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삼베산업 활성화’에 나서다
안동포에 식물 잎, 꽃잎 등 다양한 원료로 염색해 만든 치마 저고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양성 및 산업화의 어려움, 이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안동포에 대해 안동시가 상용화 방안 마련 등 삼베산업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동포의 재료인 대마는 친환경식물로 항균·항독·방충·항습성 등의 장점이 있지만 대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마의 다양한 효능을 활용해 식품, 의약품, 의료 소모품, 생활용품, 실버용품 등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더 뛰어나고 우수한 삼베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출 수 있는 기계 개발도 필요하다. 아울러 표준을 제정하고 시장을 개발하는 등 종합적인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중국, 세계 모시 생산량 90% 점령
대마는 활용성이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대마를 대규모 공장가공 방식으로 방직해 각종 의류와 산업용 섬유·밧줄 등을 생산한다. 목질부인 속대는 건축용 하드보드와 제지 원료로, 종자는 과자·맥주·아이스크림의 원료로 사용한다. 또 수지는 의약품 원료로 이용된다. 1937년 미국에서는 뛰어난 성분이 포함된 대마 씨앗을 식품으로 허용하고, 대마 씨앗을 먹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마의 꽃과 잎사귀, 그리고 씨앗 껍질에는 환각작용 성분이 함유돼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와 껍질을 벗긴 씨앗만을 가공·판매할 수 있다. 잎사귀는 소각처리되고 있다.
세계 유일 대마섬유 의복 제작
생산비·고임금 등 어려움 봉착
수요 개척·인재 확보 방안 시급
‘안동 한방바이오’인프라 활용
대마자원 새 원천기술 확보 유리
길쌈기술 양성·규방공예품 개발
안동포 전승위한 복합공간 마련
전통 연계한 고부가산업 재탄생
중국에서는 마와 모시의 종류가 많다. 우선 마 종류로는 사이잘·삼베·모시·아마·황마·마보라삼·개정향풀 등이 있다. 중국의 모시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여서 국보로까지 여겨진다. 모시를 ‘차이나 그래스’(China Grass)라고 부를 정도다.
삼베섬유의 품질은 종류, 생산되는 장소, 생장 기간에 따라 차이가 아주 크다. 중국의 삼베 생산 최적지는 온대계절풍 기후를 가진 허베이성 위현, 산둥성 라이우시, 산시성 루안시 등 북방이다. 산둥성 타이안시에 위치한 록노삼베방직유한회사는 삼베·모시 등과 함께 다양한 방직품을 생산해 해외로 진출했으나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한계점에 도달했다.
◆인재확보·수요개척 등 한계 봉착
안동포산업은 대외적으로 안동의 얼굴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력한 전통문화 자원이다. 그러나 소비자 욕구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생산 및 유통 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 전문가 부족 및 생산자 고임금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에 따라 안동포산업은 지역 전체 활성화 전략의 큰 기둥이라는 전제 아래 수요 개척, 인재 확보 및 육성 등 당면 과제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협력 체계가 시급하다. 특정 지역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과의 광역연대도 필요하다.
친환경제품으로 각광 받는 안동포는 대마섬유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복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제품이다. 안동포의 특징인 항균·항독·방충·항습성은 세계적인 흐름인 ‘웰빙’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두드릴 수 있다. 아울러 종자, 재배조건, 제직기술 등에서 안동만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안동포라는 단순한 섬유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 개발 등이 함께 이뤄져야 안동지역 대마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동은 경북바이오벤처프라자, 우수한약재유통지원센터 등 한방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유리한 환경이다. 이들 센터를 통해 대마자원의 기능성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대마의 기능성을 활용해 고혈압·당뇨·치매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천연 신약물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대마씨를 활용한 피부 및 아토피 개선 정유성분 추출을 통해 안동포 이외의 고부가가치 신소득 작물로 육성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구 지정 한산모시 벤치마킹해야
안동포의 우수성을 전승하기 위해 1975년 ‘안동포 짜기’가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2011년 충남 서산은 ‘한산(韓山) 모시짜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한산모시가 안동포에 비해 한 발 앞서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다양한 측면에서도 한산모시의 시스템이 우위에 있다.
안동포짜기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길쌈인력 양성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 동안동농업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안동포전시관에서 안동포와 무삼 직조기술을 배우는 교육생은 21명에 불과하다. 별도의 생산장려금이란 인센티브 제도가 없다보니 길쌈기술을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안동포짜기에 관심을 갖고 방문한 관광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연행사도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올 연말 3대 문화권 사업의 일환으로 전통빛타래길쌈마을 조성이 완료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길쌈마을과 연계된 안동포전승교육관·디자인하우스·대마체험장·대마건조장·경작체험농장·길쌈광장 등 안동포 전승을 위한 복합공간이 마련돼 안동포 관광자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산모시의 경우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한산모시관에서 사회적기업인 <사>한산모시조합이 전문적인 교육체계를 갖추고 모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은 월 60만원의 교육장려금을 받고 생산품 전량 매수를 통해 모시짜기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한산모시는 ‘서천 한산모시산업특구’ 지정을 통해 관광자원화에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특구에서는 한산모시 현대화 사업(재배단지 조성), 산업화 사업(한산모시연구소 건립), 육성 사업(특화시장 건립, 사단법인 한산모시조합 육성), 체험관광 사업(한산모시체험마을 조성·문화제 개최·모시타운 리모델링·공예공방 및 전시판매장 조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마·안동포 산학연 기술개발 필요
안동시는 안동포와 무삼 길쌈기술 양성교육, 무삼을 활용한 규방공예품 개발과 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삼베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전통안동포와 무삼총람 편찬, 안동포 직녀 베틀방 행사, 안동포 패션쇼, 전국사진촬영대회 등 전국적으로 안동포를 알리는 행사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동포의 핵심인 안동포짜기 기능인력 감소로 전통직조기술이 단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안동포짜기 기능보유자(무형문화재)와 전수조교 확대 지정, 안동포(무삼) 직조과정 교육생 장려금(시연수당) 지원, 무삼 공예품 제작·개발 교육 활성화, 안동포(무삼) 직조 및공예 창업지원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여성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안동포 전시관을 활용한 관람·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 유치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재료인 대마의 다양한 잠재성장 능력에 대해 산·학·연 공동 기술과제를 발굴·지원함으로써 산업·상용화에도 나서야 한다. 김문년 안동시 한방산업팀장은 “안동포는 세계 유일의 마직물이며 삼베산업은 무공해 산업으로 세계 어디에 가공공장을 세워도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는 자연친화적 산업”이라며 “미래 친환경 유용물질 개발을 위한 대마산업 융복합연구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안동포에 다양한 색상을 염색해 만든 의류(왼쪽), 소파 커버, 쿠션 등이 상용화되고 있다. |
▨ 대마와 관련된 산업분야= △식품= 햄프씨드(대마씨의 영문명)·햄프맥주·소주·건강음료·오일·씨리얼·과자·햄프국수·건강기능식품 △의약품= 치매·당뇨·고혈압·뇌졸중·신경통·관절염·암 △의료용품= 탄력붕대·햄프의수족·거즈·외과용카테터 △생활용품= 치약·비누·화장품·주방용품·여성위생용품 △실버= 환자복·침구류·기저귀 △섬유= 원사·의류·넥타이·스카프·무좀양말 △산업= 비행기 및 자동차 내장재, 선박 및 로프 등 탄성소재 활용 △건축= 벽돌·벽지·페인트·미장재 등 친환경 소재 △스포츠의류= 운동복·기능성 의복 △농업= 동물용사료
이두영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