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없어 처음엔 망설이기도 했지만
개인 역량에 달렸단 선배 조언 큰 힘"
9일 대구 강북소방서 구조버스 후면에서 김효선 소방사가 구조헬멧을 들고 구조대원으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 소방사는 고강도 체력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구조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9일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구조장비가 가득 실린 구조버스 앞에서 김효선 소방사가 구조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 소방사는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구조대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구조대원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이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지난 9일 취재진이 만난 대구지역 최초 여성 119구조대원인 강북소방서 김효선(여·30) 소방사는 '구조대원'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자기 인생의 전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애착이 많아 보였다.
119구조대원은 교통사고, 붕괴·추락사고, 산악·수난사고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직접 구조한다. 고강도 체력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주로 남성 소방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오랜 관례였다. 대구에서 그 '유리천장'을 깬 첫 주인공이 바로 김 소방사다. 그는 "'대구 최초 여성 구조대원'이라는 수식어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혹시 내가 잘못하면 다음에 올 여성 대원들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며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자주 다잡는다"고 했다. 이어 "성별보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대응 역량이다"며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벽' 따윈 없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부터 소방관을 꿈꿔온 건 아니다. 원래는 경찰이나 군인이 목표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방관들이 사회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본 뒤 나도 모르는 '사명감'이 생겨 방향을 선회했단다. 그렇게 소방공무원에 도전했고, 채용시험 삼수 끝에 합격했다. 그는 "합격 소식을 듣고 바로 모친과 통화하다가 함께 울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며 "그때 마음먹었다. 이제부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영웅'이 돼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24년 7월 임용된 김 소방사는 처음엔 '화재진압대원'으로 일했다. 실제 근무에 투입된 후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았다'는 확신도 들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른 뒤 그는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여정을 찾아 나섰다. 그가 눈여겨본 건 '구조대원'. 화재진압과 별개로 구조대원이 항상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담을 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매료된 것. 그는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소방관의 또 다른 얼굴이 나 자신을 꿈틀거리게 했다"며 "선배들과 팀장, 센터장 등에게 조언도 구했다. 다들 여자, 남자를 가릴 게 아니라 역량의 문제라며 원하면 분명히 의사를 표현해보라고 격려해줬다.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구조대원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지난 1일 정기인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119구조대에 정식 배치됐다. 요즘 그의 일상은 훈련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는 "아직 큰 출동은 없지만, 출동대기 시간엔 로프훈련 등 장비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며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 몸에 익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구조대원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김 소방사는 "성별 구분 없이 현장에 동등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하겠다"며 이를 꽉 깨물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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