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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y피플] ‘여자 세팍타크로 1호이자 1인자’ 경북도청 박금덕

2013-07-06

편견과 무시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코트 위 ‘싱또’ 어깨 쫙∼
<박금덕의 별명, 태국어로 ‘라이언 킹’>

20130706
국내 세팍타크로 여자 선수 1호이자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박금덕이 지난 1일 선화여고 체육관에서 연습 도중 잠시 짬을 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박금덕은… 영천 선화여고·위덕대 졸업,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체육교육과 졸업(석사),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체육과학 수료(박사). 2002·2006 아시아게임 팀이벤트 3위, 2010 아시아게임 더블이벤트 3위, 2009 세계대회 더블이벤트 준우승, 2005·2006·2007·2009·2010 전국체전 우승. 2011 경북최고 체육상(단체상)

20130706
박금덕의 주특기인 시저스킥.

삭발은 우승 전략
2004년 팀 창단 첫해 체전 결승서 쓴맛
남다른 각오 다지기 위해 머리 밀었죠
지금까지 다섯 번 삭발해 모두 우승
동료들 내 모습 보고 힘 내는 것 같아


박사 선수 그리고 천사표
공부든 운동이든 결국 자신과의 싸움
선수라고 운동만 해선 미래 없어
후배 위해 5년째 월급 쪼개 장학금도…
비인기종목 서러움 정말 많이 겪었죠
김형산 감독님 열정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

요즘 ‘금녀(禁女)의 벽’은 대부분 허물어졌다. 과거 남성 중심이었던 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축구에서부터 권투와 격투기까지, 여성이 못하는 운동은 없다. 물론 어느 운동 종목이든 여성 선구자는 있기 마련이다. 그들 대부분은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경우 주위의 편견과 무시로 인한 서러움까지 감내해야 했다.

세팍타크로 국내 여자 선수 1호인 박금덕(32)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보다도 독했다. 일반인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종목의 여자 선수로 살아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자존심을 지키고 성공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고난과 시련은 그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자양분이었다. 그는 결국 최고가 됐다. 세팍타크로 여자 선수 1호이면서 1인자가 됐다. 그래서 그의 별명도 태국어로 라이언 킹을 뜻하는 ‘싱또’다. 이 별명은 태국 세팍타크로 여자국가대표 감독이 방한했을 때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박금덕은 삭발하는 여자선수로 알려져 있다. 삭발을 하는 이유는 짐작대로였다. 이를 악무는 것만으론 자신이 목표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효과도 컸다고 했다. 지금까지 5차례 삭발을 했는데 우승을 못한 적이 없다고. 앞으로 삭발을 더 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수긍이 갔다. 남자 선수도 잘 하지 않는 삭발을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하기 쉬울 리 없다. 삭발을 하지 않고 소속 실업팀(경북도청)이 우승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박금덕은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했다. 주위에서 보기 드물게 석사도 아닌 ‘박사 선수’다. 부모님에게 전원주택을 선물하겠다는 효녀이자, 월급을 쪼개 어려운 후배 선수들을 돕는 천사표 언니다. 운동과 공부뿐 아니라 선행으로도 귀감이 되고 있는 그가 궁금했다. 지난 1일 영천 선화여고 체육관에서 훈련 중이던 그를 만났다.


-세팍타크로를 하게 된 계기는.

“현재 경북도청팀 감독인 김형산 선생님(선화여고 체육교사)의 권유로 고2때부터 시작했다. 저뿐 아니라 동료나 후배 선수들도 감독님을 빼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 그만큼 저희를 끌어주고 밀어주신다. 감독님은 저의 인생 멘토다.”



-비인기종목 선수로서 힘든 점도 많을 텐데.

“처음엔 정말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 이 종목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감독님의 열정과 노력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겪었기에 열심히 운동해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이후 세계대회에 나가서 입상 하고, 전국체전에서도 수차례 우승하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됐다.”



-주위의 도움도 필요했을 것 같다.

“선화여고를 오래 전에 졸업했지만 요즘도 매일같이 학교 체육관에 온다. 아마 저보다 이 학교를 많이 다닌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 팀이 이 체육관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분은 학교 이사장이신 돈관스님(은해사 주지)이다. 돈관스님께선 저희 선수들에게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전국체전 등 경기때마다 기도도 해주신다. 저희가 힘들 때 스님을 뵈러 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한참을 웃다가 온다. 웃다보면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게 된다. 또 돈관스님 외에도 경북도체육회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10년 전국체전에서 경북도청 남·여팀이 동반우승을 하고 난 후, 이듬해 무릎부상을 당해 무척 힘들었다. 결국 2011년 전국체전에서 사상 최악의 성적인 5위를 했는데, 주위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삭발은 언제부터 했나.

“2004년 경북도청 세팍타크로팀이 창단되면서 입단했는데 그해 전국체전 결승전에서 패했다. 그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 각오를 다지고 싶었다. 결국 그해 동계훈련 때 처음으로 삭발을 했다. 사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무척 싫었다. 그런데 삭발을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운동에만 집중하게 됐다. 삭발은 팀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들어가면 팀원 전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 팀원들도 삭발한 내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 것 같았다. 매년 삭발을 하는 것은 아니고 팀의 결속과 정신무장이 필요할 때 한다. 지금껏 다섯 차례 삭발 후 우승을 하지 못한 적이 없으니 효과는 100%다. 삭발이 우승전략인 셈이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학원 공부도 감독님의 권유로 하게 됐다. 대학원 진학하기 전에 고민도 많이 했지만, 선수생활 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감독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 결심을 굳혔다. 감독님은 늘 운동선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그래서 우리 팀원 모두 새벽운동을 하기 전 20분가량 독서를 한다. 그리고 고교 선수인 제 후배들은 정규수업을 다 듣고 운동한다. 공부든 무엇이든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선수라고 운동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 앞으로 감독님처럼 훌륭한 체육 지도자가 되고 싶다. 제자들이 사회적 주체로 살면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



-생활력도 강하다던데.

“월급 모아서 저축 조금하고 부모님 모실 전원주택 마련하려고 나름대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후배 선수들을 돕고 싶어 2009년부터 매년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향후 목표는.

“좌우명이 ‘우물을 파되 한 우물만 파라. 샘물이 나올 때까지(슈바이처)’다. 이 말처럼 지금까지 앞만 보고 한길로만 달려왔다. 지금 되돌아보니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언제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순 없겠지만,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세팍타크로는 제 인생 자체다.”
허석윤기자 hsyoon@yeongnam.com


한국의 족구와 유사… 동남아시아서 대중 스포츠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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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덕이 합숙훈련을 하며 동고동락하는 팀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 세팍타크로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라는 뜻의 세팍(sepak)과 타이어로 ‘공’을 뜻하는 타크로(takraw)의 합성어다.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운동으로, 우리나라 족구와 유사하다. 하지만 세팍타크로는 바닥에 공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점에서 족구와 큰 차이가 있다. 1.45m 높이(남 1.55m)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대결을 펼쳐 3세트(1·2세트 21점, 3세트 15점) 중 2세트를 먼저 이기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경기 종류에는 팀(3인제 단체전) 이벤트, 레구(3인제 경기) 이벤트, 2인제가 있다. 원래는 등나무 줄기로 만들어 구멍이 12개인 공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특수 플라스틱 재질의 공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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