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비하 게시글·댓글 난무…화합 무드 찬물
‘개쌍디언, 과메기 vs 전라디언, 홍어’
최근 대구시와 광주시는 ‘달빛동맹’으로 영·호남 교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영·호남 네티즌이 서로를 비하하는 악성 게시글과 댓글을 쏟아내고 있어 화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경산 자살고교생 가해학생 2명 혐의인정’이란 제목의 기사에 대한 댓글은 이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사에 달린 2천여개의 댓글은 사건에 대한 내용보단 경상도와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역쒸 갱쌍도 개쌍디언(경상도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들답네’ ‘원래 경상도에 저런 사람 없는데, 전라도에서 고향 세탁한 홍어(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임이 분명합니다’ 등과 같이 한쪽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글로 선제공격을 하면 더 자극적인 용어로 반격하는 식이다.
타 지역의 뉴스를 다루는 기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일 포털사이트 메인에 오른 ‘세종·강원·제주, 술·담배·비만 전국최고’라는 기사의 댓글 중 절반 이상은 ‘홍어들 또 거짓말했네, 전라인민공화국 독립해라’ ‘명불허전 견상도 흉노들’ 등으로 비하 일색이다.
심지어 서로의 아픈 과거사를 들춰내 섬뜩하고 선동적인 용어도 거리낌없이 등장한다. 상대방을 누가 더 자극하는지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통구이’ ‘5·18폭도’는 영호남을 비하하는 대표적 인터넷 용어다. 통구이는 대구지하철참사에서 숨진 피해자를 희화한 것이고, 5·18 폭도는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해 광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하는 단어다.
‘일간베스트’ ‘오늘의 유머’ 등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도 이념성향에 따라 반경상도와 반전라도 성향을 띠는 내용이 부지기수다.
실제 2일 하루 동안 ‘전라도 홍어들’ ‘경상도 정권의 원죄를 아시나요’ 등의 비하 글이 수백건씩 올랐다. 이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유저 중에는 국내 오피니언 리더에 해당되는 지식인도 다수여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현실인식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수도권 집중화가 날로 심해지는 현실에서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 다투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양쪽 모두 과거에 얽매일 게 아니라 힘을 합쳐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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