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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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구역으로 을씨년스럽게 변한 남산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한 베이커리북카페 ‘남산제빵소’의 명물인 슈퍼책장이 홀 정면 큰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근처 저렴한 백반으로 송년식사를 하고 여기로 자리를 옮겨 책이 있는 송년파티를 갖는 손님들이 부쩍 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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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있는 송년회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장식물과 여러 핑거푸드들은 보는 이를 한편의 만화영화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다. 테이블 세팅= ‘키스호텔’ 정근연·‘다해파티쉐’ 정다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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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파티셰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주풍의‘브릭마카롱’. 특히 아기자기한 송년파티를 원하는 이들한테 많이 사랑받고 있다. |
워킹맘의 짓눌린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뜻이 맞는 4명의 파트너와 손을 잡고 <주>브레드 인 스마일(Bread in smile)을 설립한다. 거기서 야심차게 론칭한 게 사회적기업 스타일의 남산제빵소. 그 제빵소는 숍인숍 같은 남산커피와 남산홍차까지 붐업시킨다.
하지만 빵과 커피.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대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슈퍼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이 책장은 ‘서프라이즈 포인트’. 바로 여느 북카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이즈. 1만권 이상의 책이 15mX7m 곡각형 책꽂이에 빼곡하게 꽂혀 있어 장관을 연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학, 디자인, 소설, 여행, 유아 등으로 책을 분류해 놓았다. 손님을 배려해 대출은 하지 않는다.
남산제빵소
공장 폐허자리 세운‘베이커리북카페’
1만권 이상 책 꽂힌 ‘슈퍼책장’ 장관
공항 로비같은 공간…편안한 분위기
동적인 A홀…정적 느낌 B홀도 준비중
문학 강연회·시 낭송·콘서트 등 연계
키스(Key’s) 호텔
신데렐라가 살고 있는 궁전같이 치장
딸기치즈무스케이크·마카롱 트리…
결혼 앞둔 친구들 파티 공간으로 전파
호텔 라운지 스타일…수다떨기 제격
다해파티쉐
40년 양옥집 리모델링 베이킹스튜디오
연말 개성파 파티족에 쉼없는 러브콜
오밀조밀한 세트로 차린 ‘플래터 메뉴’
지난 13일 오후 2시. 황혜성 대표를 만나기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밖은 영하의 기온이지만 실내는 손님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린다. 평일인데도 주말 분위기가 난다. 제빵소는 거대한 파티장 같다. 처음 온 손님은 다들 입을 벌리면서 입장한다. 유럽풍의 실내분위기 탓에 시무룩한 표정의 손님은 눈에 띄지 않는다. 커피 한 모금에 빵 한 점. 그리고 가슴에 숨겨둔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다른 데는 테이블 간격을 다닥다닥 좁혀놓았는데 여긴 아니다. 최소한의 프라이버시, 그리고 광장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일부러 넓직하게 벌려놓았다. 좀 떠들어도 옆 테이블의 소리와 엉키지 않는다.
“다들 콧구멍 만한 생활공간에 짓눌려 살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여기 와선 공항 청사 로비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리모델링할 때도 기존 공장의 높은 천고를 그대로 살렸어요.”
제빵소의 화제는 단연 책이다. 거금을 들여 10단짜리 서가를 원목으로 짰다. 다들 책 상실의 시대를 산다고 했지만 여긴 아니다. 산더미처럼 꽂힌 책들은 시선을 압도하고 묘한 울림을 준다. 책장이 힐링존이다. 책이 주는 푸릇한 기운 탓인지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단골이 급증했다. 주말이면 편한 차림으로 나들이처럼 온다. 그들에겐 동네도서관인 셈. 책장 바로 앞에는 책장 폭만큼의 3단 나무 스탠드가 있다. 주말이면 거기는 책읽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그 광경이 하나의 풍경이고 포토존이다.
