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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룡의 흔적을 지우는 대구, 공룡의 흔적을 지키는 광주

2013-09-13
[기고] 공룡의 흔적을 지우는 대구, 공룡의 흔적을 지키는 광주

우리나라의 공룡 관련 화석은 1972년 경남 하동군 금남면 수문동의 바닷가 지층에서 경북대 양승영 교수에 의해 공룡알 화석이 최초로 발견됐다. 공룡뼈는 경북 의성군 금성면 청로동 산중턱 도로변에서 부산대 김항묵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은 먹고살기 바쁜 시절이라 공룡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룡은 선진국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것으로만 여겼다.

이후 82년 양승영 교수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일대를 조사하던 중 해안 곳곳에 널려있던 공룡발자국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2004년 고성공룡박물관이 그곳에 만들어졌고, 2006년부터 3년마다 공룡엑스포가 개최되고 있다. 지금은 공룡발자국 하면 전 국민이 경남 고성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대구시민이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1994년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 무렵, 신천변을 걷던 한 시민이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 신천하상에서 4족보행을 하는 용각류 공룡발자국 50여개를 발견했다. 당시 대구지역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시민들도 공룡발자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후 성서지구택지개발공사가 진행되던 와룡산 일대를 비롯해 동구 지묘동 팔공보성2차 아파트 앞 도로변, 북구 노곡동 경부고속도로변, 수성구 욱수천 태왕레전드아파트 앞, 수성구 매호천 대백SD아파트 앞, 앞산 고산골 입구 하천, 대구지방경찰청 뒤편 무학산 등산로 등 10여곳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전 세계 어느 도시를 둘러봐도 도심 한가운데 공룡발자국이 이렇게 흔하게 나타나는 곳은 없다.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바닷가에서 물갈퀴가 달린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추가조사에 의해 공룡과 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국회를 설득해 2007년 한반도 남서쪽 가장 끝 마을에 해남공룡박물관을 건립했고, 박물관은 해마다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광주시는 남해안 공룡발자국화석산지를 세계지질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주일간 제11차 세계중생대육성생태학회를 개최했다. 행사기간에 전 세계의 공룡학자들이 대거 광주를 방문했다.

대구시는 다른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구의 아이들은 시내버스만 타면 어디든지 쉽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 접근할 수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있는 대전지역 어린이들은 주말마다 과학관에 가서 다양한 과학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어린이들은 1년에 한번쯤 큰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다.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대구과학관에 그 기대를 가져보려 하지만 도심에서 30여㎞ 떨어진 그곳에 어떤 부모가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까?

대구는 교육도시인지, 첨단과학도시인지, 첨단의료복합단지인지, 섬유도시인지, 그 정체성을 알 수가 없다. 과거 ‘대구’ 하면 사과가 떠올랐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담대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대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룡발자국이 도심에서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주 학생들과 욱수천, 상동교, 범어천 등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방문했다. 욱수천은 콘크리트로 방호벽을 쌓아두었는데,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발자국 주변에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로 막아두면 발자국이 보존되는가? 오히려 철근을 박는다고 엄청 두들겼으니 발자국이 보존된 지층 내부는 파손될 대로 파손됐을 것이다. 자동차의 앞유리가 날아온 돌조각에 맞아 금이 간 상태에서 고속주행을 계속하면 차체의 진동에 의해 결국 앞유리가 깨어지듯 1억년 전에 퇴적으로 형성된 공룡발자국 지층도 오랜 기간 풍화작용으로 미세한 균열이 나있는 상태다.

북구 노곡동 경부고속도로변에 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보려면 고속도로 갓길을 걸어가야 산지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잡풀로 우거져 전문가인 필자조차도 찾을 수가 없다. 동신교 인근에 있는 신천의 공룡발자국은 설명조차 엉터리였다. 물속에 잠겨 보이지도 않는 공룡발자국화석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어떤 감흥을 받을 것인가?

대구는 1억년 전 우리나라에 살던 공룡의 수도였음을 모든 국민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의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김태완 청구고 지구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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