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수 경북도 총괄건축가(경일대 명예교수)
현택수 경북도 총괄건축가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구상이 거론되면서 통합의 실익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통합이 또다시 난항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논의를 행정이나 정치의 문제를 넘어 도시와 지역 공간의 개념으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의 핵심에는 언제나 '중심'의 문제가 놓여 있다. 대구는 산업·교육·의료·문화의 실질적 중심도시이고, 경북은 광범위한 생활·생태·역사 공간을 포괄하는 광역지역이다. 문제는 중심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중심이 하나의 점으로 이해되는 데 있다. 점 중심의 사고는 행정청사, 권한, 예산을 한 곳으로 집중·편향시키고, 필연적으로 주변부에는 소외와 불신을 낳는다.
경북 북부권의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것은 특정 지역의 반대라기보다 공간적으로 주변화가 반복된 피해 경험의 축적이다. 동시에 대구는 단일 광역도시 체제 속에서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행정구조에 익숙해져 있어 통합 이후의 권한 분산과 공간 배치의 동력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는 서로 다른 공간체계가 만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마찰로 이해할 바다.
통합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어디가 중심이 되는가'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반복한다. 오늘날 광역 행정은 하나의 건물, 하나의 주소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디지털 행정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의 배치와 네트워크 체계다. 더구나 시민 일반은 광역청사 볼일이 거의 직접적이지 않다.
해외 사례가 시사하는 바도 분명하다. 미국의 수도는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 DC요, 캘리포니아의 주도는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라 새크라멘토다. 세계 금융과 문화의 중심이 행정수도가 되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 중심과 행정 중심을 분리함으로써 특정 도시로의 과도한 쏠림을 피하고 전체의 균형을 제도화한 선택이다. 세종시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는 비효율이 아니라 의도된 공간 설계였다.
대구·경북 통합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해법은 단일한 선택이 아니라 기능 분산형 공간 체계의 설정이다. 행정의 기획과 조정을 담당하는 공간, 산업·경제·문화 정책을 실행하는 공간, 균형발전과 지역 지원을 전담하는 공간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작동하되,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본청'과 '제2청사'로 구분하는 언어는 불필요한 서열을 낳는다. 정책조정 허브, 행정지원 허브와 같은 역할 중심의 명명은 경쟁이 아닌 협력관계를 형성한다.
통합의 성패는 어느 도시가 중심이 되느냐에 있지 않다. 중점역할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경북 통합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작업을 넘어서는, 광역의 생활·경제·문화권을 공간적으로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다.
20조원(정부 지원금)은 불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불씨를 지속 가능한 불꽃으로 만드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공간 구상이다. 대구·경북 통합의 성공은 갈등을 덮는 결과가 아니라, 갈등의 원인을 공간적으로 해소한 사례로 기억되어야 한다. 이제 통합은 행정의 문제를 넘어 도시와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구축하는 절호의 기회로 바라볼 때다.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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