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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2019-01-18

도시의 박물관은 시민의 문화복지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도시는 박물관과 함께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를 주제로 한 박물관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한층 애쓰고 있다. 도시박물관의 관심사는 도시의 미래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생각과 효과적인 접근방식이다. 누군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을 거’라 했다. 이렇게 풀어보면 어떨까. ‘지난 날을 기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라고. 오늘, 진정한 사명감과 명확한 목표를 가진 두 박물관을 만나보자.

美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MOHAI)’

마이크로소프트·보잉·스타벅스…
아이디어 도시의 이력서 ‘모하이’
세계기업으로 성장, 발전사 한눈에
혁신·상상력의 전통으로 잇는 역사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 아트리움. 작은 사진은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 전경.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역사산업박물관 보잉사(社) 역사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은 하이테크 기술을 자랑하는 비옥한 아이디어의 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보잉, UPS,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있어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그 기업들의 혁신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덕분에 미국에서도 가장 성장이 빠른 도시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애틀의 차별화된 라이프 스타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창의도시 시애틀의 놀라운 이력서는 바로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Museum of History & Industry, MOHAI, 이하 모하이)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19세기 초 작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하기까지 시애틀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세계 유명 회사들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발달 과정 그리고 장거리 비행기의 최초 발명부터 지금의 보잉사(社)까지 시애틀의 산업역사를 만나는 매우 의미 있는 박물관이다.

모하이는 1952년 2월15일 몬트레이크(Montlake)에서 문을 열었다. 초기만 해도 1914년 발족한 시애틀역사협회가 수집한 유물, 문서, 사진 등이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시애틀과 퓨젯 사운드 지역의 유물, 사진, 보관자료 400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교육 및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2년에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의 옛 해군병기창으로 옮겨 재개관하면서 아마존 닷컴의 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기부 덕택에 박물관 내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었다. 무려 1천만달러를 쾌척하며 그는 ‘산업혁신이 인류의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침으로써 시애틀이 계속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박물관의 넓은 아트리움에 들어서면, 아트리움 북쪽 끝을 관통하는 20m 높이의 놀라운 목조각품 ‘Sea to Sky’를 만난다. 그리고 보잉 최초의 상용기, 1919년 보잉 B-1, 시애틀 전투 중 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1856년 미국 국기인 페티코트 플래그, 라이니어 브루닝 사의 네온사인도 보인다.

2층 전시실에 펼쳐진 25개의 시애틀 역사 속 ‘스냅 샷’을 거닐며, 관람객들은 ‘개척시대부터 현대까지’ 시애틀의 역사에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름 하여 ‘진정한 노스웨스트, 시애틀 여행’이라는 제목의 상설전이다. 1790년부터 극적인 환경, 다양한 인종, 더 넓은 세상과의 연결, 그리고 진보적인 정신이 어떻게 시애틀의 역사를 형성했는지 알게 하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시애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많은 양의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맨 먼저 만나는 조슈아 그린 파운데이션 극장에서 시애틀에 대한 7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면, 상설전 ‘시애틀 여행’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거기에서 모하이의 ‘지속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하이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해 과거를 가르치고 즐기면서 현재를 뛰어넘는 꿈을 꾸겠다’는 차진 약속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혁신과 상상력의 전통으로 도시의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각오 또한 숨기지 않는다. 수석 디렉터 레너드 가필드는 “시애틀은 쉼 없이 세계에 없는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으며, 모하이는 어떻게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역사를 발전시키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애틀 ‘역사산업박물관’: www.mohai.org

日 오사카 ‘생활의 금석관(今昔館)’

서양목조건물·전쟁후 복구과정 모습
미니어처·인형으로 생동감 있게 연출
낮과 밤, 비오는 듯한 특수 효과 재미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의 시간 여행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마치야의 세시기’라고 불리는 상점가.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가족풍경 미니어처.
[김정학의 박물관에서 무릎을 치다] “창의적 산업과 100년의 삶에서 해답 찾는 미래”



