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진보초에 있는 유일한 한국책 전문 서점이다. 1년에 100회에 가까운 다양한 모임을 가진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일본인들이 증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임 원장 제공>
서울의 인사동과 비교되는 도쿄 진보초는 170개나 되는 서점이 있는 거리이다. 역사도 깊고 규모도 단일로는 세계 최대이다.
진보초가 위치한 도쿄 간다 지역은 에도시대부터 전통이 살아있는 도쿄의 중심이다. 메이지 시대는 교육이 중요시되면서 간다 지역에 대학들이 많이 생겼다. 그 당시 책은 비쌌다. 대학 주위로 중고 책방이 많이 생기면서 진보초는 발전했다. 그리고 찻집, 음식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음식점은 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카레가 발달하면서 지금도 도쿄에서 카레가 가장 맛있는 동네로 알려져 있고, 덩달아 개념있는 카페가 생겼다(인사동에 고서점, 골목마다 음식점, 카페가 있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진보초가 남은 이유는 초기 이와나미 서점을 시초로 책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전문적이고 독특한 분야를 다루는 서점들이 많았다. 지금도 기차에 대한 책만 다루는 곳도 있고, 점성술에 대한 코너도 있고, 버젓이 19금 코너를 만든 곳도 있다. 아주 특별히 별을 관찰하거나 동물들 똥을 분석한 책 등 기상천외한 분야를 다루면서 보는 재미를 주는 책방들이 진보초의 존재감을 높인다.
현재 책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책을 본다는 일본인들조차 지금은 대부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결과로 진보초 책방도 줄어들고 종이 책의 위기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보초는 이런 변화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패시지(PASSAGE by ALL REVIEWS)는 공유 선반 책방이다. 시카마 히로키 교수는 유명한 프랑스 문학 비평가이다. 평생 책만 사 모았고 가족들은 항상 가난했다. 아들 시카마 타로는 아버지가 대단한 학자인데 왜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지 고민했다. 그는 아버지가 가진 비평가로서의 명성과 책에 대한 안목을 IP(지식재산권)로 보았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서가 한 칸을 개인에게 빌려주는 '공동 서점(Shared Bookstore)'을 도입했다. 개인은 선반을 임대해서 자기 책방을 가지고 서점은 관리를 해 준다.
아버지의 명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작은 선반 분양에 참가했고 서점의 권위를 높였다. 아들은 시스템적으로 선반 입점비와 판매 수수료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서점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주위에 4군데나 새로운 지점을 열었고 이런 형태의 다른 책방들도 생겼다. 새로운 수익 구조를 가진 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책거리 출판사를 운영하던 한국인 김승복은 10년 전 한국책 전문점을 열었다. 책의 선진국인 일본, 도쿄 진보초에 한국 책을 소개하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한 것이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왜'라는 질문에 그냥 좋아하는 일이라서가 답이다. 2년 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엄청난 힘을 주었다. 일본인들의 눈빛이 달라질 정도로 자부심을 느꼈다. 사실 김승복은 5년 전부터 한강 작가를 주목하고 일본에 소개하고 있었다. 박경리의 토지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소설이다. 소설 토지를 매개로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책거리에서는 토지 10권을 1차로 번역하고 2025년 나머지 10권 총 20권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기념으로 일본인들을 데리고 원주, 평사리 투어를 주관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2025년 일본 마이니치 신문 출판 문화상 기획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엄청난 상이다. 책거리에서는 작년 1년 동안 100번의 다양한 모임을 했다. 1주일에 2번이다. 열정, 인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주제는 책, 영화, 건축, 음악 등 다양하다.
AI 시대에 책 그리고 진보초는 위기이다. 진보초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다양한 시도도 많다. 옛날의 진보초도 좋았지만 변하는 진보초의 모습도 좋다. 진보초에 가면 재미도 있고 마음이 푸근하고 음식점 요리도 맛있다.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학 법정대학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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