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51030.010350818310001

영남일보TV

③ 상어, 그리고 돔배기 기획전

2015-10-30
③ 상어, 그리고 돔배기 기획전
①신석기시대 여인이 착용했던 상어이빨 목걸이가 대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②청상아리 이빨과 턱. ③ 고총에서 발굴된 상어척추뼈. ④ 상어 가죽을 입힌 고종황제 금보.⑤ 영빈이씨가 남긴 패월도. 칼집을 상어 가죽으로 처리했다.

지금 대구국립박물관에선 아주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상어, 그리고 돔배기’전이다. 상어에 대한 모든 것을 밝혀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13일까지 계속된다.

대구·경북인이 상어고기인 돔배기를 즐겨 먹는 데 착안해 기획한 이 전시회는 12지 동물을 제외하곤 단일 동물을 주제로 한 희귀전시다.

대구·경북지역에선 제물로 돔배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특히 영천시장은 전국 최대의 상어고기 판매처다.


사람 매장때 토막낸 상어 함께 묻어
경산 임당동 고분군 상어뼈 최다 출토

상어고기는 선사시대부터 먹거리

상어가죽은 다양한 공예품에 사용
사도세자 어머니 영빈이씨 패월도
숙종·고종황제 금보와 함 등 전시


◆ 한국의 상어

전 세계에는 400여종의 상어가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반도 연근해에선 백상아리, 청상아리를 비롯해 40여종의 상어가 산다. 상어는 척추동물로 명태처럼 버릴 것이 없는 고기다. 살코기와 물렁뼈, 지느러미, 비늘, 내장은 식용과 의료용, 장식용으로 사용한다.

포항에선 1천300만년 전 신생대 지층에서 상어이빨화석이 발견됐다. 신석기~청동기시대에 조성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엔 악상어로 추정되는 상어그림이 나온다. 그림에선 고래와 달리 상어의 머리가 위쪽으로 향하고 있다. 옛 문헌 속 상어는 어떨까. 상어는 고려시대에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에 ‘사어(沙魚)’로 처음 등장한다. 이어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사어(魚)로, 제물보에는 교어(鮫魚)로 나온다. 이밖에 자산어보,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속찬지리지에도 보인다.

김재홍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는 “고려시대나 고대 일본의 예를 보아 신라시대에 상어를 ‘사어(沙魚)’로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선사인들이 상어를 잡을 땐 가오리침이나 두루미 다리뼈로 만든 작살이나 낚싯바늘을 사용했다. 돌화살촉이나 돌칼도 사용했다.

◆ 상어고기와 상어뼈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상어뼈가 주로 출토됐다. 울산시 이남 동해안과 남해안, 군산 이남 서해안 패총에서 발굴됐는데 부산, 김해, 창원, 진해 인근에 밀집해 있다. 이는 선사인들이 상어고기를 먹었다는 방증이다. 부산 가덕도 장항 신석기시대 묘역에서 백상아리 이빨로 만든 목걸이가 발굴됐다. 인골의 주인공은 여성으로 키는 152㎝ 정도다. 청동기시대엔 상어뼈가 거의 출토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국시대 경주, 경산, 대구, 구미, 의성 등지의 고분군에서 상어뼈와 척추가 다량으로 출토됐다. 대표적인 고분으론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경주 교동·황남대총 고분군, 대구 불로동 고분군, 원주 법천리 고분군 등지다. 이 가운데 경산 임당동 고분군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상어뼈가 출토됐다. 토막난 상어 여러 마리가 순장자와 함께 묻혀 있어 경상도 돔배기가 여기서 기원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1천500년전 돔배기를 제사음식으로 사용한 증거가 된다. 임당동 저습지에선 청상아리 이빨로 만든 목걸이도 출토됐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선 항아리 속에 상어뼈가 담겨 있었다. 통일신라시대엔 왕경인 경주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됐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 고총에서 상어뼈가 출토된 것은 경주 신라 6부와 내륙이 교류했음을 추정케 한다.

