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TV에 나오던 그 몸짱할아버지가 대구의 영어선생님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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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민생활체육 북구연합회장배 보디빌딩대회 겸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대회’에 출전한 서영갑 보디빌더가 몸매를 뽐내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아내가 처음엔 ‘노망했느냐’고 말리더군요
방송 50여차례 출연…태국 식당에까지 사진 걸려
양 발목에 2㎏짜리 모래주머니 차고 다니죠
길에서 한 할머니가 ‘어이 총각’하고 부르더라고요
지난 달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때마침 가왕 조용필이 63세의 나이에 ‘헬로’와‘바운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에선 특별한 게 아니다. 비틀스의 전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는 70세에 2012 년런던올림픽 개막식 라이브콘서트를 했으며, 재즈음반을 내기도 했다. ‘100세시대’진입을 목전에 두고 우리나라에서 60~70대는 이젠 뒷방늙은이가 아니다. 50대 이상으로 한정됐던 보디빌딩선발대회에서도 몇년전 60세·70세 이상급이 생겨나더니 지난해엔 75세 이상급이 새로 추가됐다. 식스팩을 지닌 ‘몸짱 어르신’이 등장해 젊은이 못지않은 몸매와 강철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 고3담임 맡으며 아령을 들다
“운동은 ‘다음에 보자’가 아니고 지금 당장 시작해야합니다. 또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만듭니다.”
서영갑씨(78)는 중학교 교장 출신 보디빌더로, 전국 최고령 현역이다.
“경북고, 경북여고, 달성고 등지서 40여년간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전과수업,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40대 중반에 고3담임을 주로 맡다 보니 체력이 달리더군요. 당시엔 키도 작고 몸도 마른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3㎏짜리 아령을 갖고 집에서 재미삼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점점 몸에 근육이 붙고 탄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 전 교장은 1989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덤벨, 역기, 벤치 등 헬스기구를 마련해 지하실을 헬스장으로 꾸미고 ‘안호(安湖)체육관’으로 이름 붙여 이웃주민에게 무료로 개방도 했다. 안호란 ‘호수 같이 편안하다’는 의미로 그의 아호이기도 하다.
“처음엔 몇몇 이웃주민과 함께 운동을 했는데 샤워실도 없고 헬스기구도 부족한 탓에 다 떠나버리더군요. 결국 혼자 하루 2시간씩 운동을 했습니다.”
◆ 64세에 첫 출전 50여 차례 입상
그는 정년퇴직 4년을 앞둔 60세 때 우연히 미스터대구선발대회포스터를 보고 대구시민회관에 들러 경기를 관람했다.
“화려한 조명에 울퉁불퉁 번쩍거리는 근육을 보니 황홀하더군요. 나도 퇴직하면 반드시 저 무대에 서리라고 다짐을 하고 더욱 운동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은 그가 대회에 나가는 걸 못마땅해 했다.
“영감쟁이가 노망했나? 주책바가지라며 말리더군요. 허허허. 하지만 방구석에 누워 골골거리며 병치레를 하면 어떻게 할래. 또 삼식이가 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설득을 했지요. 결국 마음대로 하라더군요.”
그는 99년 8월 정년퇴직을 하고부터 헬스클럽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몸을 단련했다. 이어 두달 뒤 열린 미스터대구보디빌딩선발대회 남자 50세 이상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각종 보디빌딩선발대회에 출전해 50여 차례나 입상을 했다. 또 스타킹, 아침마당, 개그콘서트, 생로병사의 비밀, 강연 100℃ 등 여러 공중파방송 프로그램에 50회 이상 출연해 몸짱 노인이 된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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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갑 보디빌더의 노년운동처방
① 과부하의 원리= 근력운동은 처음부터 무거운 것을 들지 말고 천천히 하라. 3~5㎏아령 두개면 충분하다. 스트레칭, 팔굽혀펴기부터 시작하라. 유산소운동은 축구, 농구 등 과격한 것보다 걷기, 달리기, 등산, 수영 등이 좋다.
