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함께하고픈 디저트카페
대구에서 프랑스 유학파 파티셰들이 론칭한 건 언제쯤일까. 약속이나 한 것처럼 2009년 등장한다. 수성구 만촌동의 '레브 슈크레', 남구 대명동의 '셰 르구' 등이다. 2000년대 초 최가네케이크와 마들렌이 신개념 케이크시대를 연다. 그들 때문에 2014년쯤 딸기 조각 케이크가 대박을 친다. 이때 여러 디저트카페가 출몰한다. 달코마이, 프레지어, 츄즈미, 트클레스, 메종드비스퀴, 달로와요, 마들렌, 모가, 라피로띠 등은 물론 안명규 사단의 커피명가 등도 딸기케이크 시대를 연다. 이후 핸즈커피가 쌀로 만든 와플을 내밀며 상승세를 타고 급기야 2~3년 전부터 지역발 디저트카페가 강세를 보인다.
대구판 삼순이와 佛 제과 장인의 '달콤한 꿈'
무스케이크 같은 꾀르와 밀푀유로 인기몰이
레브 슈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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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통 디저트카페 '레브 슈크레'를 운영하고 있는 장 프랑수아 드귀네(오른쪽)와 아내 하나은씨. |
세계 최초의 제과제빵 기술을 전파하는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의 마스터급 기술자가 있다. 그가 프랑스 제과에 심취한 자기 제자였던 대구 여성 파티셰(제과 전문가) 하나은과 결혼을 했다. 빅뉴스이지만 지역 제빵계에선 이 사실을 아는 이가 거의 없다. 부부가 얼마 전 중구 약전골목 중간에 디저트카페를 오픈했다. 레브 슈크레(Reve sucre)다. 프랑스와 한국의 입맛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 불어로 '달콤한 꿈'인 레브 슈크레.
아내는 남편을 만나기 전 2009년 수성구 만촌동 성원넥서스 근처에서 당시 대구에선 생소하던 정통 프랑스 디저트 카페를 오픈했다. 국내 제과제빵학원에서 익힌 기능이 아니었다.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아내는 1년간의 어학연수를 거쳐 2005년 르 코르동 블루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해 한 드라마 때문에 난데없이 르 코르동 블루 특수가 일어난다. 바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인데 주인공 김삼순이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파티셰란 이름이 바리스타란 이름만큼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런데 남편 또한 서프라이저였다. 르 꼬르동 블루 제과 파트장이랄 수 있는 테크니컬 디렉트 장 프랑수아 드귀네(Jean francois deguignet). 1999년부터 10년간 제과 파트 교수였다. 그는 2002~2003년 숙명여대 르 꼬르동 블루 과정 개설 때 서울로 와서 진두지휘까지 했다. 아울러 '세계 최고 제과학교 셰프들이 가르쳐주는 레시피 100'이란 부제를 단 '르 꼬르동 블루 파티세리'란 두툼한 책을 낼 때 모든 요리를 직접 시범해 보였고 서문까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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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르(Coeur) |
아내는 부모가 한식당을 운영하는 바람에 성장기 요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대학교 1학년을 휴학하고 제과제빵학원에 등록한다. 이후 옛 만경관 옆 금오베이커리에 입사한다. 이후 복학해 가정대 내 빵집에서 알바를 하며 주경야독을 한다. 그녀가 르 꼬르동 블루에 갔을 때 한국인 학생이 5명이 있었다. 여기는 자격시험은 없지만 초·중·고급 단계별 시험을 통과해야 된다. 보통 9개월 정도 공부를 하고 이후 3개월 과정 현지 파티스리(빵집)에서 현장실습을 이어간다. 그녀가 실습한 곳은 파리 시내에 있는 130여년 역사의 '파티스리 더 레글리즈'였다.
2014년 결혼을 한 그녀는 프랑스로 다시 간다. 그렇게 5년 프랑스에서 내공을 다지다가 지난해 9월 다시 대구로 와서 현재 자리에서 가게를 다시 오픈한다. 프랑스의 물성을 대구에 그대로 심기가 어려웠다. 프랑스는 사계절 각종 과일이 풍부한데 대구는 시즌별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딸기, 살구, 복숭아, 자두 등을 팔공산 자락에서 직접 키우기도 했다.
