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거미줄도 무용지물…이번 악당은 대체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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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은 성공적인 리부트다. 전작(샘 레이미의 3부작 ‘스파이더맨’)의 부담감을 감수하며 모든 걸 무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전세계 박스오피스 7억5천만달러(한화 약 7천791억원)라는 흥행 성적이 말해주듯 ‘스파이더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보다 확실히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정면 돌파로 승부수를 걸었던 마크 웹의 의미있는 도전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2년 만에 돌아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이하 ‘스파이더맨2’) 역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케일과 볼거리로 무장했다. 무엇보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 중 가장 젊고 매력적인 뉴페이스로 떠오른 피터 파커가 본격적인 영웅담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는 점에서 한층 기대와 관심이 모아진다.
고교를 졸업한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이제 스파이더맨의 삶에 완전히 적응했다.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해주는 틈틈이 사랑하는 연인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와의 데이트도 즐긴다.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도시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그를 친근하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 중 일어난 우연한 사고로 일렉트로로 변한 오스코프사의 전기 엔지니어 맥스(제이미 폭스)가 뉴욕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다. 맥스는 뉴욕시내의 정전사태를 불러올 만큼 가공할 능력을 지니고 있고, 이를 제지하려는 스파이더맨과 맞붙는다. 여기에 피터의 오랜 친구였던 해리 오스본(데인 드한)까지 맥스와 연합해 스파이더맨을 위협한다.
‘스파이더맨2’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피터 파커의 성장담에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슈퍼 히어로로서의 책임감은 커졌고, 연인과 가족 사이에서 그의 자아찾기의 여정은 심도있게 다뤄진다. 특히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그웬 스테이시와의 로맨스는 한층 부각됐다. 스파이더맨을 단순히 볼거리에만 치중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풍성한 이야기까지 알차게 채워진 슈퍼 히어로 영화가 되길 바랐던 마크 웹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주목할 건 전편보다 확장된 갈등과 마주한 피터지만 보다 여유있고 쾌활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슈퍼 히어로로서의 삶을 즐기는 여유는 물론, 마치 자신이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아버지인 양 모든 것을 책임지고 포용하려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전지전능한 거미의 능력을 부여받은 피터 파커의 화려한 액션은 전편을 훨씬 능가한다. 일단 시작부터 화끈하다. 엄청난 스피드로 뉴욕 상공을 활강하고, 이내 좁은 마천루 사이를 자유자재로 횡단하며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스펙터클함이 돋보이는 이 장면은 스파이더맨의 시점으로 설정돼 화끈하고 사실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 짜릿한 쾌감으로 절로 엉덩이가 들썩여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피터가 상대해야 할 적들 역시 더욱 강력해졌다.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인 공포감을 유발하는 일렉트로는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악당으로, 스파이더맨의 주무기인 거미줄도 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는 일순간 뉴욕을 블랙 아웃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가공할 파워를 보여준다. 데인 드한이 돌변한 그린고블린 역시 스파이더맨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한몫한다.
특히 아수라장이 된 뉴욕시의 전경과 이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어벤저스’ 시리즈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왜 어벤저스 그룹에서 볼 수 없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은 마블과 판권을 소유한 소니픽처스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 넣은 앤드류 가필드의 대답은 보다 명쾌하다. “어벤저스에 들어가면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랑은 안 맞을 것 같고, 토르는 내가 말이 많다고 싫어할 것 같고, 또 캡틴 아메리카는 그 사이에서 피곤해할 것 같다.” 그러니 개성 강한 스파이더맨은 혼자 활동하는 게 낫다는 얘기. 하긴 뉴욕시 수호는 스파이더맨 혼자서도 아직 거뜬해보이니까 말이다.
★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장르:드라마·뮤지컬 등급:15세 관람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격정적 삶과 사랑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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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이하 ‘파가니니’)는 18세기 천재 음악가 니콜로 파가니니의 삶을 다룬다. 바이올린 한 대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모방하고, 갖가지 동물의 울음소리를 재현해내는 그의 화려한 기교는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기괴한 소문까지 얻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런 파가니니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사랑, 그리고 비운의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드라마틱했던 절정의 시간을 따라간다.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그의 음악성을 이해 못하는 대중은 파가니니(데이비드 가렛)를 비웃고 무시한다. 덕분에 그는 늘 삼류 공연장의 막간 공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 이런 그의 연주를 누군가가 의미 있게 지켜본다. 그의 이름은 우르바니(지레드 해리스). 파가니니의 천재성을 단번에 간파한 그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며 그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다. “당신의 재능과 기교는 정말 대단해. 그런데 현실감이 없어. 그러니 내가 당신 곁에 있으면 완벽해진다. 난 당신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우르바니의 도움으로 파가니니는 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버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 영국의 지휘자 왓슨(크리스티안 맥케이)은 돈을 벌어볼 목적으로 그를 런던의 단독 콘서트에 초청하고, 파가니니는 왓슨의 딸 샬롯(안드레아 덱)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영화는 파가니니의 독특한 삶 중 샬롯과의 만남을 비중있게 다룬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주 실력으로 뭇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던 파가니니는 그만큼 여성편력도 남달랐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샬롯을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샬롯은 실제로 파가니니와 합동 공연을 했고 그와의 스캔들로 유명해져서 미국으로 순회공연을 가기도 했다. 사실 파가니니는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보다 훨씬 유명한 18세기의 연주가였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일기를 쓴 적도 없고, 흔적이 될 만한 기록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생전에 단 5곡밖에 작곡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불멸의 연인’ ‘안나 카레니나’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바 있는 버나드 로즈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과의 만남이다. ‘파가니니’를 통해 연기에 입문한 데이비드 가렛은 바이올린 신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 명성의 마에스트로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패션모델로 활동할 정도의 매력적인 외모도 갖추고 있다. 특히 예사롭지 않은 그의 삶은 파가니니와 유사했다. 덕분에 “같은 음악가로서 그의 삶에 운명처럼 빠져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나드 로즈 또한 “그는 파가니니에 견줄 수 있는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실제 바이올리니스트를 출연시키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파가니니’는 음악영화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살려낸 수준 높은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그의 출연 덕에 관객들은 파가니니의 명곡들을 무대에서 직접 감상하는 듯한 흔치 않은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파가니니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전설이었다”고 평한 데이비드 가렛은 그만큼 열정을 다해 파가니니의 곡들을 연주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카프리치오 24번’ 등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명곡들은 시종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파가니니의 경이로운 바이올린 연주에는 매혹적인 힘이 있다. 음악만으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파가니니의 삶 또한 매우 흥미롭게 그려졌다”는 데이비드 가렛의 말은 그런 점에서 영화 ‘파가니니’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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