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반 30% 늘고 실습병상 포화…학생 1인당 환자 접촉 시간 감소
전임교원 부족·휴학 변수 겹쳐 “인프라 선확충 로드맵 필요”
6일 보건의료정책위 증원규모 논의, 10일쯤 결정될 듯
의대 정원 증원 이후 한 대학병원 실습 현장에서 학생들이 병상을 둘러싸고 교육을 받고 있다. 실습 조 인원이 늘면서 학생 1인당 환자 접촉 시간은 줄고, 병상과 교육 공간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이미지=생성형 AI>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결정 유예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내면서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 이유로 대구경북 의료 현장에선 이미 한계에 이른 교육 여건을 손꼽았다. 증원 규모보다 실습 체계와 교수 부족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라는 얘기다.
교수협은 이날 서한에서 "의대 정원은 장기 변수지만 교육·수련 병목과 필수·지역 공백은 현재 진행형이며 국민 안전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작년 4월 통계에 휴학·유급·복귀 등 핵심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7년~2031년 계획을 확정하면 정책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도별 교육·수련 수용 능력 검증자료와 필수의료 보상, 전달체계 개편, 의료사고 부담 구조 개선, 전공의 수련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즉시 실행 일정표 공개도 요구했다.
이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는 대구경북 의료현장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경북대 등 대구경북권 5개 의과대학은 지난해 증원 이후 강의 분반은 20~30%, 실습 조는 기존 6~8명에서 10명 안팎으로 늘었다. 실습실은 종일 가동 체제로 바뀌었지만 학생 1인당 환자 접촉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학병원 병상도 빠듯하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기존 하루 200~300명 실습이 가능했지만 증원 후 이를 넘는 날이 잦다"고 귀뜸했다. 진료·실습 병상을 함께 쓰면서 외래 일정 조정과 회진 지연도 반복되고 있다.
교육 지표는 더 악화됐다. 교육부 권고 기준은 전임교원 1인당 의대생 약 8명 이내이다. 하지만 대구권 일부 의대는 10명대에 근접한 상태다. 신규 교수 채용엔 2~3년이 걸리는데 학생 수는 매년 늘어 기존 체계가 버티기 어렵다. 술기( 의사가 환자의 몸에 행하는 의학적 행동)실습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개별 피드백이 줄어 보충 수업이 일상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경북의 경우, 중증·고령 환자가 많아 실습 난도가 높다. 상급종합병원 의존도가 커 교육 인원 증가는 곧바로 진료 지연과 안전 부담으로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의 한 의대 A교수는 "정원부터 확정하고 인프라를 맞추는 방식은 학생 및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실습 병상, 교수 충원, 휴학 변수까지 포함한 현실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2~3년 뒤 교육 부실이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원규모를 정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제6차 회의는 6일 열린다. 정부는 10일쯤 최종 의사 수 증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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