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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기고] 당신도 언젠간 노인이 됩니다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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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

요즘 노인요양시설이나 가정에서 치매 노인을 폭행하거나 노인에게 사용한 기저귀로 입을 막고 모욕을 주는 등 충격적인 노인 학대 사건은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지난 15일은 '세계 노인학대인식의 날'이었다.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2006년부터 유엔(UN),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노인복지법개정을 통해 이날을 공식적인 '노인 학대예방의 날'로 정해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노인 학대'란 신체적·정서적·언어적 학대 및 유기·방임으로 인한 소외를 모두 포함한다.
경북은 올해 4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6만 명을 넘었다. 가파른 고령화만큼 학대신고 건수가 늘고 재발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는 노인 학대예방과 노인인권 보호를 위해 권역별로 동부권(포항), 서남부권(김천), 서북부권(예천) 3개소의 도 노인보호전문기관과 동부권(포항), 서북부권(예천) 2개소에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를 운영중이다.

2017~2019년까지 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관련 신고 및 상담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신고건수 1천97건, 상담건수 7천820건, 2018년 신고건수 1천870건, 상담건수 1만1천164건, 2019년 신고건수 1천649건, 상담건수 1만7천520건이 접수됐다. 이중 노인 학대는 2017년도 320건, 2018년도 432건, 2019년도 494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노인학대 가해자 대부분은 가족이나 노인 요양 시설이란 것도 마음이 아프다. 실제, 2019년 발생한 노인 학대 신고 1천649건중 가정에서 1천78건, 시설 574건이 발생, 가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5%에 달했다. 가정에서의 학대행위자는 아들(31.6%), 배우자((19.8%), 딸(7%), 며느리(1%), 손자녀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39.8%), 신체적 학대(30.7%), 방임(17.9%), 경제적 학대(7.7%), 유기 등 기타(3.9%) 순으로 나타났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현실에서는 그 세월을 살아온 분들에 대한 '공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인이 되면 행동이나 판단이 느려지고,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은 안 들리셔도, 조금 느리셔도, 우리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나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기다려드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어떨까. 자주 가는 음식점이나 피자점, 커피숍 등에 '노인'을 위한 메뉴 주문 직원이 있으면 어떨까.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면서 차근차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네 도움 받기 싫어!" 라고 말씀하실 노인은 없을 테니까.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지금 노인의 모습이 훗날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절대 잊어선 않된다. 그게 바로 노인을 공경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법률만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정·학교에서도 노인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교육을 어릴적부터 의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된다는 걸 깊게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마음을 열고, 귀를 열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노인은 경륜과 지혜의 보고(寶庫)로서 공경의 대상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예(禮), 의(義), 효(孝)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왔다.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기며 효도하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도리이다.
강성조<경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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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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