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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싱가포르에서 대학교육의 미래를 보다

2019-11-12

공학·디자인 융합교육 내세운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 주목
학생들 스스로 문제 발견·해결
졸업후 6개월 이내 98% 취업
강의·시험에 의존 우리와 대조

[3040칼럼] 싱가포르에서 대학교육의 미래를 보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10월 말에 싱가포르에 잠시 다녀왔다. 입시 면접을 사흘간 치르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동료 교수와 그곳으로 떠났다. 바쁜 학기 가운데도 싱가포르로 떠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리 학교는 학부생을 받은 지 이제 5년밖에 안 된 신생 대학으로, 전공의 벽을 허무는 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무전공 단일학부 제도를 시행해왔다. 학과 제도가 굳건한 우리 대학교육에서는 꽤 신선한 시도라 KAIST를 비롯한 몇몇 대학이 최근에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지만, 교수 사이에서는 우리 대학의 학부 교육이 교육 방법이나 내용에서 충분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강한 요구가 있었다. 그래서 2021년부터 새로운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도입하기로 하고, 해외 사례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우리 눈에 들어온 곳이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Singapore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Design:SUTD)이었다.

국립대학 체제인 싱가포르에서 네 번째로 설립된 이 대학은 2012년에 처음 학부생을 받기 시작한 신생대학이다. 이름이 말하듯 이 대학은 ‘디자인으로 더 나은 세상’이라는 모토 아래 공학과 디자인의 융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독특한 학교다. 한 학년이 400명 조금 넘는 작은 대학인데, 교과과정을 설계할 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기존 공과대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대학은 기본적으로 졸업하자마자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와 건축가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실제로 졸업생 98% 이상이 졸업 후 6개월 이내에 직장을 얻는다고 하니 만만찮은 성취다.

이런 성취를 이루는 데는 교육방법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핵심은 두 가지로 하나는 능동학습(active learning)이요, 다른 하나는 협업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다. 전통적인 교육방법이 교수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둔다면, 이곳의 교육방법은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 과정을 학생 스스로 동료와 함께 해나간다는 것이라 하겠다. 예컨대, 물리학 같은 전통적인 교과를 배울 때도 학생들은 주요 개념을 소개하는 교수의 짧은 강의를 듣고 나서 곧바로 조별 활동에 들어간다. 이렇게 익힌 내용은 학기 중에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활용하는데, 거기서는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한다. 물리학 수업에서 전자기 개념을 배우면, 그 개념을 스피커를 제작해 활용하는 식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특정 교과 내에서 진행되기도 하고, 그 학기에 듣는 몇 개 교과목을 아우르는 것으로 진행되기도 하며, 한 학생이 입학 때부터 졸업 때까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새롭게 배우는 내용을 추가해서 반복적으로 수행되기도 한다. 네 개 전공트랙을 밟는 학생들이 모여 이런 프로젝트를 25개에서 30개 정도를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학교 선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특히 부러웠던 일은 학교 차원에서 학부 교육에 아낌없이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이었다. 학부 교과 한 과목에는 보통 세 명의 교수가 투입되어 학생들의 조별 활동과 프로젝트, 토론을 지도하고 있었고, 이런 활동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강의실과 제작 공간이 제공되었다.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강하는 중대형 강의가 대종을 이루는 우리 대학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수의 강의와 시험에만 의존하는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동료와 함께 문제를 풀어내는 경험을 풍부하게 갖춘 SUTD나 이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익힌 세계 여러 공과대학 학생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 텐가. 우리 고등교육이 지식 전달이라는, 이제는 쓸모없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일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싱가포르 변두리의 어느 작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에 주목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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