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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이우환미술관’ 건립 논란이 남긴 교훈

2014-09-22
[월요칼럼] ‘이우환미술관’ 건립 논란이 남긴 교훈

국비확보 중심 문화정책
공무원 전문성 부족
문화예술계의 이기심이
이우환미술관 논란 배경
건전한 풍토 조성 필요

지난 11일 이우환 화백이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핫 이슈인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하 이우환미술관) 건립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직후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 뒤 찬반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8월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이 화백을 만나고 온 바 있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시장과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은 맞지만 이우환미술관 추진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시장이 해결사로 나선 것이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향후 대구시가 정책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일 때마다 공무원은 뒷짐지고 있고 시장이 앞장서는 모습이 계속될까 우려스럽다.

아무튼 이번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왜 생겼는지 근본원인을 되짚어보자. 그동안 대구시의 문화정책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적잖은 문제가 드러난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불투명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을 입안하고, 국비확보를 위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국비가 확보되면 건축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해 겉보기에 그럴싸한 건물을 건립한다. 건물이 완공돼 갈 즈음에 직원을 먼저 뽑은 뒤 기관장을 공모한다. 개관 후에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기획예산은 쥐꼬리만큼 준다. 이후 운영에 문제가 생겨 문화계나 시의회에서 불만을 표출하면 시민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소위 흥행대박 기획을 주문하며 사실상 이벤트 기관화한다.(지역문화계는 대구시의 문화기관 및 시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관람객 수라고 꼬집는다)’

최근 10여년간의 성과물인 대구오페라하우스부터 시작해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재단,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오페라재단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이런 과정으로 추진됐다. 그러다보니 어느 하나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기대 이하로 운영되거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우환미술관도 정확히 그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

이런 문화행정의 난맥상은 1차적으로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과 국비예산 확보에 올인하는 성과주의 행정의 결과물이다. 대구시의 경우 문화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없다보니 문화 관련 사업에 일관성이나 지속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하게 말하면 문화정책이 국비확보를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공무원들은 이우환미술관처럼 국비를 들여 문화시설을 확충하면 시민이나 문화예술계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시각에만 머문다. 때문에 반대여론을 귀담아 듣지도 않고, 이유없이 딴죽 거는 행동쯤으로 바라본다.

대구시의 시각도 일리는 있다. 시로부터 소외된 단체들이 의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공무원들은 판단한다. 예산지원을 해줄 땐 아무 소리 않고 있다가 관계가 소원해지면 비판적으로 변하는 것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반면 시지원금에 욕심이 있는 단체나 문화 관련 기관장이라도 한번 하려는 예술인들은 대구시 비판에 소극적이고 오히려 무조건적인 협조 자세를 보인다. 때문에 이번 이우환미술관 사태에서 보듯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제시는 설 자리를 잃고, 결국 알맹이 없는 찬반양론만 무성하게 되는 것이다. 점점 건전성을 잃어가는 문화예술계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지는 한 대구문화융성은 난망해 보인다. 문화예산을 두 배, 세 배 늘리는 것에 앞서 이런 그릇된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이우환미술관 사태와 같은 소모적인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공무원 전문성 향상, 문화발전 장기계획 수립, 문화예술계 건전성 강화는 대구문화융성의 필수전제조건이다.

박종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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