② 점진성의 원리= 점차 속도와 강도, 횟수를 증가시켜라. 하루 30분~1시간, 주 2∼3회가 적당하다.
③ 지속성의 원리= 의지와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하라. 단 하루 근력운동을 했다면 다음날은 쉰다.
④ 특수성(개인성)의 원리= 남이 한다고 따라하지 말 것.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게 운동을 해야 한다.
◆ 강한 이미지 주려 5년전 삭발
건강관리에 대한 특강 요청도 종종 들어왔다. 운동교재도 직접 만들어 노인학교와 복지관 등에서 강의를 한다. 2005년부터 곽병원 부설 건강대학에서 매년 ‘아령을 이용한 웨이트트레이닝’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가끔 길에서 그를 알아 본 아이들이 “와! 몸짱 할아버지”하면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몇년 전 태국 방콕에 가족여행을 갔는데 한 한국식당에 그의 사진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유명해진 걸 알게 됐다. 2011년 노인의 날 기념식 때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 무대에 올라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5년 전부터 삭발을 감행했다. 운동을 하고나서 씻기가 편할뿐더러 강한 이미지를 풍기게하기 위해서였다. 보디빌딩대회출전을 반대했던 부인은 이제 그의 매니저가 돼 방송출연과 특강관리를 한다.
서 전 교장은 퇴직 후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고부터 교직생활 때보다 더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보디빌딩심판자격증,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을 따고 보디빌딩대구연합회 이사로도 활약했다. 또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40년 영어교사 경험을 살려 2002월드컵, 2003대구유니버시아드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영어통역자원봉사를 했다. 이뿐만 아니다. 10년간 역임했던 대구향교 장의(掌議)경험을 살려 일주일에 두번 지산어린이집과 줄리어드어린이집에서 3·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또 퇴직교원모임인 진우회에서 매달 4차례 경상감영공원과 달성공원 등지서 청소를 하며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한다.
유명 건강전도사가 되자 그에게 경험을 살려 헬스장 운영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언도 가끔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다.
“지금 황금 같은 시간을 돈 버는데 활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보다 즐겁게 사는 게 더 좋잖아요.”
서 전 교장은 운동을 하면 근력은 물론 균형 감각이 생기고 당뇨, 고혈압은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당당한 노년의 삶을 살려거든 근력을 키워야합니다. 30대 후반부터는 몸에 근육이 빠져나가고 대신 지방이 축적됩니다. 10년 전과 체중이 같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방심하면 안돼요. 근육은 행복발전소이자 건강발전소입니다.”
◆ 신체나이 40대…근력이 중요
서 전 교장의 연령은 78세이지만 신체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운동을 시작한 뒤부터는 자신감에다 자신력(力)이 생겼다. 그는 ‘운동의 생활화, 생활의 운동화’를 지향한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고 기구가 없어서 운동을 못 하겠다는 말은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소파 아래 발을 걸치고 윗몸일으키기, 방바닥에서 팔굽혀펴기, 벽을 짚고 깨금발 하기, 의자에 앉아 다리 들어올리기 등 현재 위치하고 있는 자리에 모든 운동시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평소 두 발목에 각각 2㎏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지하철에서도 손잡이를 잡은 채 깨금발을 하면서 운동을 합니다. 자리를 비켜주는 젊은이가 있지만 정중히 사양하지요. 허허허.”
서 전 교장은 조깅이나 워킹, 등산도 좋은 운동이지만 유산소운동만 하면 편식과 같아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균형 있는 운동이 된다고 믿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연령대에 맞게 무리하지 않은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길을 가는데 뒤에서 한 할머니가 ‘어이 총각 길 좀 물어보자’고 말을 걸길래 뒤를 돌아봤더니 할머니가 ‘어! 총각이 아이네’하며 계면쩍어하더라”면서 “장수하기 위해 운동을 하기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내가 하는 운동의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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