이곳은 대구에서 '밀푀유(프랑스어: Mille-feuille·1천장의 나뭇잎)'란 뜻으로 커스터드와 파이 껍질을 층으로 포갠 페이스트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다. 또한 로즈메리 무스를 글라사주 기법으로 입한 언뜻 빨간 무스케이크 같은 하트 모양의 '꾀르(Coeur)'도 인기몰이 중이다. 이밖에 딱뜨쇼콜라, 딱뜨씨트롱, 쇼콜라에그조틱, 에클레어 쇼콜라 등 각종 케이크류와 초콜릿, 구움과자 등을 프랑스풍으로 즐길 수 있다. (053)253-7176
도자기·가구·조명 디자인 하다 케이크 디자인
버터 넣지않은 '나만의' 수제케이크 주문 제작
오 케이크
'오 케이크(O CAKE)'라 불리는 수제케이크 전문점. 오경란만의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그녀는 지역에서는 나름 인정받은 '케이크 조각가'로 불리는 디저트 디자이너.
12월은 24시간 비상이다. 이미 크리스마스 이브용 케이크 주문은 완료된 상태. 전날에는 잠과 휴식을 반납하고 얼추 30개를 죽어라 만들어야 한다. 유화제, 버터, 식용색소도 사용하지 않는다. 예약 받은 만큼만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다.
특히 연말연시 자기만의 취향이 스며 들어간 콘셉트 케이크를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예약판매를 한다. 트리형 딸기초코케이크, 파스텔톤이 인상적인 웨딩드레스에서 모티프를 얻은 프릴형 케이크, 딸기·포도·블루베리·복숭아·청포도 등 10여 가지 과일을 주제로 한 '과일잔치'란 과일케이크, 화이트초콜릿을 이용한 말차마틸다, 바나나와 누텔라 시럽을 이용한 누텔라바나나, 당근케이크 등 10여 종의 케이크를 엄선해 판다. 헤이즐넛딥초코 등 4종류의 쿠키도 구비돼 있다.
오 사장은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특히 신개념 도자기와 가구 디자인에 올인했다. 첫 직장은 조명회사 디자인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적성이 안 맞아 독립했다. 2015년 대구 중구 봉산동에서 오 케이크란 카페를 열고 케이크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왔다. 0507-1317-1563
레고 모티브로 한 '브릭마카롱' 시그니처 메뉴
스텔라 亞 첫 프로모션서 별 마카롱도 선보여
다해파티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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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파티쉐'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
프랑스 디저트 전문가 정다혜. 대구 출신으로 계명문화대 광고디자인학과 출신이다. 남구 대명9동 주택가에 작업장이 있다. 레고를 모티브로 한 브릭마카롱 전문가로 소문이 나 있다. 2012년 수천만원 학비를 내고 숙명여대에서 개설한 프랑스 최고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 들어간다.
그녀에게 꿈의 직장이 일찍 주어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플레이팅컴퍼니'다. 이 회사는 셰프가 새로운 파티문화를 연출하는 '셰프테이너 비즈니스'의 리더였다. 특히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인 스텔라 아루투아 측의 아시아 첫 프로모션 행사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스텔라를 연상하듯 별 모양의 마카롱, 그리고 야광 판나코타, 흙을 연상시키는 초코크럼블 등을 선보였다. 천장에도 빵을 매달았다. 이후 '브릭마카롱'은 그녀만의 상징이었다. 그녀가 올해 크리스마스를 위해 만든 케이크류 사진을 촬영해 보내주었다. 010-6252-2024
대구 첫 프랑스 쿠키 전문점 고교 앞에서 대박
본토 레시피에 대구 정서 입힌 47가지 선보여
쉐 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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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구 최초로 생긴 프랑스 쿠키 전문점 '쉐 르구'. 쿠키 리스트는 47가지. 10여 종의 타르트도 판다. |
2009년 경북여상과 경북예고 동쪽 주택가에서 태어난 '쉐 르구(Le gout)'. 프랑스어로 '그 맛'이란 뜻이다. 대구 첫 프랑스 쿠키 전문점이다. 프랑스국립제과제빵학교(INBP) 출신인 파티셰 문선욱. 그녀는 일본에서 의류패션학도인 남편 조익재를 만나 이 가게로 꿈을 일군다. 과자류는 무진장하게 있지만, 이 집은 쿠키 하나에만 올인한다. 그리고 보조적으로 타르트를 옆에 깐다. 원래 11년 전 근처 대로변에서 시작했다. 열자마자 대박이 났다. 기존에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쿠키였기 때문이다.