오사카 시민들의 100년 동안의 삶이 고스란히 모여 있었다. 당연히 박물관이라 이름 붙여져야 하지만, ‘생활의 금석관(今昔館)’이라 불린다. 지금과 옛날을 비교하여 그 심한 차이에서 오는 느낌, 그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가두어 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오사카시립주택박물관’으로 회자되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1999년 11월 오사카시립주거정보센터가 개설되고, 2001년 4월 개관한 ‘금석지감의 현장’은 1884년 서양목조건물을 시작으로, 메이지(明治)시대 서양문화의 창구인 가와구치 거류지, 다이쇼(大正)시대의 근대적 연립주택이 들어선 신시가지, 현대화에 대비하는 쇼와(昭和)시대 상점가들, 그리고 전쟁 후 복구과정에서 시로키타 공원에 1951년까지 존속했던 버스주택에 이르기까지 100년 동안의 오사카지역 주택역사를 50분의 1, 100분의 1로 정교하게 만들어 먼저 보여준다.

물론 1953년부터 시작된 고도성장기, 유럽의 도시를 참고해 만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는 신사이바시 쇼핑거리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본떠 지은 쓰텐카쿠(通天閣)의 미니어처를 보는 것도 시민에게는 쏠쏠한 추억거리다. 지루한 전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교한 인형으로 생동감 있게 연출된 집안의 풍경과 가족의 모습이 30분마다 다른 모형으로 바뀌는 것도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상설전의 타이틀이 재미있다. ‘모던 오사카 파노라마 유람’이었다.

위층 전시실은 ‘마치야의 세시기(歲時記)’라고 불린다. 마치 드라마 스튜디오처럼 낮과 밤이 연출되고, 때로는 비가 오는 것 같은 특수효과도 보여주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에도(江戶)시대(1830년대) 오사카의 상점가가 실물크기로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다. 17세기부터 19세기 무렵까지 8만 채 정도 있었던 점포와 주거를 겸한 주택 ‘마치야’(町家)다. 최고의 상업도시로 번성했던 오사카의 마치야에 넘쳐났던 풍요와 번성함이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온다. 동틀 무렵부터 해질 무렵까지 시간의 변화를 조명과 음향으로 표현하여 시시각각 다른 오사카의 표정을 만나게 되는데, 닭이 울고, 달이 뜨고, 천둥치는 효과는 꽤 실감이 난다. 그리고 포목점, 책방, 약방, 인형가게에서는 이것저것 자유롭게 만져보면서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기모노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로 마치야가 더 붐벼 보이지만, 뒷골목으로 들어서니 빨래도 널려 있고, 마당의 강아지와 지붕의 고양이 조형물들도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이어졌지만,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이 너무도 정교하게 놓여 있었다.

◆도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한 도시의 이야기와 시민의 향수(鄕愁)가 어우러져 있는 박물관을 찾는 것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가장 빠른 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물관은 관심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우쳤다. 시민과 같이 활력을 되찾고, 멋있게 늙어가듯 되돌아보는 즐거움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공감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박물관’이리라. 1천200여 년 동안 한 이름으로 존재해 온 ‘대구’를 우리는 어느 곳에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자존심이 결여된 도시가 책임감을 갖기는 어렵고, 책임감이 결여된 시민이 정의롭기는 더욱 어려운 법. 사랑했으나 알지 못하고, 알았으되 힘들어했다면 우리는 지금 몇 시인가.

오사카 ‘생활의 금석관(今昔館)’: www.konjyakukan.com
(대구교육박물관장)

“다음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캐다

■ 모하이 ‘베이조스 혁신센터’

2013년 10월11일 아마존닷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후원금으로 모하이의 그랜드 아트리움에 ‘베이조스 혁신센터’가 탄생했다. 제프 베이조스는 “시애틀에는 혁신의 DNA가 있다”고 말한다. 혁신은 어떤 모습인가? 어떻게 위대한 아이디어가 발전하는가?

이곳은 시애틀의 창의력과 그 창의력이 만든 발명품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애틀의 이노베이터들은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최신 프로젝트를 서로 공유하고, 방문객에게 그것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혁신센터는 “다음은 무엇인가(What’s Next?)"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방문객에게 미래의 역할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왓츠넥스트(What’s Next) 전시관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발명품을 간단히 보여주며, 아이디어 랩(Idea Lab)은 방문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직접 자기 생각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호기심 많은 방문객은 쉽게 떠날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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