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 경북부장 |
우리는 조금이라도 튀는 아이들에게 "저 집은 어떻게 아이들 교육을 시켰길래 저렇지"라며 못마땅해한다. 한발 더 나아가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거나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별 고민도 없이 '낙제점' 아이로 치부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아이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 아이는 단지 공부를 조금 못할 뿐 됨됨이가 좋은 데 반해 자기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만 다른 아이를 왕따시키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클럽을 드나드는 '똑똑하고 영리하지만 인성이 나쁜 아이'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처럼 내 새끼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새끼 잘못만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우리는 최근 정치판에서 자주 보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이 그렇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동산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있다. 그런데 정작 내 새끼인 청와대 참모나 여당 국회의원들에게는 말발이 서지 않는다. 다주택자들은 여러 명이고 집을 3채 이상 가진 사람도 있다. 물론 야당 의원들의 다주택자 비율이 높지만, 이들은 남의 새끼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서 '다주택자는 6개월 안에 팔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6개월 동안 집을 판 사람보다 여전히 다주택자인 사람이 더 많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팔지 않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팔았으니 할 말이 없다. 그것도 미래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서울은 남겨두고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으니,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이후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서울 아파트도 팔기로 했지만, 주군의 얼굴에 생채기만 낸 꼴이다.
그럼 정부의 주장처럼 다주택자들이 없어지면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월급쟁이에게 뚝 떨어지는 일이 생겨날까? 월급쟁이가 오롯이 제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 의문스럽다. 일반 월급쟁이보다 더 많은 재산이 있고 월급도 많은 데다, 부동산 정보나 흐름에도 빠른 사람들이기에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 정도 재산을 가졌으면 현금으로 바로바로 원하는 아파트를 한 채도 아니고 두세 채를 살 수 있겠구나. 대출은커녕 전세 끼고 집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겠구나. 십수 년 돈 모으고 전세 끼고 집 하나 장만하려는 우리랑은 근본부터 다르구나."
이게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이다. 아파트 한 채는 실제로 거주하는 집이고, 나머지 두세 채는 재테크 수단이니 포기할 수 없을 게다. 모시는 주군은 한 시절이지만 재산은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으니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나름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성난 민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라고 주문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또 한 번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법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이달 중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강력 권고했다는데 진짜로 아파트를 파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부동산 대책의 수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는 발언도 문제다. 죄 없는 국민들만 투기꾼처럼 몰아붙이지 말고 정부 정책에 커다란 잘못이 없었는지 먼저 돌아보는 게 먼저다. 청와대 참모들도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라.
남의 새끼(국민)가 튀는 행동한다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기 전에 내 새끼(청와대 참모나 여당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먼저 살펴보길 바란다.
전 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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