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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공룡발자국' 물속에서 길 잃다

2013-09-13

“화석산지 무려 60여곳” 1억년전 대구경북은 공룡왕국의 수도였는데…

최근 확인된 군위 의흥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지난 6일 위클리포유 대구지오팀이 임성규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와 함께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답사한 가운데, 임 명예교수가 공룡발자국을 조사하고 있다. 이곳은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장이 제보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대구는 한반도 ‘공룡의 수도’였다.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현재의 경상도 일대는 직경 150㎞나 되는 거대한 호수였다. 습지와 늪, 수풀로 우거진 호수는 북쪽으로 안동, 동쪽으로 영덕과 경주 건천, 서쪽으로 성주, 남쪽으로 전남 광양에 이르렀다. 호수는 공룡의 낙원이었다. 그 호수의 중심에 바로 대구가 위치한다.

대구가 중심인 경상분지(영남지역)는 공룡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생대 백악기 퇴적지층이다. 남한 지역에는 규모가 가장 큰 경상분지 말고도 해남분지, 능주분지(전남 화순 일대), 진안분지, 공주분지, 음성분지, 풍암분지(강원 춘천 일대), 남양분지(시화호 일대) 등 10여곳에 크고 작은 퇴적분지가 있다. 이곳에서는 공룡화석을 비롯해 익룡·새·연체동물·어류·곤충 및 식물화석 등 다양한 화석과 퇴적구조가 발견되고 있다. 이 중 공룡의 흔적은 주로 중생대 백악기 퇴적지층인 경상지층에서 발견된다.

양승영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는 “전 세계 족흔학자(동물발자국의 흔적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입을 모아 남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는 곳이라 말한다”고 하면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100여곳. 이 중 대구지역은 10여곳, 경북지역은 50여곳이다. 전국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수만 해도 1만개가 넘는다. 대구의 경우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시청에서부터 평균 12㎞ 내에 위치한다. 신천·매호천·욱수천 등 하천지대를 비롯해 앞산 고산골·북구 노곡동 부엉덤이·동구 지묘동·달서구 신당동·동구 신서동 등지의 계곡이나 배수로 등지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됐다. 대구 일대가 공룡이 서식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기에 공룡발자국이 그만큼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임성규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는 “인구 250만명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 도심에 이처럼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많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대구시 전체가 야외자연사박물관인 셈이다. 하지만 대구가 ‘공룡의 수도’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대구관남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추인호 지도교사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구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란 것을 아는 시민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양 교수는 “1994년 대구 신천 수성교~동신교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은 대구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룡화석이지만 지금은 물에 잠겨있다”며 “보(洑)를 없애든지, 위치를 옮기든지 해서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해야 천연자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구는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보고임에도 입간판이 있는 곳이 겨우 2곳뿐일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이번주 위클리포유는 대구시와 군위 등 인근 경북지역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취재했다. 정만진 위클리포유 대구지오 자문위원과 함께 수성구 욱수천을 탐사했다. 또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장이 제보한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임 교수와 함께 답사했다. 대구에서 발족한 한국화석회 회원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북대자연사박물관, 대구과학교육원 화석탐사관도 소개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