◆제빵소와 도서관 사이
“책 읽는 사람만큼 12월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장식품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어떤 고품격 인테리어도 그걸 표현 못하죠.”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다가 풋잠에 빠진다. 그 틈을 타 부부는 모처럼 오붓한 둘만의 시간을 나눈다. 북마케팅, 그래 그녀도 그걸 노렸다.
서울에도 이런 큰 책장을 가진 카페 같은 도서관이 있다. 강남구 청담동 ‘현대카드도서관’, 그리고 삼성동 COEX ‘별마루도서관’ 등이다.
책장 복판에는 앤티크 나무문이 있다. 현재는 굳게 닫혀 있는 시크릿 도어. 바로 옆 B홀이 오픈되면 이 문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현재 A홀은 웃고 수다도 떨 수 있는 다소 동적인 공간, B홀은 책에 더 집중하고 성찰하며 사색하고 싶은 손님을 위한 정적인 공간으로 몰고갈 예정이다. 문학강연회, 시낭송회, 시노래콘서트 등도 연계할 작정이다. 이를 위해 추가로 2만여권의 책을 더 꽂을 작정이다. A홀과 B홀이 하나로 연결되면 대구의 명물 책카페로 롱런할 것 같다. 매월 첫·셋째 월요일에는 플리마켓도 연다. 마켓을 열어주면서도 자릿세 한푼 받지 않는다. 물건을 갖고 와서 파는 사람도 결국 이 제빵소의 우군이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잘하면 책을 물물교환하는 ‘책장터’도 가능할 것 같다.
편함·저렴함·친절함, 이게 이곳의 경영원칙이다. 노트북 작업을 해야 하는 이들을 배려해서 다른 업소보다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도 더 많이 설치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도 쉽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걸어서 5분 거리. 그 근처에 남산골식당, 예전손국수 등 가성비 좋고 손맛도 있는 백반집 스타일의 식당이 포진해 있다. 그런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 여기 예약석(10~30명)에 앉아서 북파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요즘 각종 동호회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
이 제빵소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장애우를 배려하기 때문. 여기선 ‘직원’이란 개념이 없다. 다들 ‘예비창업자’로 존중받는다. 그녀는 자기 월급만으로 만족한다. 나머지 수익금으로 취약계층을 돕는다. 홀 북쪽에 99㎡(30평) 규모의 빵 만드는 작업실이 있다. 모두 10명이 일하고 있는데 5명이 장애우. 남산바나나, 소시지빵, 고구마빵, 단팥빵, 샌드위치, 식빵 등 50여종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나온다. 남는 빵은 근처 남산교회에 기부한다.
커피 한 잔 3천500원. 빵값은 1천~7천원. 빵을 1만원치 구입하면 커피는 무료. 영업은 밤 11시까지. 단체예약은 평일에만 가능하다. (053)423-4777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용 파티상
제빵소 황 대표와 죽이 맞는 두 명의 감각파 파티메이커가 남구 대명9동에 포진하고 있다. 프랑스 디저트 전문가인 ‘다해파티쉐’의 정다혜 대표, 그리고 남명초등학교 근처 골목에 깃을 튼 카페 센터피스가 숍인숍 형태로 최근 문을 연 ‘키스호텔’의 정근연 대표.
둘은 이번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송년파티 콘셉트에 맞는 파티테이블을 부리나케 만들어 주었다. 이 파티상은 지난 15일 오후 4시쯤 센터피스 2층 키스호텔 마당에서 오픈됐다.
