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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사람] 길상사 정선 주지스님

2018-11-23

“서예문인화 통한 포교…도심속 사찰에서 새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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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정선 주지 스님이 작업실에서 대나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선 스님이 특히 즐겨 그리는 매화 그림이 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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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가 박용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길상사 정선 주지 스님.

대구미술협회가 지난 10월 개최한 ‘2018 대구미술인상 시상식’에서 눈길을 끄는 수상자가 있었다. 대구미술인상은 대구미술 발전에 이바지한 미술인에 대해 시상하는 것으로 서양화, 한국화, 문인화 등 9개 부문으로 나눠 수여됐다. 이날 행사에서 문인화부문에 길상사 정선 주지 스님(58·속명 박용국)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역대 대구미술인상 수상자 중에서 스님은 정선 스님이 유일하다. 정선 스님은 박용국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동안 추사김정희선생백일장 현장휘호대회 우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특선·입선, 대한민국 서예공모대전 오체상, 영남서예대전 우수상,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입상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문인화 부문)을 받고 난 뒤 ‘미술을 통한 포교’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정선 스님은 올해 대구미술인상 수상이 또다른 삶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2018 대구미술인상’문인화부문 지역 스님 첫 수상
해인사 등 입산수도…7년전 대구 만촌동 사찰 창건

80년 부산 승가대학 시절 큰스님이 서예 솜씨 칭찬
붓 놓지 말라는 당부…여러 스승께 사사 후 독학
‘대한민국 미술대전’우수상…섬세한 필치 매화 평가
큰 상 받고 더욱 매진해…붓·먹 통해 무아·깨달음
작품속 부처님 말씀·경전 글귀로 자연스럽게 포교
진흙 속에서 아름답게 피는 연그림으로 전시 준비


▶일찍 출가를 하셨습니다.

“1978년 출가해 해인사, 쌍계사, 범어사 등에서 입산수도했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고암종사 큰스님의 제자이며 조계종 전계사 자운 대화상으로부터 사미계(1986)와 비구계(1988)를 받고 범어사 승가대학과 제방선원을 다녔습니다. 1997년 고암 대종사의 유지를 받들어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성취선원을 창건해 불교대학, 성취자비회, 성취장학회 등을 운영했습니다. 2000년에는 해인사로 들어가 도솔암을 창건해 주지로 있다가 2002년 해인사 용탑선원 주지로도 있었습니다. 2003년 다시 대구로 올라와 도솔암 포교원을 개창하고 2011년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길상사를 창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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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스님이 가장 즐겨 그리는 매화 작품.

▶길상사라는 절 이름에 좋은 의미가 들어있는 듯 합니다.

“길상사는 길할 길(吉), 상서로울 상(祥)을 따와서 지은 이름입니다.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지요. 길상사는 도심 속 절입니다. 주택가에 있는데 나들이 삼아 쉽게 찾아와 기도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동안 이 곳에 와서 기도를 통해 근심을 없애고, 병을 이기고, 기울어진 사업을 일으킨 불자를 많이 봐왔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주택가에 있고 주택을 개조한 절이지만 마치 산속 절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길상사는 큰 바위 위에 자리합니다. 도로가에 있지만 도로에서 70계단을 올라와야 합니다. 꽤 높은 곳에 있어 법당에서 보면 앞산 등 대구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도시 포교의 도량이지만 산에 올라온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절 안에 대구시유형문화재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구시유형문화재 제67호인 ‘천태사교의집해 (天台四敎儀集解)’가 있습니다. 이 책은 고려시대 고승인 체관(900~975)이 천태사상을 집약하여 정리한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풀이한 것을 송나라 고승인 종의(1042~1091)가 집해(集解)한 책 입니다. 15세기에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간행된 것 입니다. 인쇄 및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조선전기의 금속활자 연구 및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서예문인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요.

