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옷을 입기 시작한 때는 이미 수렵생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며 이 때 옷은 짐승에게서 얻어낸 가죽을 재료삼아 옷을 지어 입었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옷을 입는 실제 이유가 춥고 더운 자연 환경 속에서 몸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추운 북방에서는 짐승의 가죽을 재료 삼아 지은 옷이었을 수 있지만, 더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남방에서는 가죽보다도 오히려 뜨거운 햇볕을 가리는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는 정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옷은 기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만 추위를 가리려는 뜻이 더 큰 것이었기 때문에 옷은 남방에서보다는 추운 북방에서 더 절실했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상고시대에는 옷이 없었으므로 나뭇잎이나 짐승의 가죽을 취하여 몸을 가렸는데, 황제가 관면이나 의상을 만들어 보기에 엄숙하게 하였고, 신분의 등위를 구별토록 하였으니 이것이 곧 의상의 비롯이다(上古無衣裳, 取木葉皮革以蔽體, 黃帝爲冠冕衣裳, 以肅觀瞻, 以別等威, 爲衣裳之始)’(천자문주해)라는 풀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리고 다시 옷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이는 바로 황제의 딸이라고 전해오는 호조(胡曹)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여람’ 물궁편에 나타나 있다. 그러니 추측컨대 ‘호조’라는 이름 자체도 황제의 딸로서 모계사회에 있어서 북방의 어떤 지역을 맡아 다스리던 지도자의 이름이라 여겨진다. 그 옳고 그름이야 어찌 되든 간에 나뭇잎과 가죽 등 옷의 재료는 그 실용적 가치로나 삶의 형태에 따라 점차 변화를 거듭하면서 자연히 식물성 섬유로 발전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첫 머리에 등장한 것이 바로 ‘삼’에서 벗겨낸 것이다.
옷의 주요 재료의 하나인 ‘삼’은 우선 그 키가 아주 높은 다년생 식물로 이것이 밭이나 들에서 자라나 있을 때에는 ‘’(삼꽃 파)라 하고, 실용에 쓰는 삼대를 일러 ‘’(모시풀 시)라 하며, 이 풀의 줄기에서 손을 써 벗겨낸 섬유를 일러 ‘麻’(삼실 마)라 한다. 즉 들이나 밭에 있을 때에는 화초처럼 제법 보기 좋은 풀이며, 이것의 실용성은 삶의 세 가지 요소의 하나인 ‘의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명의 초목이라는 말이며, 나아가 가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섬유는 헛간에 부려 두고 여러 차례 벗기고 벗겨내야 하는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 곧 ‘麻’라는 말이다. 또 본디 키 큰 다년생 식물이기 때문에 ‘麻’라는 뜻에서 ‘크다’는 뜻이 있는 반면에 아주 ‘가늘다’는 뜻이 그 자체에 들어 있다. 그래서 ‘麻’에 ‘鬼’(귀신 귀)를 붙이면 귀신 중에서도 가장 큰 귀신을 뜻하는 글자가 되고, ‘手’(손 수)를 붙이면 남들 손보다 훨씬 큰 손이라는 뜻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손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그런가 하면 같은 ‘麻’에 ‘石’(돌 석)을 붙여두면 어떤 물건을 사나운 숫돌에 계속해 문질러 곱게 갈다는 뜻에서 ‘磨’(갈 마)가 된다. 옛 말씀에 “먹을 갈 때에는 병든 사람이 힘없이 갈 듯하고 붓을 쥘 때에는 장사가 결판을 낼 듯 힘껏 쥐어야 한다(磨墨如病夫, 把筆如壯士)”라고 하였다. 언제나 힘없이 할 것과 힘들여 할 것을 구분해야 하리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