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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던 손’으로 그린 문화유산…손원조 펜화전

2026-02-04 17:37

경주문화관1918서 8일까지 전시
한 작품에 몇 달…시간을 쌓는 펜화 작업
양동마을 관가정 내실 등 대표작
입춘첩 70여 점도 함께 공개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이 3일 경주문화관1918에서 열린 제3회 펜화전시회에서 작품 앞에 서 있다. 뒤로 양동마을 관가정 내실을 그린 펜화가 보인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이 3일 경주문화관1918에서 열린 제3회 펜화전시회에서 작품 앞에 서 있다. 뒤로 양동마을 관가정 내실을 그린 펜화가 보인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이 석굴암 본존불을 담아낸 펜화.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이 석굴암 본존불을 담아낸 펜화.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경주문화관 1918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선이 눈에 들어온다. 색을 덜어낸 자리마다 겹겹이 쌓인 펜선이 공간을 채운다. 취연(醉硯) 손원조 경주벼루박물관장(84)이 이달 3일부터 8일까지 여는 펜화전시회는 경주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한 기록자의 태도를 차분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양동마을 관가정 내실이다. 보물로 지정된 양동마을 관가정의 내부 공간을 세밀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한옥 건축의 구조와 리듬을 잘 드러낸다. 서까래의 굴곡, 기둥과 보의 맞물림, 처마 아래 형성된 빛의 여백까지 사진으로는 스쳐 지나가기 쉬운 요소들이 펜선 하나하나로 복원됐다. 화려한 연출 대신 공간이 지닌 시간의 두께가 화면에 남는다.


손 관장의 펜화는 잘 그린 그림보다 '오래 바라보게 하는 그림'에 가깝다. 국보인 불국사 범영루와 석굴암 본존불, 첨성대 등 익숙한 문화유산도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으로 놓인다. 석굴암 본존불 펜화에서는 신앙의 장엄함에 더해 조형의 안정감과 침묵의 깊이가 읽힌다.


이 같은 밀도는 작업 과정에서 비롯된다. 손 관장은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을 들인다. 그는 "윤곽을 잡고 선을 쌓아 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펜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빠른 완성을 목표로 한 그림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천천히 기록해 나가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전시장에는 경주읍성 야경과 양남 주상절리, 숭덕전·숭혜전·숭신전, 내남면 용장서원 등 경주의 장소성이 폭넓게 담겼다. 나아가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경기 남양주의 문도사 등 타 지역 유적까지 포함됐다. 작가의 기록은 특정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의 결을 따라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입춘첩 특별전이다. 손 관장이 50여 년 동안 모아온 지역 서화가 30여 명의 글씨와 그림 70여 점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생활 문화이자 문자 예술의 집적체인 입춘첩은 펜화와 나란히 놓이며 '그리는 기록'과 '쓰는 기록'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전시가 입춘이 낀 2월 첫 주에 열린 이유이기도 하다.


손 관장은 망구(望九)에 펜화를 시작했다. 개막 현장에서 그는 "눈은 좀 피곤해도, 펜화를 그리는 이유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배우고 또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일보 등 원로 언론인으로 오랜 기자 생활을 해 온 그는 이제 기사 대신 선으로 말한다. 이 전시는 회고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전시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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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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