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128026073087

영남일보TV

  • 주호영 의원 “전심전력으로 대구 재도약”,대구시장 출마 선언
  • [영상]영·호남 공동선언…균형발전 위해 한목소리

[문화산책] 오늘도 공연장 불을 켜야 하는 이유

2026-01-29 06:00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공연장의 하루는 유독 정직하게 시작된다. 객석의 온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텅 빈 무대 위로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OTT 플랫폼에 볼거리가 넘쳐나고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왜 여전히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들여 '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해 무대 불을 밝혀야 하는가.


공연은 효율성의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연습실에서의 수백 시간은 단 두 시간의 공연으로 휘발되고, 배우의 숨소리와 무대 장치의 미세한 떨림은 그 자리에 없었던 이들에겐 결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매일같이 무대를 체크하고 소품의 위치를 확인하는 이유는, 공연장이 단순히 '보여주는 곳'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광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전례 없는 단절의 시대를 통과해왔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비대면 예술은 안전하고 편리했지만, 관객의 박수 소리가 사라진 무대는 적막했다. 예술가와 관객이 같은 공기를 공유하지 못할 때, 공연 예술은 생명력을 잃은 것과 다름없음을 우리는 뼈아프게 실감했다.


무대 위의 에너지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관객의 작은 웃음소리에 배우의 대사 톤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객석 전체가 숨을 죽이는 찰나의 침묵이 주는 전율은 오직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에서만 상호작용하며 완성된다. 이 경이로운 연결의 경험은 그 어떤 고해상 화면도 대체할 수 없는 공연예술만의 고유한 영토다.


오늘도 우리가 공연장 불을 켜는 것은 바로 이 '연결의 감각'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 오늘 이 공연은 고단했던 하루를 버티게 한 유일한 보상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생애 첫 예술적 경이로움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무대 위의 불빛은 단순히 인물의 얼굴을 비추는 조명을 넘어, 어두운 객석에 앉아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건네는 따뜻한 안부이자 위로의 신호일 수도 있다.


공연이 진행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이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늘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리면 무대는 다시 어두워지겠지만, 그 찰나의 빛을 경험한 관객은 각자의 삶이라는 더 큰 무대로 돌아가 자신만의 불을 밝힐 힘을 얻는다.


예술은 세상을 직접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매일 공연장 불을 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