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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문재인정부의 순혈주의

2019-12-14
20191214
최병묵 정치평론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무총리 기용이 물 건너갔다. 언론은 최근까지 김 의원의 총리 지명이 거의 확실한 것처럼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하자 ‘김진표 총리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문재인정부 들어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다. 그는 창조과학과 뉴라이트 사관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원내대표까지 한 4선 의원이다. 지역구가 경기도 수원이다. 그런 그가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모양이다. 정치권에선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에서 거센 반대의견이 나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선을 4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김진표 총리 카드’는 유효성이 높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이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통을 총리로 기용하면 잇단 경제 실책에 시름하던 유권자층의 기대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의지로 읽힐지도 모른다. ‘총선용’으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 김진표 의원은 문 대통령 핵심 지지세력의 이념 지향성과도 거리가 있다. 대통령의 포용 의지 또한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김진표 대안으로 검토한다는 정세균 의원도 경제통이긴 하다. 그러나 거시경제를 다뤄본 적은 없다. 호남 출신으로 지지층 확장의 관점에서도 거리가 멀다. 국민의 눈높이로만 본다면 김진표 카드를 대신할 수 없다. 김진표 카드를 집어들지 못하게 된 진짜 원인이야 누가 알겠는가.

정치권 분석이 맞다면 문 대통령의 인사에 순혈주의(純血主義)가 깃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을 쓰는데 내 사람과 네 사람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기 사람이다 싶으면 끝까지 지킨다. 아니다 하면 곧바로 접는다. 조국과 박성진씨의 경우에서 그런 이분법을 느끼게 된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아직도 미련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조국 일가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를 지금 이 시각까지 견제하고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는 물론 민주당까지 나서고 있다. 민주당원이 아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 못할 논리를 펴며 옹호하고 있다. 자기편 감싸기도 이 정도면 기네스북감이다. 이러니 여권이 조국을 ‘재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도 검찰개혁을 거론했다. 이 정부 검찰개혁의 숨은 뜻은 ‘조국 수호’였다. 달리 말하면 조국은 내 사람이기에, 문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에 끝까지 지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자신들과 철학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당이란 조직 자체가 원래 그렇게 탄생했다. 이념적 지향성이 맞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친 조직이다. 그런 곳에서 성장해온 사람이 대통령이니 당장 달라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다. 대통령에 맡겨진 책무 때문이다.

대통령 스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하고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될 땐 41.08%의 국민지지를 받았다. 취임을 하면 100% 국민의 대통령이다. 현재의 제도가 그렇다.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7개월이 지났다. 항간에선 문 대통령의 취임사 한 대목이 화제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꿨는가? 문재인정부에서 이념 갈등이 줄었는가? 대통령이 나서 야당과 제대로 대화한 적 있는가?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적재적소를 무시한 인사를 하지 않았는가? 지지자 아닌 유능한 인재를 한번이라도 찾아가 모시려고 한 적 있는가?최병묵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