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준영 중부지역본부 부장
구미의 한 중소기업에서 생산관리 보조로 일하던 A씨(29)는 연봉도, 직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2년간 현장을 버티며 공정 이해와 문서 능력을 키웠고, 현재는 수도권 협력사 관리직으로 옮겼다. 그는 말한다. "처음부터 좋은 자리는 없었다."
반면 수도권만 고집하던 B씨(28)는 지역 취업 제안을 모두 거절한 채 3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자격증은 늘었지만, 이력서의 '경력'은 여전히 공란이다.
이들 중 누구의 선택이 옳았을까.
대한민국 청년들의 취업난은 이미 '사회적 상수'가 됐다. 언론은 연일 '취업절벽', '청년 실업대란'을 외치고, 정부는 해마다 이름만 다른 청년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취업절벽은 그대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청년 고용률은 40%대 중반에 머물고 있고, '쉬었음' 청년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겉으로 보면 분명 국가적 위기다. 하지만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일자리가 없다"는 결론으로 연결하는 것은 반쪽 해석이다. 같은 시기 산업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사람이 없다기보다, 오지 않는다."
결국 청년 취업난의 본질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선별적 구직의 극단화로 여겨진다. 대기업, 공기업, 수도권 사무직, 공무원. 청년 구직 수요는 이 좁은 문에만 몰린다.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어도, "그래도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지역 청년 문제는 더 뚜렷하다. 대구·경북 청년 다수는 "지역엔 일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제조업, 기술직, 현장직, 중소기업은 선택지에서 애초에 제외된다.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해 다른 기회를 만드는 경로는 점점 외면받고 있다. 지역을 떠나는 것도, 남아 있는 것도 아닌 '대기 상태의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다.
신입 단계에서 감내해야 할 반복 업무, 현장 적응, 낮은 보상에 대한 인내를 '불합리'로만 규정하는 순간, 경력의 출발선은 영영 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 공백이 결코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쉬는 시간이 길수록 노동시장 복귀는 더 어려워진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기업이 청년을 더 채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옳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이미 아니다. 청년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노동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자리는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라 불완전한 형태로 먼저 들어가 점유하는 공간이다. 이를 외면한 채 "환경이 나아지면 하겠다"는 태도는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오래 기다리게 만든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정책 패키지가 아니다. 첫 직장을 '완성형'으로 기대하지 않는 현실 인식, 직무 중심의 선택, 지역과 규모를 넘는 경험 축적, 실패를 견디는 체력. 이 네 가지 태도 전환 없이는 어떤 제도도 공허하다.
취업절벽은 분명 구조의 문제다. 그러나 그 절벽을 오르지 않겠다고 주저앉는 순간, 문제는 개인의 몫이 된다. 사회는 완벽하지 않고, 일자리는 불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들어간 사람에게 다음 기회는 열린다.
청년 취업 문제를 말할 때,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취업절벽 앞에서 멈춘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의 선택일 수 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절벽은 높아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변명이 아니라, 첫 발을 내딛는 용기다.
"취업절벽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구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올라서야 하는 현실이다."
마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