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 ‘돌려막기’로 버티는 글로컬대학
일부 지자체 지원도 불확실
냉정한 평가, 대학에 책임 떠넘기기 의구심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지방대 육성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챗GPT 생성>
지방대가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었던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예산집행 혼선 등으로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현실 반영 여지는 줄이면서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해 대구경북 대학 현장에서 불만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글로컬대학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최대 1천억원을 지원하는 지방대 육성 프로젝트다. 대구경북에선 2023년 안동대·경북도립대 통합 모델인 경국대와 포스텍이, 2024년엔 경북대·대구한의대·한동대가 단독형으로 선정됐다. 여기에 광주·대전 보건대와 연합한 대구보건대까지 포함해 모두 6개 대학이 운영 중이다.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가 파격적 지원을 공언했지만 실제 집행구조는 기대와 많이 달랐다. 연간 200억원 지원이 예상됐으나 실제는 1차 년도 50억원, 2차 100억원, 3차 200억원, 4차 250억원, 5차 400억원 등 뒤로 갈수록 늘어나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 투자가 중요한 사업 특성과 맞지 않는다. 지역대학은 벌써부터 재원 부족에 몸서리치고 있다. 예산 지급 시점도 문제다. 대학 회계 연도는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이지만, 사업비는 성과평가 후 9월 이후나 연말에 교부됐다. 결국 대학이 교비로 먼저 집행하고 국비로 대체하는 '외상 운영' 구조가 굳어졌다.
국비가 줄면서 매칭으로 약정된 지자체 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자체가 100억원을 약정했어도 국비가 50억원만 내려오면 나머지 금액은 행정안전부 투자심사 면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개월이 걸린 뒤 면제가 확정돼도 추경이 지났거나 당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집행이 미뤄지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구권 A대학 관계자는 "약정은 거창하지만 실제 집행은 불확실하다"며 "국비·지방비 공백을 결국 대학 재정으로 메우는 구조가 고착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예산 축소에 따른 사업계획 조정도 난항이다. 대학들은 지난해 8월 정량 목표와 세부 사업을 수정한 계획서를 제출했다. 12월 보완 요구에 맞춰 실행계획을 다시 냈지만 아직 공식 확정 통보를 받지 못했다. 지역의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구두 설명만 있을 뿐 문서로 확정된 게 없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부담은 평가 구조다. 글로컬대학은 매년 S~D등급 성과평가를 받고 C등급부터는 사업비가 삭감된다. D등급을 두 차례 이상 받으면 탈락하고 지원금도 환수된다. 일부에선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여건을 만들어 놓고 평가로 탈락시켜 예산을 줄이려는 게 아니냐"며 의심한다. B대학 관계자는 "사업 성과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대학이 아닌 지역과 학생 중심으로 정책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당초부터 매년 200억원 일괄 지원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예산 교부 지연도 지난해 조정 과정 때문이고, 올해는 이미 50%를 지급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정 실행계획은 설 연휴 이후 중앙 RISE위원회에서 확정된다"며 "예산이 지자체를 거쳐 집행되면서 교부가 지연됐다. 집행 구조와 소통을 개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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