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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전문의에게 듣는다] 소리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2020-10-13

74%가 '우연히 발견'…실명 직전까지 '무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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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녹내장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관리하고 있는 환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58만여 명이던 국내 녹내장 환자는 매년 12%씩 증가해 올해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녹내장 환자 수가 1억명을 넘어섰고, 매년 8~9%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40세 무렵부터 노안과 함께 발병할 수 있는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 등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들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또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는 녹내장은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녹내장이 한 쪽 눈에만 발생할 경우 다른 쪽 눈에 의지하는 탓에 스스로 알아차리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내장을 안과에서 우연히 발견한 경우가 74%였고, 발견 당시 시야결손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 전문의들은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될 수 없어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명만 많이 알려진 녹내장

전문의들에 따르면, 백내장은 안과에서 많이 다루는 질환 중 하나로, 워낙 유명한 질환이라 일반인도 진단명을 외울 정도다. 녹내장도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떤 질환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탓에 녹내장을 처음 진단 받은 경우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조차 녹내장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은 눈에서 수정체라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부분에 혼탁이 생기는 병으로, 카메라 렌즈에 혼탁이 생겨 사진을 찍어도 흐리게 나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처럼 백내장은 뿌옇게 흐리게 보이는 질환이다.


카메라 필름과 비슷한 망막에 이상 생기는 질환
완치 불가능하지만 조기치료하면 평생 증상 없어
당뇨 등 지병·가족력 있으면 주기적 검사해봐야


하지만 녹내장은 백내장과는 전혀 다른 부위인 망막에 있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시신경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모아서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부위로 카메라로 말하면 필름과 유사한 곳이다. 이 부위에 이상이 생겨 시야결손이 발생하는 질환이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으로 나눠진다. '개방각녹내장'은 눈 안에 물이 빠져나가는 곳(섬유주)이 열려 있어도 그 기능이 떨어져서 안압(눈의 압력)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거나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폐쇄각녹내장'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눈 안에 물이 빠져 나가는 곳(섬유주)이 닫혀서 갑자기 안압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증상을 동반하는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다.

◆녹내장은 증상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워

일반적인 만성개방각녹내장의 경우 말기가 되기 전까지 별 다른 증상이 없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우연히 진단을 받게 된다. 눈이 건조해서, 백내장 때문에 눈이 침침해서, 또는 건강검진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찾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녹내장이 점차 진행을 하게 되면 시야손상이 점점 악화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기가 되면 터널 속에서 밖을 보듯 시야가 좁아져 중심부만 보이게 된다. 이 정도로 녹내장이 심한 경우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지는 일이 많고 작은 물건을 찾을 때 오래 걸리게 되고, 여기서 더 진행을 하면 중심이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실명을 하게 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급성폐쇄각녹내장의 경우에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게 된다. 갑작스럽게 안압이 증가해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아주 아프고 묵직한 눈 통증과 함께 심한 두통과 구토가 동반한다. 앞이 흐려 보이고 불빛 주위로 달무리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녹내장은 병원을 찾아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안과에서 시력, 안압검사, 세극등현미경 검사, 시신경의 구조 및 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고, 녹내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도 알 수 있다.

병원에서 진단이 가능한 데다 현재까지 녹내장은 완치할 수 없는 병이다. 다만 완치를 못 한다는 것일 뿐 모두 실명하는 것도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잘 관리를 하면 사는 동안 증상을 못 느낄 수 있고 실명으로 진행할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예방을 위한 뚜렷한 방법이 없는 점도 아쉬움이다.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 루테인을 많이 복용하고 백내장을 예방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 안경을 권하지만, 녹내장을 예방하는 뚜렷한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당뇨 등의 지병 △ 녹내장 가족력 △두꺼운 안경(돋보기 또는 근시안경) 착용 △검진상 안압이 높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40대 이상의 성인은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게 좋다.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것부터

녹내장에 대한 치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들이다. 안약, 레이저 치료, 수술 치료를 통해 안압을 낮춰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방각녹내장은 처음 진단되면 안약을 통해 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시작하고, 경과관찰 중 약물로 안압이 잘 조절이 안되면 레이저 치료를 고려하거나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폐쇄각녹내장의 경우에는 초기에 레이저 치료나 백내장 수술을 고려하며 진행 시에는 녹내장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레이저 치료들이 개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SLT(Selective Laser Trabeculoplasty), MLT(Micropulse Laser Trabeculoplasty)의 레이저 치료가 개발돼 눈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도 간편하고 손쉽게 안압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됐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녹내장 수술에서도 최소침습녹내장수술법이 개발, 수술 시간도 짧고 수술 후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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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는 안과 이태윤 원장

잘보는 안과 이태윤 원장은 "녹내장은 말기가 되어 실명하기 직전까지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반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잘 받으면 평생 증상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착한 병이기도 하다"면서 "그런 만큼 초기에 빨리 발견하기 위해 당뇨 등 지병이 있거나 가족 중에 녹내장이 있는 경우 등 녹내장의 위험요소를 가진 경우라면 이들은 안과를 자주 찾아 정확한 검사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잘보는 안과 이태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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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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