리모델링된 1980년대식 양옥에 들어선 키스호텔은 푸드블로거 사이에 입소문이 난 상태.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진, 마치 신데렐라가 살고 있는 궁전처럼 치장해 놓았다. 12월답게 부케같이 깔끔한 크리스마스 리스도 대문에 달아놓았다. 마당 오른쪽에 3m 정도의 길다란 파티테이블. 둘은 거기에 송년파티와 연관된 각종 장식품과 핑거푸드류를 사진찍기 좋게 진열했다. 모든 의자에 풍선도 매달았다. 사슴 머리 캐릭터, 베니스풍 가면 조각품, 나뭇가지마다 붉은 계열의 트리용 볼을 걸었다. 딸기치즈무스케이크를 메인으로 내밀고 그 옆에 5층탑처럼 쌓은 마카롱트리, 그 곁에 형형색색의 타르트를 빙 둘러놓았다. 컵케이크, 머핀, 이글루 모양의 치즈무스도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둘과 죽이 맞는 박하영씨까지 정장하고 가세했다. 당찬 포스의 박씨는 8년전 대구명예통역관이 됐을 정도로 영어에 능하다. 현재 박씨는 뉴욕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노마드(Nomad)’ 출신 셰프인 정병현씨와 함께 키스호텔 공동대표.
키스호텔은 오픈한 지 얼마 안 되는데 벌써 파티족한테 사냥감이다. 상호가 참 야해보인다. 누군 정말 호텔로 알기도 한다. 하지만 카페다. 키스(KISS)가 아니다. ‘키스(Key’s)’다. 정 대표는 브런치 등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카페 센터피스를 운영하다가 그 공간에 새로운 감각의 ‘파티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정 대표는 자기 아버지 칠순파티도 여기서 열었다.
상호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음식을 담당하는 정 셰프와 8개월 고민했다. 그러다가 호텔하면 생각나는 게 많은 열쇠다싶어 ‘열쇠들’이란 의미로 키스를 선택했다. 가끔 호텔 예약 전화가 걸려 와 모두를 웃음바다에 빠트린다. 상호마케팅은 일단 성공적이다.
다들 신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감실 같은 201호를 선호한다. ‘브라이덜 샤워’ 파티에 딱이다. 브라이덜 샤워는 16세기 유럽에서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신부를 위해 친구들이 결혼 자금을 모아 선물한 데서 유래됐다. 2008~2009년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프렌즈’ 등을 통해 국내에 전파된다. 현재는 결혼 앞둔 신부 친구들의 파티로 통한다. 꼭 1인용 찜질굴 같다. 천장화도 그려놓았다. 촛불을 켜놓고 수다떨기 적당한 곳이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고제 테이블은 중세성당의 식탁 같다. 바닥에는 호텔 로비용 대리석을 깔았다.
정 대표는 카페 인테리어 감각까지 갖고 있는 멀티플레이어 마케터. 지역에서는 신개념 카페문화의 리더격이다.
키스호텔의 음식을 책임지는 정병헌 셰프는 뉴요커 유전자를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이태원과 경리단길에서 핫플레이스 식당문화를 개척한 장진우의 창업스쿨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주2회 상경했다. 거기서 만난 정 셰프에게 대구 가서 새로운 카페를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호텔라운지스타일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 만든 게 키스호텔. 여기선 키스샐러드(2만6천원)를 비롯 클럽샌드위치, 수비드 방식의 부채살스테이크(2만6천원), 그리고 8개짜리 에스카르고(달팽이)를 판다. 010-3927-0248
◆다해파티쉐
키스호텔에서 나와 남구 대명9동 카페거리를 건너 베이킹스튜디오 겸 프랑스 디저트 아카데미 스타일의 ‘다해파티쉐’로 갔다. 그곳을 지키는 정다혜 대표. 모르긴 해도 지금 대구에서 송년파티 신드롬을 가장 리얼하게 절감하고 있다. 그녀한테 파티용 디저트를 한수 배우기 위해 줄을 서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12월이면 그녀의 복장은 항상 파티복 스타일. 나팔바지에 망토 차림을 즐긴다. 헤어라인도 파티라인을 타고 더욱 구불거린다.
키스호텔의 정 대표와 둘은 이웃사촌. 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성도 같고 둘 다 인스타그램에 푹 빠져 있다. 메인 사업장도 대명9동. ‘파티 컨설턴트’면서 ‘파티 코디네이터’. 표정도 만화 여주인공 같다. 평생 ‘소녀취향’으로 살 것 같다. 툭하면 서로 다른 능력을 주고받으며 콜라보마케팅을 잘 벌인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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