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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정말 대구사람 맞나 하는 게 대구사람에게는 중요한 선택 기준” ②

2016-01-22

생생 톡톡…X세대(40대)에게 대구와 대구의 정치란?

20160122
X세대는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다. 대구의 X세대 3명이 지난 14일 대구와 대구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 쪼대로’의 삶을 살고 있으며, 애정을 가지고 대구의 속살을 늘 살피고 있다는 점이다.(왼쪽부터 전충훈씨, 권상구씨, 김명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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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X세대는 5060세대나 386세대와 구별되는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나.

▶권상구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사회에서 어젠다를 가지고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솔직히 전두환 정권을 제외하곤 박정희, YS, DJ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3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있었다. 사회에 진출했는데 대학의 총학생회 출신 리더가 사회를 리드하고 있더라.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되고 내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시대에 살았다.”

▶김명환 “우리 세대는 음악이든, 이념이든 ‘이게 정의다. 나를 따르라!’ 한다고 따라가는 세대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386이 권위주의에 대해 저항했을 때도 무관심했다. 그렇다고 주류에 편승한 세대도 아니다. 정치에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라 정치가 안줏거리다. 개인담론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에선 여야를 떠나 정치인 중에 롤 모델이 없다. 특별히 계파나 정파성을 띠고 있진 않다. 독재세대, 민주화세대, 탈정치세대라면 X세대는 탈정치세대다. 그 세대의 운동은 대중적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무현과 유시민이 등장했다.”

▲대구에서 여·야의 구분이 필요하나 싶다. 보수여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다. 대구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김명환 “그렇다. 야권에선 유시민도 있었지만 그 이전 이재용도 있었다. 그는 유시민과 달리 선거 때만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유시민은 대구에 있을 때 생활 속에서 보여야 했다. 노출 빈도가 낮았다. 선거에 지고 나서 얼마 안돼 서울로 가지 않았나. 유시민은 대구에서 나를 뽑아주면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자기 중심적이다. 대구에서의 워딩을 잘 몰랐다. 대구 사람은 자신들이 정치인을 뽑아서 대구에서 뼈를 묻게 하는 사람들이다. 대구사람은 좀처럼 마음을 잘 안 연다. 음악회나 강연 같은 데 가면 안다. 서울에선 잘 못해도 박수를 쳐주는데 대구는 그렇지 않다. 마음을 한번 트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이 사람 괜찮다 싶으면 거의 평생 간다.”

▶권상구 “대구는 선비의 도시, 양반의 도시가 아니다. 대구유림이 혁신을 시도한 적은 있으나 실패했다. 대구는 상업도시다. 군사·지리적으로 교통의 요지라서 네트워크 도시다. 19세기 말 대구 인구는 1만5천호에 7만5천명이었다. 양반과 준양반이 인구의 20~25%, 서민층이 60%, 노비가 8% 정도 됐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보부상이었으니 상인의 도시다. 대구에서 구한말 도시정체성을 이룬 집단이 상인이다. 그 무대가 서문시장과 약령시였다. 시인 이상화의 조부 이동진, 국채보상운동의 서상돈, 명태와 소금으로 부호가 된 정재학, 약령시를 주름잡았던 김홍조, 포목상 김성재, 보부상 경북도회장 정규옥, 대구시의소 한윤화 등이 근대상업자본가로 성장한다. 상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철저히 이익을 따진다. 판단하는 과정은 느리지만 한번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오랫동안 신뢰가 쌓이면 국적도 중요하지 않다. 믿으면 갑자기 빨라진다. 의사결정이 빨리 처리된다. 유시민은 ‘깜’은 되지만 대구에서 과연 띄워줄까 하는 의문은 있었다.”

▶김명환 “대구사람이 무뚝뚝하다고 하는데 그건 대구사람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번 마음을 트면 사방이 시끄러울 정도로 수다스럽다. 유유상종, 정서적 연대감 같은 것이 강하다. 개인적 관계로 의리를 중요시한다. 대구사람은 인맥을 잘 연결하고 자잘한 걸 싫어한다.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보는 특징이 있다. 그건 야구장에 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대구사람들은 게임을 아주 주체적으로 본다. 집단적으로 응원하기보다 이어폰 꽂고 혼자 야구를 분석한다. 철학자의 도시다.(웃음) 그래서 토론이 잘 안 된다. 이미 잘 아는데 토론하면 싸운다. 의사판단이 빠르고 얍삽하고 ‘야마리까진 걸’ 용납 못 한다. 순수하냐, 순수하지 않으냐를 빨리 캐치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그러니 행동보다 말이 앞서고 빠른 사람을 싫어한다. 하지만 3~4년 고생하면 수용한다.”

▲대구는 정치적으로 어떤 경향성이 있나.

