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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괴테 색채이론의 재발견

2014-06-30

시각, 빛의 불연속에 민감, 점진적 변화에는 둔감
괴테의 보색이론이 현대 신경생리학의 도움으로 재발견되어

[아침을 열며] 괴테 색채이론의 재발견

독일의 문학가로 알려진 괴테는 문학뿐만 아니라 비교해부학, 식물 변태 이론, 색채이론을 연구하며 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과학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던 낭만주의 시대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는 자신의 색채이론에서 백색광이 다양한 단색광의 혼합으로 이루어졌다는 뉴턴의 색 이론을 비판했다. 괴테는 색이 프리즘에 의해 단순히 분해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 사이의 역동적인 긴장 관계에 의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런 괴테의 주장에 대해 뉴턴의 색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괴테가 뉴턴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대의 신경생리학은 괴테의 색채 이론에 대한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뉴턴의 색 이론뿐만 아니라 괴테의 색채 이론도 색과 시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괴테는 주로 보색 및 잔상 현상에 주목하고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의 눈으로 색채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했다. 괴테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색에 대한 심리적, 감정적 연구였다. 예를 들어 황색은 밝음의 성질을 수반하여 명랑하고 활발하며 부드럽게 매혹시키는 속성을 유지한다. 청색은 어두운 것을 내포하며, 황색과 청색은 높고 고상한 적색을 증강시킨다. 현대 예술가 칸딘스키는 색채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통해 괴테의 색채 이론을 회화에 실험하기도 했다.

보색 유도 현상에 대한 괴테의 관찰도 흥미롭다. 나는 저녁 무렵 대장간에서 망치 아래 붉은빛을 발하는 쇳덩어리를 목격했다. 그것을 응시하다가 몸을 돌려 우연히 석탄 창고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자색의 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시선을 어두운 입구로부터 밝은 판자벽으로 돌리자, 배경의 어둡고 밝음에 따라 상이 때로는 녹색으로 때로는 자색으로 되었다. 마찬가지로 괴테는 황색의 벽에 흰색 종이를 가져다 대면 자색을 띤다는 것도 관찰했다. 괴테의 책이 출판된 지 20년 뒤 염색공장 관리자였던 프랑스 화학자 미셀 슈브뢸은 이와 유사한 보색 유도 현상을 발견했고, 그의 이론은 19~20세기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괴테가 관찰한 보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주로 망막 세포의 피로 때문이다. 적색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적색 수용체가 피로해져 적색의 보색이 강하게 느껴진다. 두 색채를 가까이 두고 동시에 대조를 할 때 보색이 출현하는 현상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감각기관은 느낌의 차이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1953년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스티븐 커플러는 망막에 있는 단일 세포들이 빛의 절대 수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에 대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망막 세포를 가장 효율적으로 흥분시키는 자극은 전체적으로 퍼진 빛이 아니라 작은 점에 집중된 빛이라는 것도 밝혔다. 커플러에게 배웠던 허블과 비젤은 61년 서로 다른 크기의 빛을 측정해서 우리의 시각이 작은 점의 빛에 더욱 민감하고 주로 선으로 이루어진 가장자리를 읽어내는 것을 발견했다.

시각은 빛의 불연속에는 민감하고 점진적인 변화에는 둔감하다. 이것은 크기, 밝기, 색 등에 모두 적용된다. 우리의 시각 체계는 다른 두 요소를 크게 과장하여 코드화한 뒤 이를 재구성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각 세포에는 밝기를 느끼는 휘도세포뿐만이 아니라 반대색세포, 이중반대색세포 등이 존재해서 서로 반대되는 색들을 함께 느끼는 형식으로 시각 과정이 진행된다. 뉴턴의 빛 이론에만 익숙했던 우리에게 한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폐기되었던 괴테의 보색 이론이 현대 신경생리학의 도움으로 다시금 재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임경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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