윁툰센터' 예정지. <영남일보 DB>

결국 자체 제작 콘텐츠의 최종 목적지는 '레퍼토리화'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체 제작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작품이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사화(스토리텔링)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순간의 예술인 공연 특성상 콘텐츠 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사화 작업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구의 강점인 웹툰과의 협업을 언급했다. 오 위원은 "대구글로벌웹툰센터 조성이 예정된 만큼 이와 연계하거나, 숏폼과 같은 미디어 형태로 스토리텔링을 거친다면 공연 콘텐츠가 가진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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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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