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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병원급 의료기관만 정부 보상 제외 코로나19 사투 피해 커…지원 절실"

2020-06-30

고삼규 대구경북병원회장 인터뷰
대구 감염병 확산, 모든 의료기관 힘 모아 막아냈지만
규모 클수록 피해도 큰 병원급은 지원 못 받아 상실감
특별재난지역 中企와 같은 혜택 받는다면 큰 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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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규 대구경북병원회장

"이번 대구지역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지역 내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이 힘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병원만 지원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까."

고삼규 대구경북병원회장(보광병원장)은 29일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울분을 토하듯 하소연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의료기관 중 병원이 정부 지원에서 아예 배제됐다는 것이다.

대구는 지난 2월18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대형 감염원인 신천지 대구교회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종합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거점 및 전담병원으로 감염병과의 전쟁을 치렀다. 이런 덕분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대부분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을 보탠 병원급 의료기관의 노력은 관심을 받지 못했고, 이번에는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조차 빠져 버린 셈이다.

고 회장은 "코로나19로 대구시민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병원이 입은 피해도 크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대구지역의 코로나19는 안정세를 찾았고, 현재 국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K방역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구시민과 대구의료진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기에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보건복지부 장관, 국무총리 등이 '아낌없이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무런 말도 없고, 거기다 병원들은 아예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지적한 이후 기획재정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피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등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을 시행하면서 의료기관을 감면적용 제외 대상 업종으로 명시한 것이다. 의원·치과의원 및 한의원의 경우는 일정 자격 조건을 갖추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병원급은 아예 제외대상으로 못 박아 놓은 것.

고 회장은 "코로나19 감염병 피해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의 조항을 신설했음에도, 정작 감염병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 피해 대상 업종인 의료업 중 수많은 종사자가 현장에서 진료와 치료를 전담한 의료기관인 병원은 아예 배제, 의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준을 만들어 사실상 배제한 것은 해당 조항의 신설 취지를 심대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급 의료기관도 힘들지만 병원급은 인력 등의 규모가 더 큰 탓에 충격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고, 이후 환자 회복 속도도 더딘 탓에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고 회장은 강조했다.

고 회장이 병원장으로 있는 병원의 경우 대구지역 첫 확진자가 나온 2월18일 이후 2월 말까지 외래환자와 입원 환자는 각각 40% 감소했고, 3월에는 외래환자 33%, 입원환자 27%, 수술이 32% 감소했다. 하지만 병원 특성상 인력 등을 줄이기 힘든 구조여서 고정경비는 거의 줄지 않아 줄어든 환자보다 병원 수익 감소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고 회장은 설명했다.

이런 탓에 의료기관들은 세제지원을 가장 바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대구경북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에 요구할 시급한 대책으로는 '세금 감면이나 유예 등의 세제지원'(3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청구 금액을 선지급해주고 있지만, 이는 언젠가 갚아야 하는 부채다. 이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중소기업에 소득세, 법인세 등이 감면되는 혜택을 병원이 받게 된다면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고 회장의 판단이다.

고 회장은 "병원의 피해는 막대하지만, 다 같이 힘을 모아 큰 위기를 이겨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대구지역의 병원 경영진이 상실감에 빠져 있다. 이를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싸우다가 다쳤다. 그런데 이 상처를 치료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전쟁이 생기면 누가 나서겠느냐. 치료만 해달라는 거다. 다시 전쟁이 나면 싸우러 나갈 수 있도록, 공동체 전체를 위해 다치면 정부가 치료를 해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확신만 달라는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만약 이런 위기가 또 왔을 때 병원이 경영의 어려움을 생각해 각자 살길만 찾는다면 시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고생하고 희생한 병원이니까 더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중소기업과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경북에는 종합병원 36곳, 병원 200곳, 요양병원 187곳 등 총 423개 병원이 있고, 이중 대구경북병원회에 가입된 병원은 종합병원 33곳을 포함해 총 109곳 정도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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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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