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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③ “연변 조선족은 축구에 미친 사람들…70∼80대 할머니까지 열광한다”

2015-11-27

■ ‘연변의 히딩크’ 박태하 감독을 만나다
홈 관중 작년보다 10배 늘어
평균 2만5천명 경기장 찾아

20151127
올해 연변FC 홈경기 평균 관중은 2만5천명. 지난해보다 10배나 많이 경기장을 찾았다. 연변FC 서포터스가 관중석에서 연변FC를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20151127
박태하 감독이 골을 터뜨린 하태균 선수를 포옹하고 있다.



홈 관중 작년보다 10배 늘어
평균 2만5천명 경기장 찾아

수원삼성에서 영입한 하태균
기대에 100% 부응
‘하태균이 없으면 안된다’評

음식도 입에 맞고 맛있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연변사람들

중국동포의 사랑
나만큼 받은 사람 드물 것
기쁨·영광으로 돌려주고 싶어

▶선수진은 어떻게 보강했나. 또 목표는 어느 정도였나.

“시즌 개막을 한 달 열흘 앞두고 스쿼드(선수단 구성)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다. 을급 리그에선 용병을 쓸 수 없는데 갑급에선 3명까지 용병을 데려올 수 있다. 연변에 가기 전 수원삼성블루윙즈 소속인 하태균을 주목했다. 하태균은 국가대표팀 코치를 할 때도 눈여겨본 선수다. 태균이는 2011년 상하이에서 열린 AFC챔피언스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2015년 수원삼성이 스페인에 전지훈련을 가 광저우 헝다와 맞붙었을 때 혼자 2골을 넣어 2-1로 이겼다. 중국 킬러로 인정을 받은 친구다. 에이전트를 통해 이적을 타진해봤다. ‘자네가 저평가 된 걸로 알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6개월간 무상임차를 했다. 태균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나타냈다. 팀 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연변에선 ‘하태균이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결국 태균이는 우리 팀으로 이적을 했다.”

2007년 K리그 신인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하태균(28)은 박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그는 갑급 리그 총 30경기 가운데 28게임에 선발 출장해 26골을 낚았다. 이 가운데 21골은 홈에서, 5골은 원정경기에서 뽑았다. 그는 갑급 리그 득점왕을 수상하고 MVP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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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용병은 없나.

“브라질 출신 윙포워드 찰턴을 영입했다. 찰턴은 2014년 상하이 선신에서 뛰던 선수로 슈퍼리그를 경험해본 친구다. 역시 윙포워드인 아프리카 감비아 국가대표 출신 스티브 트라왈리(17골)를 항저우에서 임차했다.”

▶2군은 따로 운영하나. 주전과 비주전 선수와의 소통을 비롯해 한족 선수와 조선족 선수간 불화는 없었나.

“우리 팀에도 2군이 있다. 제대로 된 구단이라면 2군을 잘 보듬어야 한다. 2군 선수에게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배려한다. 우리는 숙소와 호텔도 2군과 같이 쓴다. 한 식구다. 한국, 미국 등과 같이 1군과 2군을 차별하지 않는다. 시즌 30경기를 치르면서 2군 선수 가운데 필드에 뛰지 않은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베스트11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한족 선수는 베스트11 가운데 1~2명이 뛴다. 서로간 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기량이 뛰어난 한족 선수는 연변까지 잘 오려 하지 않는다. 연변은 중국 영토로 보면 변방이지만 축구로선 동북3성 가운데 중심이다.”

▶전술운용은 어떻게 했나. 팀의 색깔 같은 게 있지 않나.

“우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다. 초반 원정 3게임이 가장 중요했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우선 목표는 리그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공격진을 보강했지만 그건 수비조직이 튼튼해야 가능했다. 우린 30경기 가운데 24골만 내줬다. 리그 최소실점 2위를 했다. 공격은 창의력이고 수비는 조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조선족은 한족에 비해 패스를 잘 하는 편이다. 그런 장점을 살렸다. 짧은 패스에 협력 수비를 하고 30㎝ 더 다가가 압박을 하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내가 주문한 것을 잘 따라주었고 그래서 승리했다. 서로 궁합이 잘 맞았다고나 할까(웃음).”

▶첫 게임은 어느 팀과 했나.

“장시성 리옌성팀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중전으로 펼쳐진 값진 승리였다. 개막전 10년 만에 승리를 해 다들 흥분했다.”

연변FC의 두 번째 경기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감독을 역임했던 세르비아 출신 명장 라도미르 안티치 감독이 이끄는 허베이 중지팀과 붙어 2-2로 비겼다. 이후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했다. 연변과 중국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가. 또 첫 패배를 당했을 때와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0월18일 우한 줘얼과의 경기였다. 0-0으로 비겨 승점 1점을 확보해 슈퍼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 6일 뒤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후난 샹타오와의 마지막 경기다. 4-0으로 이겨 시상식 때 연길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외국인으론 내가 3번째라고 귀띔해주더라.(웃음) 첫 패배는 하얼빈 이텅과의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졌다. 일부러 져줬다는 이야기가 나돌기에 팀이 긴장을 늦춰 그렇게 됐고 솔직히 실력으로 졌다고 했다. 힘든 시기는 처음 시작할 때를 제외하곤 없었다.”

▶연변에선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조선족 동포의 자존심이라고도 한다.

“홈경기장에서 안내방송을 하는데 한국어(조선어)로 먼저 하고 다음에 중국어로 한다. 연변이 조선족자치주라서 그러하다. 연변 사람들은 한마디로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다. 경기가 열리는 날 식당의 매출이 달라진다. 표를 3일 전부터 파는데 오전 6시부터 300여명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올해 홈 관중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많아졌다. 평균 2만5천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74세의 한 조선족 동포 할머니가 여름에 수박과 냉면을 선수에게 사먹이라면서 1천위안(18만원)을 주고 갔다. 그 할머니는 생활보호대상자다. 또 80세 된 한 맹인 동포 할머니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할머니는 중국 국가대표배구선수 출신이었는데 ‘이 할머니의 큰절을 받으세요. 나도 운동을 해봤기에 아는데 당신 덕분에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써있더라.”

▶내년 봄엔 슈퍼리그에서 경쟁한다. 지금보다 훨씬 힘들 텐데.

“갑급 리그가 강이라면 슈퍼리그는 망망대해다. 일단 목표가 슈퍼리그 잔류다. 압축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내년 역시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우리보다 10배 넘는 예산을 쓰는 공룡팀과 겨룰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있다. 지금보다 더 기대되는 팀이 될 것이다. 중국 동포의 사랑을 나만큼 많이 받은 한국인도 드물 것이다. 그 사랑을 기쁨과 영광으로 되돌려주고 싶다.”

▶백두산에 가보았나. 연변에서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가.

“태어나서 올봄에 처음 백두산에 가보고 여름엔 아내와, 가을엔 두 아들과 함께 올라갔다. 운이 좋아 3번 다 맑은 천지를 봤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주 연습장이 용정에 있어 비암산 일송정에 종종 간다. 석양 무렵 해란강과 넓은 서전벌을 바라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연변 음식 가운데엔 소고기와 양고기를 좋아한다. 음식도 입에 맞고 맛있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연변 사람들이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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