김 교수는 “신라지배권 확장과 관련한 분포권이 상어뼈가 출토된 고분군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상어와 돔배기

중국에선 상어지느러미요리인 샥스핀을 최고급 요리로 친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에서는 돔배기를 잘 모르지만 경상도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치고 돔배기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돔배기는 경상도 사람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돔배기란 상어고기를 토막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고기를 말한다. ‘돔박돔박’ 네모나게 썰었기 때문에 돔배기로 명명했다는 설이 있고, ‘돔발상어’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선사인들이 상어를 먹었다는 사실은 상어뼈와 상어이빨 같은 유물로 확인된다. 상어는 구이, 조림, 산적, 저냐, 숙회 등으로 조리된다. 한의학에선 상어고기는 오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고,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있어 피부질환이나 눈에 좋다고 한다. 스쿠알렌은 상어의 간에 함유된 기름의 주요 성분으로 미용이나 영양제로 사용된다. 상어고기는 또한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금도 경상도에선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과 제사 때에는 돔배기를 상에 올린다. 영천을 비롯해 대구, 경주, 군위, 의성, 안동 등 주로 경북지역이다.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상어고기 식용권과 제물로 쓰는 경향이 어떤지 연구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상어고기 식용권의 중심지는 경북지역에서도 동해안과 그에 접한 경북 중동부지역이라고 했다. 그는 안동과 상주지역 불천위제사 때 돔배기를 쓰는지 쓰지 않는지 비교했다. 농암 이현보, 퇴계 이황, 청계 김진,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대산 이상정 불천위제사 때 돔배기를 사용했다. 상주지역에선 검간 조정, 구당 조목수 불천위제사에는 돔배기를 쓰지 않는 반면, 우복 정경세 종가 불천위제사엔 상어고기가 올라간다고 밝혔다. 그는 상어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동물이고, 가시가 없어 먹기 좋은 데다 육질이 쫄깃졸깃해 염장하면 보존이 잘 된다는 사실도 상어고기를 식용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상어를 제물로 쓸 땐 돔배기를 구입한 뒤 꼬치에 꿰어 익힌 산적 형태가 일반적이며 때론 포로 사용한다고 했다. 돔배기로 사용되는 상어는 청상아리, 귀상어, 참상어다.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은 “경상도인에게 돔배기는 ‘솔 푸드(soul food)’, 즉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고향의 맛’이라도 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상어가죽과 장식

상어가죽은 ‘교어피(鮫魚皮)’라고 불린다. 일반 물고기보다 질기고 표면에 오돌토돌한 돌기 무늬가 있어 질감이 거칠다. 고대시대부터 공예품이나 도구를 제작하는 데 많이 활용됐다. 국립대구박물관에는 상어 가죽 장식 말안장과 상어 가죽 장식 함 등을 전시하고 있다. 상어 가죽은 내구성이 있어 질기고 오래간다. 상어 가죽의 거친 점을 활용해 생강이나 무, 과일의 즙을 낼 때 강판으로 활용했다. 또 나무 등의 표면을 매끄럽게 할 때 사포로도 사용했다. 대구박물관에선 상어 가죽으로 만든 안경집, 장식 장도, 망건통, 보관함도 전시하고 있다. 이 밖에 상어 가죽 장식 화살통, 술병에도 썼다. 특히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여서 나라를 다스리는 제왕의 이미지에도 맞는 동물이다. 임금이 소지한 어검의 칼집과 손잡이 부분을 상어 가죽으로 처리했다. 또 옥쇄를 보관하는 옥보와 함도 상어 가죽으로 마감했다. 대구박물관에선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이씨가 남긴 패월도와 숙종 금보와 함, 고종황제 금보와 함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상어, 그리고 돔배기’ 기획전을 구상한 이용현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고려시대 선체에서 나온 마도 목간(木簡)을 통해 상어가 고려인에게 귀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체에서 발견된 목간을 통해 사어란 표기도 고려시대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조선시대엔 상어의 가격이 꽤 비쌌다고 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영남지역의 돔배기문화가 1천5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주 적다”면서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살귀상어는 멸종위기종이다.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생태계 균형을 위해 매우 귀중한 생물이라 무분별한 포획과 사냥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