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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③ 최희동씨 LP음반 10만장 보유…“미국서 폐업 매장 음반 8만장 통째 구입”

2015-11-06

■ 따뜻한 그 소리‘LP’…대구의 마니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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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봉급생활자의 안정된 삶과 결별하고 LP 세상의 작은 왕자로 살아가는 멜로디스크 최 대표. 그가 친필 사인이 있는 라이오넬 리치와 정태춘의 음반을 보여주며 ‘LP불멸’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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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스크는 5층은 음반을 유통시키고 그 건물 1층에서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LP카페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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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봉덕동 LP STORY는 LP 시절 유명 뮤지션의 고화질 실황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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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황의룡씨의 작업실에 모인 LP동호회 ‘엘피토피아’ 멤버들. 한때 세종문화회관 천장에 매달려 있었던 1940년대 독일제 스피커 지멘스 씨에터를 배경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보여주고 있다.



☞멜로디스크 최희동 대표
외국계 회사 다니다 사표
LP음반 전문 가게와
음악카페 함께 운영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라이오넬 리치 등
유명 뮤지션 사인 음반도

☞LP STORY 성영제 사장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때 떠났던 음악으로 유턴
수집한 음반으로 카페 열어
손님 80% 이상이 단골

☞동호인 모임 엘피토피아
빈티지 自作오디오 마니아
사진가 황의룡씨 작업실이
음반 6천여장 갖춘 감상실
세종문화회관에 있던
1940년대産 스피커도 갖춰

◆LP음반 전문유통 멜로디스크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동에 자리한 LP음반 전문 유통 업소인 ‘멜로디스크’. 이곳은 특이하게 음반 유통은 물론 그 건물 1층에 음악 카페까지 병행하고 있다. 한강 이남에서 미국발 원판 LP에 갈증을 느끼는 마니아는 이 집을 노크해야 한다. 최희동 대표(46)는 경북대 공대 화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그는 석사학위를 받고 울산석유화학공단 연구원으로 있다가 충주의 제너럴 일렉트릭 한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봉급쟁이 생활이 싫어 평소 꿈꾸었던 LP 전문 가게를 2008년에 개업한다. 지난 1월에는 건물 1층에 LP 음악카페 ‘Music & Me’도 오픈했다. 음악카페용 음반에 대한 컨설팅까지 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작심하고 전세계 LP의 절대 다수가 있는 미국에 1개월 출장을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 등의 대형 매장을 훑고다녔다. 폐업 중인 새크라멘토 근처 한 매장의 음반을 통째로 매입해왔다. 무려 8만장.

그가 유명 뮤지션 친필사인 음반을 보여준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라이오넬 리치, 클래식 기타리스트 예페·폴영·사라본, 특히 1992년 정태춘씨가 장마철 서울 종로에서 사인한 음반도 있었다. 1958년 출시돼 아직 비닐포장도 뜯기지 않은 글렌 밀러의 미개봉 음반도 있다.

현재 그가 보유한 LP 음반은 10만여 장, CD는 5천여장. 고객이 오면 집무실 한켠에 마련된 감상실로 안내해 고품격 음질을 들려준다. 청음실 스피커는 미국산 에이리얼 모델 10T.

음악카페 영업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한다. 오전 10시~오후 7시30분 볼륨을 최소화하고 커피 등을 판다. 오후 8시가 되면 5층에 있던 최 대표가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직접 DJ로 변해 전문 음악감상실 못지않은 음량과 음질을 선사한다. 이때부터는 신청곡 위주.

이 카페의 특징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악을 분리해 각기 다른 음향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점이다. LP카페라 해서 무조건 올드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0인치 스크린과 55인치 TV를 통해 뮤직비디오도 음미할 수 있다.

2000년 초 1천200만원이었던 미제 마틴 로간 오디세이와 스웨덴제 XTZ100.49디바인 스피커는 디지털 전용이다. 4대가 한 세트인 장방형 미제 스피커인 인피니티 레퍼런스 스탠다드1은 LP음악 전용. 이 카페는 원칙적으로 클래식은 틀지 않는다. 카페 한 쪽에 1970년대를 풍미한 160곡이 내장된 주크박스도 있다.

최 대표는 LP 소장가를 두 종류로 분류한다.

“많이 갖고 있으면 무조건 고수라고 보는데 그건 아니죠. 고물상을 통해 몇 백원 주고 수천 장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과 평생 발품을 팔아 수집한 수천 장의 음반은 차원이 다르죠.”

