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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전원 속 예술가들 .25] 윤명국·황현숙씨 부부

2012-11-13

우리의 예술혼도 불꽃처럼 타올라라

20121113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인 윤명국씨와 서양화가인 황현숙씨 부부가 내곡미술촌 1층 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른 추위에 난로에 불을 지핀 윤씨 부부는 난로 속 나무의 불꽃처럼 창작열을 뜨겁게 불태울 것을 다짐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하니 “고령군에 있는 ‘내곡미술촌’을 찾으면 된다”고 해서 일반 전원주택보다 규모가 큰, 그럴듯한 예술촌을 상상하고 나섰다. 고령읍에서 5분 이상 작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야 나오는 그곳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교실 8칸을 가진 작은 학교였는데, 이곳에 살림집에서부터 작업실과 전시실까지 들어차 있었다.

폐교를 활용해 작업실과 전시실을 만든 것은 자주 봤으나, 4명의 가족이 사는 살림집까지 교실을 활용해 만들었다고 하니 어떤 집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살림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교실로 만든 집에서 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령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예술촌
멋스러운 나무 그리고 산과 파란 하늘이
사계절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


20121113
윤명국·황현숙씨 부부가 살고 있는 내곡미술촌 전경.

조각가이자 행위예술가 윤명국씨와 서양화가 황현숙씨 부부는 이곳에서 15년을 살았다. 1997년 내곡초등이 폐교되면서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한다. 6개월과 2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 애들이 벌써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됐다.

“이곳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조각가 김성수 등 10여명이 같이 작업했지요. 하나둘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우리 가족만 남았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작업실로만 사용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윤씨는 “가족과 함께 이곳에 들어왔기 때문에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데다, 아내와 아이들도 이곳 생활에 크게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이 생활했던 작가들이 빠져나가면서 윤씨 부부는 자신들의 공간을 조금씩 넓혀나갔다. 지금은 1층에 작업실과 전시실, 2층에 살림집을 마련해 두고 있다. 살림집이 아주 넓었다. 교실을 개조해 만든 부엌, 침실, 아이들 방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밖에서 보면 교실을 개조한 표시가 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일반 집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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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국·황현숙씨 부부가 내곡미술촌 앞마당에 있는 피아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피아노는 윤씨가 행위예술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생각보다 집이 넓고 좋다”는 말을 건네자 윤씨 부부는 웃으며 “15년 전부터 개조작업을 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아무리 손을 대도 끝이 없다. 이 정도까지 만들려면 손이 얼마나 많이 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 자랑도 이어갔다.

윤씨는 “살림집과 작업실 등 우리 가족이 쓰는 공간이 600㎡ 정도 된다. 이렇게 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봤느냐. 집 앞에 펼쳐지는 정원도 수백㎡에 이르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도 수천㎡가 된다. 우리가 이렇게 부자”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아내 윤씨는 남편의 옆구리를 살짝 찌른다. 너무 과장되게 말한다는 핀잔이다. 하지만 황씨도 남편 말에 아주 반대하지는 않았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곳에 처음 들어와서는 손을 댈 곳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시작해야 될지 난감했어요. 이제야 집처럼 보이지만, 그때는 전혀 아니었지요. 모두 남편이 애쓴 덕분입니다. 이제는 이곳에 저희 손때가 너무 많이 묻어 있고, 정도 들어 떠난다는 상상을 못해요. 어디서 이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집을 얻겠습니까.”

황씨의 말을 듣고 부엌에서 창밖에 펼쳐진 정원을 바라봤다. 넓은 잔디밭에 있는 약간 등이 굽은 소나무, 소담스러운 멋을 주는 향나무, 노란 잎으로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는 황씨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 뒤로 크고 작은 산이 자리 잡고, 그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철철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나오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고 두 부부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는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학교 교실을 고쳐 갓난애를 키우며 생활해야 한다는 것에 아내 황씨가 더 큰 부담을 안았다. 그래도 이곳에 들어오도록 결심을 굳게 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결혼한 뒤 경산의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끼리 살 때는 괜찮았는데, 아이를 낳으니 공기가 안 좋은 것이 내내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아이들 건강 걱정 때문에 고령 폐교로 가자는 남편의 제안을 결국 승낙했지요.”

이곳에 들어온 뒤 황씨는 자신의 일상과 작업패턴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골생활이 너무 조용하고 평온해 답답하고 지루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이런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이곳에 사람이 없으니 혼자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지요. 손뜨개와 홈패션 등을 배워서 계속 일거리를 만들고, 작업에도 매진하게 됐지요. 이런 환경이 새로운 재미를 주더군요.”

황씨는 자신의 옷을 거의 만들어 입는다고 한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과 모자 등도 만든다. 그림작업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그전에는 주로 추상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곳에 들어온 뒤로 서서히 구상작업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기와나 나무 등에 야생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제 그림 속의 소재가 되더군요. 고향이 강원도인데, 이곳의 풍광과는 전혀 달라요. 새로운 풍경이 결국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이것이 결국 작품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지요.”


소박한 생활에 부부의 작업패턴도 변화
“뜻을 같이 하는 예술인들을 모아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간으로 만들고싶어”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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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황현숙씨의 작품. 봄의 기억(위)과 야생화(아래).

이곳에 들어온 뒤 윤씨도 조각작업을 주로 하던 데서 행위예술로 활동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설치작업을 하면서 행위예술을 곁들여 했는데, 요즘은 행위예술가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내곡미술촌에서 ‘고령국제행위예술제’를 열어 문화 소외지역에 문화를 전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행위예술을 선보여 행위예술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예술가로 활동하는 것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본업은 조각가”라며 “언젠가는 조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또 다른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 현재 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들여 ‘고령민속촌’을 만들겠다는 꿈이다. 혼자의 힘으로 매입이 힘들다면 뜻을 같이하는 예술인들을 모아 공동으로 출자하고, 미술·음악·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처럼 원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늘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자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연의 놀라운 힘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체험함으로써 지치고 좌절하는 마음을 다시 곧추세운다는 설명이다. 그에게 자연은 꿈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손동욱 기자 dingdong@yeongnam.com


● 윤명국= 영남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를 비롯해 서울, 일본, 호주, 필리핀 등에서 10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행위예술 공연에 300여회 출연했다. 현재 고령국제행위예술제 대표, 김천대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황현숙= 성신여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다. 국내외에서 1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룹전과 공모전 등에 200여회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구상전, 청백여류화가회, 대가야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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