▶권상구 “김부겸의 경우 유시민과 달리 4년간 지방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번호판’을 달고 서울로 가겠다고 결심한 게 대구사람의 눈에 보였다. 대구는 사실 보수야당의 도시다. 도식적으로 보수는 여당이고 진보는 야당인데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1956년 대통령선거 때 진보당 조봉암이 72%, 이승만이 27%의 표를 얻은 도시다. 2·28의거는 일요일에 학교에 오라 하니 못 가겠다고 시작한 거 아닌가. 거기에 무슨 진보가 있나. 서문시장 할매한테 보수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보수가 무엇인지 모른다. 대구사람은 조금 부족해 보여도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을 오랫동안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 6·25전쟁 때 이승만이 대구 사수를 외치며 도망갈 때 대구를 지킨 사람이 조봉암이었다. 박정희는 대구사범 출신 남로당 조직원 아니었나. 북한에서 내려온 형 박상희의 친구 황태성이 면담을 요청하자 선거판에서 박정희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63년 4대 대통령 선거 때 조금은 부족해 보이지만 이익이 돼 보이는 박정희를 선택했다. 대구에선 51.2%-43.8%로 윤보선을 눌렀다. 상인은 친일, 항일,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아나키스트 같은 요소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상업의 도시 대구의 보수는 이익을 중요시한다. 유니세프가 현대백화점에서 ‘보석 후원전’을 1주일 연 적이 있다. 서울사람은 가격도 안 묻고 바로 사가고, 부산사람은 가격을 묻고 안 사가는데, 대구사람은 1주일간 매일 찾아와 가격을 묻고 마지막 날 와서 사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울사람은 브랜드 인지력과 교체율이 빠르고 부산사람은 브랜드보다 트렌디한 것을 좋아한다. 대구사람은 브랜드 지속력은 높지만 인지력은 느리다는 것을 대변한 일화이다. ”

▶김명환 “정치가 문화적 관점에서 재미가 있든 감동을 주든 해야 하는데 대구에 정치가 있었나. 40대가 말하는 탈정치란 정치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 다른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노 폴리틱(NO Politic·무정치)이 아니고 얼터너티브 폴리틱(Alternative Politic·선택적 정치)이다.”

▶권상구 “박정희, 박근혜는 부녀지간이고 동시대 사람들이 지지했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그 연장선상이다. 그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상인인 아버지가가 사망하면 보통 자식이 가게를 경영한다. 브랜드 유지력이 높다는 말이다. 잘 되는 식당은 보통 2대가 기본이다. 박근혜정부가 끝나면 대구사람은 빚을 갚았다는 생각이 들 거다. 상인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대구는 한동안 지켜보다 상품 가치가 생기는 순간 일시에 득달같이 달려든다. 정치로 말하면 대구는 스스로 정치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브랜드가 된 정치인을 취한다. 대구의 속성은 생산자가 아니라 상인이다. 첫 거래를 튼 박정희에게 신뢰를 주며 그 딸에게까지 의리를 지킨다. 마음 급한 트렌디한 정치인 유시민은 취하지 않으며 보수와 야당의 모습을 가진 김부겸에게 점수를 주는 거다. 그게 지금 여론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사람은 유독 대구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해 민감한 듯하다.

▶권상구 ‘“이 사람이 정말 대구사람 맞나’ 하는 게 대구사람한테는 상당히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사실 김부겸도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택한 노무현을 학습했다. 대구사람은 김문수가 수도권에서 잘나갔다는 걸 안다. 그러나 상인의 시각에서 보면 김문수는 대구를 위해 게임하러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구사람은 고향까마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오랫동안 안 봐도 그가 뭐 하는지 빠삭하다. 와이파이존(Wifi Zone)이 아니라 ‘와이파이어(Wifier)다. 그만큼 주체적이란 말이다. 상인은 평민과 양반의 중간인데 3년쯤 고생하면 ‘이너 서클’에 넣어준다. 대구에 이익이 된다면 팀(당적)을 옮겨도 비판을 안 한다.”

▶김명환 “윗세대는 머스트(must)의 세대였다면 우린 저스트(just)의 세대다.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사람을 얍삽하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전충훈 “프로야구 조범현 KT 감독이 대구 출신이다. OB에서 선수생활을 오래 했고 삼성에도 있었지만 그를 대구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재박도 마찬가지다. 대구 출신이란 걸 알지만 그의 무대는 서울이었다. 하지만 이만수와 양준혁, 배영수는 다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대구 사람은 직관으로 판단하길 좋아하고 비논리적인 성향이 있다. 지배클래스로 살아와서 그럴 거다. 맘에 안 들면 그냥 ‘말 많네’라고 해버린다.”

▲대구에서 한국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명환 “사실 40대가 원하는 어젠다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별로 없다. 안철수는 X세대보다 그 밑 세대들이 더 좋아한다. 우린 그가 ‘V3’로 끝났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우린 안철수를 멘토 버블이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이 돋보였다. 정치인이면 보통 헛소리 날리고 노이즈 마케팅하는데 그는 공수표 던지는 사람이 아니란 게 보였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더라.”

▶전충훈 “유승민은 스마트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의안을 냈을 때 신선했다. 그가 한 연설을 봤는데 ‘야, 이건 반전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유승민은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누구든 그가 대구를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같은 정치구도가 대구에서 계속될까.

▶김명환 “인구가 줄고 세대교체가 안 되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건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이 아니다.”

▶권상구 “여야 프레임을 해체하고 개헌을 해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로 할 것이란 느낌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먼저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야기하더라. 선거를 앞두고 찾는 사람이 많았다.”

▶전충훈 “사람이 안 바뀌는 이상 그대로 갈 것 같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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