일요일 휴무 때는 공간 대여도 한다.  (053)743-3345

◆ 남구 봉덕동 LP STORY

참 뜬금없는 장소에 LP 카페를 차렸다. 중동교 서쪽끝 남구 봉덕동 안동갈비 골목 중간에 있는 ‘LP STORY’. 음악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저 상호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알 리가 없다. 손님의 80% 이상이 단골이다. 애당초 돈 때문에 문을 열었지만 따지고 보면 돈보다는 보람 때문에 이 가게를 6년째 지키고 있다.

성영제 사장(51)은 대구대 국문과를 중퇴하고 젊은 시절 구미에서 레코드숍 정음사에 이어 이런저런 음악카페에서 다운타운 DJ로 활동했다. 16년 전 대구로 들어온 그는 당시 지역 뮤지션에게 핫 뉴스였던 뮤직 카페 ‘올드블루’와 인연이 돼 2년간 음악을 주무른다. 현재 올드블루는 근처로 이전해 재즈 전문 연주 카페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폰 세상으로 접어들자 그가 보물처럼 믿었던 LP와 CD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음악만 틀어주면서 생계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보험·부동산 등 여러 일을 전전했지만 기반을 제대로 잡기 어려웠다. 파김치가 돼 집에 와 지난 시절 수집했던 음반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라며 자신을 음악카페로 자꾸 내몰았다. 아내의 든든한 지원사격 덕분에 현재의 가게를 오픈할 수 있었다.

현재 LP음반 1천200여장, DVD 250여장이 있다. 스피커는 2013년산 마틴 로간(미제) 한 조를 세웠다. 50인치 모니터를 설치했고 매킨토시 앰프에 턴테이블은 독일제 듀얼(DUAL)을 사용한다.

“제가 갖고 있는 음반은 저한테는 귀중한 것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음반 자랑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자정 무렵 이 가게를 찾은 기자도 건축가 김오수씨와 함께 5명이 앉을 수 있는 미니바에 앉아 1990년대 로드 스튜어트의 명곡 ‘Sailling’과 테너 안드리아 보첼리가 부르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아슴한 표정으로 감상했다. 남구 봉덕동 1020-5. (010-9529-2141)

◆LP 동호인 모임…엘피토피아

수성구 만촌동 성원넥서스 바로 남쪽 한 식당 지하에 문화 게릴라 베이스 캠프 같은 ‘LP 사랑방’이 있다.

사진작가 황의룡씨(55)의 사진작업실 겸 LP 동호인 모임 ‘엘피토피아(LPTOPIA)’ 전용 감상실. 황씨는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빈티지 자작(自作) 오디오 마니아’. 인조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산화바늘, 대나무 등 온갖 카트리지용 바늘을 비롯해 콘덴서, 진공관, 턴테이블용 오일 등 100여종의 오디오 관련 온갖 부품을 갖고 있다. 30대부터 전국을 돌며 스피커 투어를 했다. 영국제 타노이, GRF 메모리(영국), 웨스트민스터 로열(영국), 바이타복스(영국) 등 7개 정도 갈아치운 뒤 지금의 독일제 ‘지멘스 씨어터’에 안착한다.

그는 여느 마니아와 달리 미국·영국·일본에서 벗어나 독일제 빈티지 오디오를 주로 취급한다. 이곳에 아주 특별한 스피커가 있다. 1940년대에 생산된 지멘스 씨어터인데 원래 세종문화회관 신축 과정에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걸 그가 어렵게 입수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각종 국가 행사 때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급 스피커 확보 차원에서 수입된 것이란다.

이날 그룹 인터뷰에는 5천여장의 LP를 갖고 있는 사업가 지기철씨, 8천여장을 소유한 건축설계사 김남수씨, 클래식부터 팝송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두루 감상하는 모범운전사 이창식씨, 옛가요 초판은 물론 흘러간 가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대구공고 박성호 교사 등이 참석했다.

현재 이 감상실에는 6천여장의 LP가 있다. 소리꾼 임방울이 작곡한 ‘추억’이란 SP판도 갖고 있다. 황씨가 깔아주는 이미자의 황성옛터는 이곳의 LP 시스템 탓인지 요즘 이미자 목소리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근처에 엘피토피아와 교감을 하는 또 다른 LP 공간이 있다. 동구 효목동 동부정류장 근처 지하에 있는 ‘사운드 806’이다. 원래 이 공간은 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신희범씨가 차렸지만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그의 빈티지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1957년산 독일제 진공관 앰프인 모디파이 RE604 등 귀한 유품과 음반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날 참석한 지기철씨가 LP 부활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LP가 디지털보다 더 취급하기 힘들고 모든 과정이 자동이 아니고 수동이라서 더 사랑받는 게 아닌가 싶네요. 편리한 세상에 불편해서 더 좋은 게 바로 LP 아닐까요?”  수성구 만촌동 413-2. (010-3507-9628)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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