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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주 외곽에 데이터센터를…

2025-12-24 16:57
박병훈 경북도의정회 시무총장

박병훈 경북도의정회 시무총장


경주는 오랫동안 '보존해야 할 도시'로 불려왔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긴 역사,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적들은 경주의 정체성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주는 늘 질문을 받아왔다. 이 도시가 앞으로도 살아 있는 도시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이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과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경주는 대도시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수도권과는 분명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위치는 오랫동안 애매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경주는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도시다. 수도권의 과밀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국가 기능을 분산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터센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부속 시설이 아니다. 국가와 지역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기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선택이다. 중요한 점은 경주가 이 시설을 도심이 아니라 외곽에 두어야 한다는 데 있다. 문화유산과 일상의 공간을 보호하면서도, 도시 전체를 지탱할 새로운 기반을 외곽에서 조용히 구축하는 방식이 경주다운 해법이다.


외곽에 조성되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집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주에 필요한 것은 '운영되는 시설'이 아니라 '기능하는 플랫폼'이다. 이 센터는 지자체, 산업체,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행정은 데이터를 통해 정책을 점검하고, 산업체는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며, 시민과 지역 단체는 소통과 참여의 통로를 갖는 구조다.


특히 이 센터는 국가과제와 지역과제를 연결하는 중간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연구·실증 과제가 지역 현장에서 구현되고, 경주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적 연구 주제로 확장된다.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관광 관리, 인구 감소 대응, 고령화 사회의 서비스 설계 등은 경주가 가장 현실적인 실험장이 될 수 있는 분야다.


여기에 연구센터 기능을 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기능은 단기 성과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경주가 당면한 미래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기반 분석과 장기 연구, 그리고 실증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해법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의 성격도 달라진다. 단순한 건설이나 운영 인력이 아니라, 연구·분석·기획·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이 필요해진다. 이는 경주가 '관광 도시'라는 단일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식과 기능을 축적하는 도시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미래 문제를 연구하는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경주의 도심은 계속해서 보존되고 가꾸어져야 한다. 동시에 도시의 외곽에서는 경주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기반이 차분히 구축되어야 한다. 외곽에 데이터센터와 연구 기능을 결합한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도시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이다. 경주의 외곽에서 데이터센터와 연구 거점을 준비하는 일은, 문화유산의 도시가 다음 천년을 준비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현실적인 선택이다.


박병훈<경북도의정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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