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최근 대전·충남,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를 목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전국을 행정통합으로 5대 메가시티와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한다는 구상 아래 통합 특별시에 연 최대 5조 원씩 4년간 총 20조 원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에 자극받아 지지부진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재점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생존 위기 앞에서 '덩치를 키워 체급을 올리는'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행정통합의 과정은 기업의 M&A와 비슷하다. 기업이 규모를 키우면서 중복 투자를 줄이고 시장 지배력을 높여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듯, 행정통합 역시 광역 지자체 간 경계를 허물어 행정 비효율을 제거하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거대 조직'을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M&A가 주주 이익이라는 단일 지표로 움직인다면, 행정통합은 주민 삶의 질과 균형 발전이라는 복합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거액 인센티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자칫 본질을 가리는 '착시 효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예산 확보에 쫓겨 서두르는 통합은 기업이 정밀한 실사(Due Diligence) 없이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 M&A에서 "합병은 계약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PMI(Post Merger Integration), 즉 인수 후 통합의 성패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행정통합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 청사 소재지를 둘러싼 '심장부 쟁탈전',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의 '인력 구조조정 공포', 그리고 특정 지역의 '변두리 전락 우려'는 화학적 결합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실패 징후들이다.
성공적인 기업 M&A가 행정통합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단순한 합치기를 넘어 주민이 체감할 구체적 시너지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에 매몰되지 않는 정교한 '갈등 관리 로드맵'을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어떤 식으로든 이사회 결단보다 무거운 '주민의 동의'를 얻어낼 소통 중심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행정통합은 지역의 운명을 건 장기 투자다. 한정된 정부 인센티브를 선점하기 위한 '속도전'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할지라도, 준비 없는 결합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지원책 확보를 향한 기민한 대응에다 갈등을 녹여낼 '준비의 심도'를 더하는 치밀한 전략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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