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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거룩한 긍정’과‘가혹한 사랑’의 철학

2019-10-26

아무도 위하지 않는, 그러나 모두를 위한 니체
루 살로메를 독점하지 못했던 니체…
실연의 절망과 고통 속에 탄생한
난해한 걸작 ‘차라투스트라’ 길잡이

니체가 말하는‘거룩한 긍정’과‘가혹한 사랑’의 철학
‘차라투스트라’는 일종의 서사시로, 니체 본인도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책이다. 사진은 프리드리히 니체.

최근 한 특별한 계기로 인해 우리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모순과 부조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검찰 개혁’이 무슨 유행어처럼 돼 버렸는데, 이왕 하는 것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나 학계, 언론 쪽도 개혁을 해야 할 것 같다. 진영을 떠나, 이 나라 정치나 학계, 언론은 국민의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데 검찰 하나만 바꿔서 되겠나.

욕망과 위선과 가식의 뒤범벅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현재의 인간들을 보면서 누군가 무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다. “거봐, 난 그렇게 될 줄 알았어.”

‘19세기에 20세기를 살다 간 사람’ ‘예언가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 ‘세상과 통념을 비웃었던 문제적 인간’ ‘평생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철학자’….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기도 힘들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거룩한 긍정’과‘가혹한 사랑’의 철학
김동국 지음/ 삼인/ 463쪽/ 2만5천원

프리드리히 니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철학자 중 한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책처럼 난해하고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인물이다. 마틴 하이데거, 카를 야스퍼스, 슈테판 츠바이크 등 저명한 철학자와 작가들이 저마다 니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니체는 어렵다.

니체에 대해 구체적인 팩트로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불행했던 ‘치정’의 역사 정도다. 그는 지독한 ‘사피오 섹슈얼’(상대의 지성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니체가 ‘똑똑한 여인’ 루 살로메에게 푹 빠져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내려와 여기서 만나게 되었지요”라는 말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 들으면 좀 낯 간지러운 멘트일 수 있지만, 저 두 사람의 만남을 그 이상 어떻게 표현할까 싶다. 고독한 천재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대상은 무척 제한적일테니, 자기 앞에 나타난 루 살로메가 니체는 얼마나 반가웠겠나.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녀를 독점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깊은 절망과 광기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실연의 절망과 고통 속에 니체 인생 최고의 역작이 탄생한다.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차라투스트라’)다.

차라투스트라는 일종의 서사시로, 니체 본인도 무척 자랑스러워했던 책이다. 10년간 산 속에서 명상을 한 차라투스트라가 인간 세계로 내려와 자신의 지식과 철학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내용이다. ‘영원 회귀’ ‘권력에의 의지’ 등 니체의 주요 철학이 등장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문학이면서도 철학서이고, 예언서다. ‘만인을 위한 그리고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만인을 위해 쓴 책이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 ‘아무도 위하지 않는, 그러나 모두를 위한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를 저자와 함께 읽는 책이다. 미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어려운 니체와 차라투스트라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혹여 독자가 혼자 차라투스트라를 읽다 그 난해함에 지쳐 책을 던져버리는 일이 없도록.

책은 차라투스트라가 은둔을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는 ‘서문’부터 자세하게 해석한다.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이 부분은 예수의 행적에 대한 패러디다. 니체와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된다.

저자는 말한다. “니체는 기존의 세계를 지지하고 있는 기둥들을 망치로 부수기 시작한다. 종교를 비판하고, 도덕과 진리를 비웃었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의 망치질은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서, 그는 모든 것을 부수었던 바로 그 망치로 새로운 서판을 새기기 시작한다. 서판 위의 글귀들은 인류가 아직까지 읽지 못했던 문장, 니체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개념들이다.”

다시 한 번 ‘니체의 망치’가 필요한 지금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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