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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 (고를 력): 벼 포기 사이가 고른 모양

2011-08-2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0] (고를 력): 벼 포기 사이가 고른 모양


벼를 심는데 있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흩어 뿌리는 것이 하나요, 둘째는 일단 벼를 직접 뿌리지 않고 모판을 만들어 모종을 기른 뒤 그 모종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알맞은 간격으로 심는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흩어 뿌리는 직파(直播)보다는 모판에서 길러진 모종을 옮겨 심는 법이 제대로 된 농사법이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벼는 다른 농사와는 달리 주식으로 사용되는 농작물이기 때문에 흩어 뿌리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모판에서 어느 정도 기른 것을 옮겨 심는 법을 택해야만이 고른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파를 하지 않고 일단 모판을 만들어 놓고, 모판에 뿌릴 종자를 고를 때에도 신중을 기하여 알찬 것을 골라 뿌려야 하기 때문에 물에 볍씨를 담가 뜨는 것은 거두고, 잘 가라앉은 무거운 것을 종자로 써야 되기 때문에 ‘種’(종자 종)이라는 글자 또한 ‘무거운 볍씨’를 뜻하는 글자다.

그리고 그 많은 모들을 하나하나 논에 옮겨야 한다는 뜻에서 ‘移’(옮길 이)는 ‘禾’에 ‘多’(많을 다)를 붙인 것이며, 한 포기 한 포기를 옮김에 있어서도 전후좌우를 잘 살펴 벼가 익을 때까지 알맞은 한 가운데에 심어야 한다는 뜻에서 ‘秧’(모심을 앙)도 ‘禾’에 ‘央’(가운데 앙)을 붙인 것이다.

한편 ‘’(지낼 력)이라는 글자는 바로 모판에서 기른 모종을 논으로 옮겨 심을 때에 전후좌우를 골고루 골라 맞게 심어 한 해의 농사를 잘 지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이며, 동시에 논에서 벼를 수확할 때에도 전후좌우의 벼 포기를 아울러 잡아 베어 거두어 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뜻에서 ‘’에 ‘止’(그칠 지: 간다는 뜻으로도 씀)를 붙인 ‘歷’(지낼 력)은 한 해의 농사를 표준으로 한,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글자가 되었다. 그리고 ‘’에 ‘日’을 붙인 ‘曆’(책력 력)은 한 해 농사짓는 과정으로서의 절후를 적어 놓은 오늘날 달력을 뜻하는 글자로 썼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문명문화의 현상이 달라질 지라도 속담에 “뭐니뭐니 해도 코밑 진상이 최고”라고 했듯이 먹는 것을 생산해내는 농사가 가장 귀한 일이고, 농사의 흉풍이 곧 삶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똑같은 농사라 할지라도 흩어 뿌리는 직파는 크게 귀중한 작물이 아닐 경우에 그렇게 하지만, 벼농사처럼 아주 귀중한 작물은 모판에서 얻어진 모종을 하나하나 알맞게 자리매김하면서 정성스럽게 심고 가꾸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사회에 있어서도 아무렇게나 흩어져 살 일이 아니라, 너와 내가 참으로 더불어 잘 살아가려면 너와 내가 알맞은 간격을 두고 자리매김을 똑바로 하여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

‘秉’(잡을 병)은 벼 한 포기를 잡은 모양이다. 그러나 ‘兼’(겸할 겸)은 벼 두 포기를 아울러 잡은 모양이다. 그러하니 앞의 글자는 저만 잘났다고 추스르고 살아가는 모습이라 치면, 뒤의 글자는 너와 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사람을 모아 가르치고 배우는 배움의 장소를 모판이라 치면, 길러진 모종을 하나하나 자리매김해 주는 일이 곧 인간농사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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