“1980년대 부산 범어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할 때 해남 대흥사 주지를 지낸 효원 도형 큰스님이 강주로 계셨는데 서예를 아주 잘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예, 그림을 즐겨했던 터라 승가대학에서 오전에는 경전 강의를 받고 오후에는 취미로 서예를 했습니다. 그런데 강주께서 서예에 재능이 있으니 붓을 놓지말라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그것이 화가로서의 길을 가는데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부산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문인화 학원의 창밖에 걸린 사군자를 보고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그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1985년이었는데 그때부터 학원을 운영하던 심천 양시우 선생에게 서예문인화를 사사한 것을 시작으로 학정 정성근, 야정 서근섭, 화포 손광식 선생 등에게 배웠습니다.”

▶서예문인화에 깊이 빠져든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여러 스승을 두었지만 혼자 그림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선방, 남의 절 등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배우는 게 힘이 들었습니다. 양시우 선생에게 서예문인화의 채본을 많이 받아서 걸망 안에 붓, 벼루, 화선지를 넣어다니며 독학을 했지요. 특히 1990년대 초반 청송 주왕산 대전사에 1년6개월 정도 있을 때 제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절이 깊은 산중에 있다보니 공부에 더욱 깊이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지스님이 300만원의 학비를 주시며 대구에서 공부하고 오라 해서 서근섭 선생에게 배울 기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문인화가로서 명성이 높습니다. ‘제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이라는 큰 성과도 올렸습니다.

“그 당시 심사평에서 힘이 넘치고 섬세한 필치로 매화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인화 부문에는 총 1천613점이 출품됐으며 대상과 최우수상 각 1점, 우수상 5점 등이 선정됐습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는 양시우 선생의 조언으로 2011년부터 응모했습니다. 첫해는 상을 받지 못했고 2012년과 2013년 입선에 이어 2015년 우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상이 가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상을 받고 나서 문인화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상이 바로 스승이더군요. 큰 상을 받았으니 더 좋은 작품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때부터 강의도 시작했습니다. 전생의 인연으로 붓을 들게 된 것 같은데 붓을 들고 있으면 마치 수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붓을 들면 무념무상에 빠집니다. 붓을 드는 마음이 수행이고 선이지요. 그렇다 보니 잘 그리고 못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붓과 먹을 통해 무아, 깨달음의 세계에 다가가게 됩니다.”

▶길상사에서 서화원을 운영하고 대구교육대 평생교육원 등에서도 서예문인화를 가르치는 것으로 압니다.

“절 안에 삼소정 서화원을 마련했습니다. 삼소정은 세 번 웃고 가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20여명의 수강생이 있습니다. 이외에 만촌학습센터, 범물노인복지회관, 대구마사회 문화센터, 대구교육대학 평생교육원, 고산노인복지관 등에서도 강사로 활동 중 입니다. 서예·문인화를 다 가르치는데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해 여러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산중에 살 팔자인데 붓과의 인연 때문에 도심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설법도 포교의 한 방편이지만 서예문인화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포교라고 봅니다. 작품을 할 때 화제글에 부처님 말씀이나 경전의 좋은 글을 씁니다. 자연스럽게 포교가 되고 불교를 가까이 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외부 강의를 합니다. 4~5년 이렇게 강의를 하고 난 뒤에는 삼소정 서화원에서만 강의를 할 계획입니다.”

▶매화그림을 특히 많이 그리는 것으로 압니다.

“원래 매화를 좋아해서 사군자 중에 특히 즐겨 그렸습니다. 매화는 겨울을 잘 이겨내는 강인한 꽃이고 고결한 인품을 상징합니다. 또 아름답습니다. 겨울 속에 봄을 알리는 꽃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안겨준 것도 매화그림입니다. 매화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싶습니다.”

▶내년 가을에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하셨습니다.

“그동안 매화를 중심으로 선보였는데 내년에는 연그림을 대거 전시할 계획입니다. 연은 더러운 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불교에서 연을 화두로 삼는 것도 악조건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이 가진 사상을 중생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바람이 있는 전시입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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