쿠키 리스트는 모두 47가지. 타르트는 10여 종. 생케이크는 너무 흔하고 특히 생크림을 아이싱하는 작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여기선 취급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사랑받는 효자 시그니처 쿠키는 맨해튼다크와 화이트·크랜베리·블루베리·산딸기피낭시에 등이다. 이건 프랑스 본토 레시피를 토대로 대구만의 정서를 입힌 것이다.
그녀는 밤마다 새로운 쿠키를 그린다. 카페누아를 만들 때는 견과류의 고소함을 누르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과감하게 첨가해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아직 치즈가 들어가는 쿠키는 계속 실험 중이다.
쿠키는 빵보다 만들기 어렵다. 빵은 발효만 잘해도 어느 정도 모양이 나온다. 그런데 쿠키는 맛이 밋밋해선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 또한 기온에 따라 변하는 배합비율을 수시로 고쳐야 하기에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집 쿠키는 미국산 아몬드가루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다. 중요한 재료인 버터는 호주, 미국, 프랑스산을 고루 사용한다. 아몬드, 피칸,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호두 등을 서문시장에서 골라 온다. 쿠킹 온도는 175~185℃에서 9분 정도 굽는다.
부부는 르구만의 쿠키 레시피북을 만들고 싶다. 비정제설탕을 올린 버터바닐, 시나몬쿠키, 카페누아, 홍차쿠키, 그리고 쿠키에 맞는 마리아주 홍차로 여러 종의 프랑스 프레미엄급 홍차도 겸비해 놓았다. (053)621-1774
10만원짜리 같은 1만원대 초콜릿 세트 명성
"안 달게" 고객의 알쏭달쏭한 미션도 답찾아
텐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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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구 대명동 에서 초콜릿을 축으로 한 디저트 전문 선물가게 '텐 브라운'을 연 이용민 사장. |
올해 41세의 이용민. 2009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현 라온제나 호텔 맞은편에서 '큐 포(Q 4) 스위트'와 '크레센도', 연이어 황금동 디저트 카페 '크레도'란 디저트 카페에서 절정의 기술을 발휘한다. 그가 만든 티라미수는 상당한 명성을 탄다. 미국의 유명 방송 'INSIDER'에서 한국 내 두 군데 티라미수 가게를 방송할 때 선택돼 명성을 얻는다.
그는 좋은 사부를 만났다. 일본과 프랑스가 종주권을 갖고 있는 디저트문화를 한국화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을 한 베이킹스쿨을 겸한 서울 서래마을에 있는 디저트숍 '레꼴 루스' 정홍영 대표다. 일본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일본 제과업계에서 활동한 끝에 외국인 최초로 특급 호텔인 일본 리가로열호텔 도쿄의 제과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초콜릿 조각가 같다. 매년 25개 정도의 리뉴얼 초콜릿을 보여준다. 매년 트렌드를 보고 메인 콘셉트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디자인라인을 뽑아낸다. 어떨 때는 화장품세트, 또 어떨 때는 앙증맞은 보석함 같은 모둠 초콜릿 세트를 도자기 빚듯 제조했다. 처음 본 사람들은 '너무 예쁘다'며 다들 환호성을 질러댄다. 그는 좀 우락부락하고 원시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처음 온 손님들은 한국인 같지 않은 그의 이국적 이미지, 그런 마초 기질의 남자가 디저트카페에 있다는 걸 신기하게 본다. 초창기 그가 아직 독립하기 전 기술자로 있을 당시 디저트 한 품목의 가격이 평균 8천원선. 다들 맛은 있는데 가격이 세다는 반응. 그리고 손님들은 항상 "안 달게, 안 달게"를 주문한다. 설탕천국 디저트랄 수 있는데 "안 달게"라니. 그게 늘 화두였다. 그는 일단 여느 식재료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 같은 식재료에 길들지 말자고 당부한다. 케첩, 마요네즈, 버터, 크림 등도 수제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이밖에 무스케이크, 수제아이스크림 등도 천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하려 했다. 그렇게 10년간 실험 가능한 기술을 다 다뤄본다. 거의 1천500여 가지 메뉴를 핸들링할 수 있었다.
그는 2018년 독립을 한다. 남구 대명동 대구가톨릭병원 동쪽 맞은편 허름한 주택가 안에서 '텐 브라운'을 오픈한다. 포장라인을 고급스럽게 세팅한다. 물성에 맞게 여러 개를 마련했다. 1만2천원짜리 초콜릿 한 세트도 10만원 정도의 품격이 느껴지게 노끈에 실링 왁스까지 부착해가면서 묶는다. 안에 들어오면 디저트아트숍 같은 기분이 든다. 0507-1302-3786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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