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인공지능의 공존과 미래 논하는 자리
전시기간 중 참여자 간 치열한 토론 진행해 눈길
기술 급격 발전 변곡점 아래 예술 역할 주목
백다래 'UNDER OBSERVATION'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인간과 동물, AI(인공지능)의 공존과 미래를 논하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아트스페이스펄(대구 동구 효신로 30, B1)은 오는 2월7일까지 네 번째 '썰전(展)'인 '애니·휴, 아티·휴 동물원(animal-humanity, artificial-intelligence - Zoo)'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12인의 작가가 참여해 전시 주제와 관련된 작품을 선보인다. '썰전'은 전시 기간 중 참여 작가와 기획자가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아트스페이스펄의 기획전 중 하나다.
'애니·휴, 아티·휴 동물원(animal-humanity, artificial-intelligence - Zoo)' 전시장 전경.<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강현경 '바라보다'
전시를 기획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의 화두를 '동물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근대화 시기 서구 열강이 식민지의 문화를 착취하고 야생 동물을 수집해 동물원을 만들었던 역사가 오늘날 AI 기술과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해 정답을 내놓는 AI 앞에서 인간의 지성은 야생성을 잃고 길들여진 동물원의 동물처럼 무력해질 수 있다는 일종의 우려다. 김 대표는 해외 글로벌 대기업의 화성 이주 계획 등을 거론하며, 기술 발전 이면에 도사린 인류의 암울한 미래, 즉 디스토피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주문했다.
전시에 참여한 12인의 작가 강현경, 권효정, 기조, 박준식, 변카카, 백다래, 신명준, 신준민, 이민주, 이승희, 이재호, 최유진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강현경 작가는 표범을 의인화한 작품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필요한 '온기'를 강조했다. 강 작가는 "AI로 세상이 급변하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결국 남는 것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라며 "흰색 색연필로 반복해서 그린 잎사귀는 사라져 가는 시간을, 컬러로 표현된 표범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백다래 작가는 3분 분량의 영상 작업을 통해 AI가 만들어낸 혼종의 세계를 그렸다. 프롬프트를 입력해 생성한 단발머리 동양인 여성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흐린다. 백 작가는 "완벽한 인간도, 완벽한 동물도 없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듯한 불확실한 미래를 시티팝적인 감성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신명준 '뉴 홈(New Home)'.<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신준민 '침팬지'
이동과 거주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온 신명준 작가는 설치 작품 '뉴 홈(New Home)'을 통해 동물원의 이동과 현대인의 주거 불안을 연결했다. 접이식 카트나 트롤리 등 이동식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은 신 작가의 작업은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옮겨지는 동물의 운명과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밖에도 오랜 시간 달성공원을 오가며 갇힌 동물의 생태를 관찰해 온 신준민 등 참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의 본격화'라는 역사적 변곡점 아래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월요일 휴관.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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