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금 새마을문고대구북구지부 이사
마음을 정리하니 하루가 가벼워졌다. 해야 할 일 목록보다 마음에 먼저 고이는 말이 있다. 건네지 못한 감사와 미완의 감정이 밤마다 풀릴 때,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을 다시 펼쳤다. 책은 거창한 결심보다 '지금, 가장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라 권한다. 그 한 문장이 공기를 바꿔놓았다.
그래서 책상부터 정리했다. 밤새 곁을 지켜준 커피잔을 비우고 정성껏 닦았다. 비어 있는 컵을 닦는 일은 어제의 마음을 비우고 새 아침을 맞을 준비였다. 흔들리는 하루 속에서도 나의 자리는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소한 단정함이 마음의 리듬을 되돌려놓는 순간을 몸으로 배웠다.
이 정돈은 자연스레 내가 서 있는 자리로 이어졌다. '부키야 놀자'와 '도전 골든벨'은 새마을문고 회원들의 봉사로 이어지는 자리다. 회원들 또한 저마다의 일상을 사는 이웃이다. 시간과 정성을 내어주는 손길 앞에서 봉사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을 넘어 서로의 흔들리는 하루를 붙잡아주는 연대다. 우리 사회의 온도를 지키는 실천적 인문학이기도 하다.
그 의미는 문고 두드림의 난타 공연에서 선명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북을 두드리던 시간은 활동가로서의 보람을 넘어, 아이와 함께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무대의 아이들이 맛본 성취감과 객석의 환호는 공동체를 다시 숨 쉬게 했다. 이 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용기가 되며 사회에는 신뢰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내어 나누는 손길 속에 있다.
책장을 덮을 무렵, 얼마 전 떠나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다녀가실 때마다 포옹과 한마디는 같았다. "나는 항상 네 편이고, 계속 너희를 사랑한다. 알제?" 투박한 사투리는 지금도 어깨 위에 남아 나를 지탱한다. 그 온기는 후회에 머물지 말고, 그 사랑을 오늘의 다정함으로 옮기라 일깨운다. 할아버지가 내게 주셨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제는 봉사의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되돌리려 한다.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완벽한 내일을 기다리기보다 오늘 가능한 작은 사랑과 한 페이지의 독서를 선택하는 일, 그 선택이 켜켜이 쌓여 공동체의 땅을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할아버지의 "알제?"라는 물음에 답하듯 오늘도 하루를 닦아내며 작은 행동을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한 다정함으로 이어가려 한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가.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곁에 있는 이에게 건네는 안부, 컵 하나를 닦는 일부터 시작해도 된다. 생활로 계속되는 사랑은 작은 선택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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