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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AI(인공지능) 시대에 방언의 풍경

2021-01-14

방언으로 말하는 AI 개발
대규모 국가프로젝트 추진
토착어 학습에 성공한다면
AI가 창작한 시·소설읽으며
고향정서 느끼는 시대 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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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마음대로 토해내는 말들이 모두 살아있는 구수한 우리말이 되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우리는 이런 사람의 말에서 비로소 잊었던 고향으로, 우리의 넋이 깃들인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어렸을 때 배운 고향의 말을 참 용하게도 잊어버리지 않고 빼앗기지도 않고 잘도 가지고 있구나 하고 한없이 부러워진다." 이오덕 선생님의 책 머리말에 나오는 구절이다. 여기서 고향의 말이란 바로 방언을 뜻한다.

방언에는 그 지역에서 예부터 전해오는 다양한 문화, 전통,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정서가 깊이 배어 있다. 방언을 통하여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방언은 지역민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족과 동네 사람과 정서적 연대감을 갖게 하고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작가들은 개인이 겪은 문화와 전통과 의미를 세밀히 묘사하기 위하여 방언을 사용한다. 시인은 방언을 사용함으로써 시어가 지닌 사전적인 개념을 넘어, 자신이 겪은 정서적 의미를 독특하게 표현하며 심미적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고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중략) 참말로 경상도 방언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에 마르는 黃土흙 타는 냄새가 난다.' 박목월 시인의 사투리란 시이다. 이 시에서 '칵' '오라베'는 경상도의 경주 방언이다. 경상도 방언의 맛깔스러운 느낌을 주는 풍경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소설가들도 작중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현장의 사실감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현진건은 대구 출신이면서 경성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했기에 그의 작품에는 '국해(시궁창의 흙), 데불다, 뒤통시, 불버하다, 삽작, 엉설궂다, 찰지다, 거진'과 같은 대구 방언이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그의 '무영탑'을 읽다 보면 '찐답잔은'(한 남자와 두 여자! 찐답잔은 일인걸), '노박이'(거기 무슨 일깐이 있어요. 노박이로 비를 맞으실 걸 뭐), '진둥한둥'(대감께서 사랑에서 진둥한둥 들어오시더니 마님께 무슨 분부를 내리신 모양이든뎁시요), '감때사나운'(더구나 만일 그이가 아니었든들 그 감때사나운 제자들을 누가 제어를 할 것인가)과 같은 정겨운 방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방언은 표준어를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자원이다. 한국어는 각 지역 방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울말을 중심으로 거기에 각 지역의 방언을 포함하여 표준어가 정해진 것이다. 말하자면 표준어도 방언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산물이다.

그런데 최근 방언을 알아듣고 방언으로 말하는 AI(인공지능)를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에서 10개 분야의 자연어 데이터 구축사업이다. 향후 계획은 실생활 속 자연어인 토착어(Vernacular)를 수집하여 인공지능에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인공지능과 방언으로 대화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AI가 특별한 방언으로 창작한 시와 소설을 만나면서 고향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것이 미래 AI 시대에 예측할 수 있는 방언의 풍경이다.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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