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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혜택 내세워도 지역대학 입학은 “NO!”

2013-04-15

[<영남일보 연중기획>상생 지역격차 해소] <1부> 기울어진 축구장, 부러진 사다리 (8) In-Seoul 러시

파격적 혜택 내세워도 지역대학 입학은 “NO!”
경북대 잡(Job) 플라자의 미팅룸에서 학생들이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지역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손동욱 기자 dingdong@yeonganm.com

대한민국 인구의 47.2%, 사업체의 45.6%, 30대 기업 본사의 88.5%, 지역 내 총생산의 47.7%, 금융 거래 비중의 70.4%(국립대발전방안연구보고서·2012)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이미 주요한 경제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의 몫이다.

고등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은 대학의 38.4%, 입학정원의 34.8%(2009년)를 차지하는데, 수도권 대학 입학생의 48.8%가 비수도권 고교 출신 학생에 의해 충원되고 있으며 수능성적 상위 5%의 우수학생 80%(2003년)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문화단체의 59.6%, 문화 매출액의 84.5%가 쏠려있는 수도권에 젊은이가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당초 비수도권이 이겨낼 수 없는 견고하고도 차별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무작정 인(IN) 서울

경북대의 글로벌인재학부 입학생에게는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이 면제된다. 식대를 포함한 기숙사비도 면제다. 재학 기간에 해외어학 연수비 지원은 물론 해외봉사활동, 해외인턴십, 해외 교환학생, 외국대학 복수학위제 신청의 기회도 주어진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전액이 면제되며, 세계 100위 이내 대학원에 진학하면 초기 비용 일부도 지원해 준다.

삼성전자와 경북대가 손을 잡고 야심차게 개설한 모바일공학과. 입학과 동시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이 학과에는 4년간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며 학업지원금도 지급된다. 기숙사 무료제공, 무료 어학교육 지원, 교과목 튜터 배정 등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재학 중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공동연구 인턴과정을 이수함으로써 졸업생은 대학원 석사과정과 맞먹는 개발 능력과 프로젝트 실행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지는 이들 학과는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기 일쑤다. 30명 정원인 글로벌인재학부는 올해 13명을 뽑는데 그쳤다. 2010년 문·이과 각각 30명으로 출발한 글로벌인재학부는 학과 개설 이후 단 한차례도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

모바일 공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30명 정원에서 올해는 2명이 빠졌다. 대기업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에서 ‘삼성전자 입사’를 무시할 만큼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조교영 경북대 입학본부장은 “모바일 공학과와 비슷한 성격의 성균관대 반도체학과의 경우 경쟁률과 입학생 성적이 월등하게 차이난다”면서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 인적 자원의 서울 집중화를 막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씁쓸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설득력 있게 꼽히는 것은 졸업 후 진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지역 인재의 유출이 가속화된다는 것.

파격적 혜택 내세워도 지역대학 입학은 “NO!”

대구·경북지역 인재 유출입 수지 분석 결과, 2010년 현재 대구·경북 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의 20%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2004년 17.8%이던 취업 이동이 2006년에는 19.5%, 2009년에는 20.6%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다른 지역 전체 유출률도 대구가 47.9%, 경북이 65.9%에 이른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지역의 평균교육 연수가 1년 증가할 때 총 생산성은 3% 정도 증가하고, 도시의 평균 인적자본이 1년 증가할 경우 개인의 임금도 약 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등의 정책적 접근이 없으면 일자리, 정보, 문화여건에서 압도적으로 수도권이 우세한 상황에서 아무리 자구노력을 한다 해도 지역 대학은 고사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몰락으로 이어져

‘묻지마 인 서울’은 불가피하게 지역대학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어려운 암호문이나 요즘 젊은이가 주로 쓰는 은어가 아니라, 입시전문가나 수험생이 언급하는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로 이어지는 서울 소재 톱 10위 대학 이름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한국 대학의 뚜렷한 서열구조다. 이 다음으로 ‘건동홍숙, 국숭세단’이 뒤를 잇는다. 경북대는 이같은 수직 서열화의 어디쯤에 자리잡고 있을까.

대구 송원학원이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학년도 경북대 영어영문학과는 경희대 경영, 중앙대 경영·행정, 성균관대 국어국문 등과 나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계명대는 숭실대, 인하대, 아주대 등의 윗자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인 2000학년도 경북대 영어영문학과는 한양대 경영, 서울시립대 영어영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서강대, 성균관대에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다시 10여년 뒤. 2013년 입시에서 배치표상 경북대 영어영문학과는 인하대 경영학과, 숭실대 행정학과, 아주대 영어영문, 동국대 철학과 등과 비견되고 있다. ‘경대를 갈까 연·고대를 갈까 고민하던’ 생각은 부모세대에 해당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서울 상위권 10개 대학과 경북대는 더 이상 비교 대상이 아니다.

윤일현 대산학원 이사장은 “지역 학생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대학은 점차 2류로 취급받고 있으며, 지역의 국립대·사립대·전문대는 연쇄적으로 입학생 수준이 한 단계씩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연구원 김혜진 박사는 “지역 대학의 문제는 지역 고교 및 지역 산업계와도 긴밀히 연결된다”며 “지역 인재의 유출은 결과적으로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지역 기업, 지역 경쟁력 약화, 인구유입에 악영향 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균형발전 없는 국가경쟁력은 어렵다. 더욱이 지역 대학 없는 균형 발전도 불가능하다. 지역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그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의 문제는 개별 대학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이며 수도권과 지역 상생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이라는 명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신 경북대 기획처장은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인프라는 물론 대학도 수도권의 전유물이 돼 버렸다. 이처럼 지역 대학의 위기는 수도권과 지역간의 구조적 모순관계에 얽혀 있다. 이를 타개하는 방안은 한마디로 지역 상생발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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