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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종교·문화 갈등, 음식으로 위로·화합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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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에이브(노아 슈나프)는 요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멋진 뮤지션이나 옷, 자동차 등에 관심이 많은 또래 친구들과 만나 시시덕거리는 것보다 자신이 요리한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실시간 반응을 살피는 게 더 즐겁다. 그의 주된 관심사 역시 각국을 대표하는 요리들의 레시피와 맛집 탐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워야 할 가족 식사 자리는 늘 불편하다. 팔레스타인계 무슬림 친가와 이스라엘계 유대인 외가를 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에이브는 종교적 가치관의 차이와 역사적 반목으로 매번 다투는 양가 어른들을 마주해야 한다. 한편, 여름 방학을 맞은 에이브는 부모 몰래 요리 캠프 대신 SNS에서 눈여겨본 브라질 출신 셰프 치코(세우 조르지)가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를 찾아간다. 치코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에게 부엌의 정의와 기초부터 가르쳐준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소년의 성장담을 세상에서 가장 민감하고 첨예한 중동의 정치사와 다양한 요리들이 뽐내는 맛과 색의 향연에 녹여낸다. 다소 이질적인 조합이지만 종교와 민족 못지않게 음식에 담긴 두 나라의 자긍심 강한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영화는 활기찬 부엌의 신선한 식재료들처럼 시종 밝고 경쾌하다. 에이브는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통해 가족들의 마음을 한데 묶어줄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가족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없는 운명과 같기에 사춘기의 고민과 방황보다 더 우선시해야 할 건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가 부딪치는 뉴욕을 배경으로 삼은 건 주효했다. 그의 방황을 다독이며 이해해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뉴욕이기에 가능했다. 한편으론, 브라질 출신 치코가 강제 추방을 걱정하는 대목에선 여전히 편견을 견지하며 이민자에게 유독 엄격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치코는 에이브에게 "맛을 섞으면 사람도 뭉친다"는 일종의 팁을 알려준다. 에이브는 유대교의 성년식인 '바르 미츠바'를 한 해 앞둔 자신의 생일날 이를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화해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놓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통음식을 서로 섞어 만든 음식을 모두 손수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생소한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의 퓨전 요리 등이 소개돼 식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사랑과 위로의 종합선물세트처럼 좋은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화해시켜주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유대인의 손자이자 브라질에서 온 가톨릭 이민자인 페르난도 그로스테인 안드레이드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장르:드라마 등급:전체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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